원하던 것이 너무 가까이에 있어 놀랐던 날
나는 우리 집에서 막내다. 내가 대학교 과정을 전부 끝냈을 때 부모님은 더이상 수도권에서 살 이유가 없다며 지방으로 이사를 가셨다. 그때부터 나는 '어디서 살고 싶은 가'에 대해 고민했는데 결론은 항상 아름다운 바닷가 근처에서 사는 것으로 귀결이 됐다.
이상하다. 나는 수영을 잘하지도 않고 바닷가 근처에서 살아본 적도 없다. 그리고 바다보다 산으로 놀러가는 것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파도 소리를 자장가 삼아 밤하늘을 바라보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10년 넘게 드는 걸 보면 이게 내 진심이 아니고 무엇일까?
물론 지금은 서울에 있는 쉐어하우스에서 살고 있지만 언젠가 내 집을 산다면 그것은 바닷가 근처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나는 꽤나 자주 상상을 한다. 에메랄드 빛의 바다가 보이는 내 방 발코니에 두툼한 빈백을 두고, 그곳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말이다.
현재 내 방 뷰는 남영역과 용산역을 잇는 철도길이다. 용산 아이파크몰도 보인다. 날씨에 상관없이 운치있고 멋진 풍경이지만, 바다에 대해 낭만이 있던 나는 계속 계속 계속 바다만을 그렸다.
그런데 오늘 창 밖을 향해 앉아있는데 불현듯 '여기가 내가 원하고 그려왔던 곳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갈래의 철길은 물결이고 그 위를 지나는 열차는 배인 것이다. 낫 놓고 기억 자를 모른다는 속담이 떠오를 정도로 이상한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스피커를 사게 되면서 이 공간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는데 오늘 이 깨달음 때문에 나는 집순이가 되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아름다운 이 순간을 오래 기억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사실 원하는 것은 내 가까이에 있음을, 이미 내가 가지고 있음을, 더 이상 바랄 게 없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