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샴페트르 Jul 20. 2022

프랑스에서 공짜로 꽃 학교 다니기

프랑스 플로리스트 CAP 과정 후기

 

이 글은 프랑스에서 2019년에 CAP (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 플로리스트 시험을 본 후기입니다. 혹시나 프랑스에서 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은 참고만 해주세요(자주 시험 정책이 바뀌어요. 꼭 학교에 문의해주세요.) 


파리에 도착하고 1년이 지난 2019년 여름 6월, 드디어 CAP (Certificat d'Aptitude Professionnelle) Fleuriste 시험을 보게 되었고 다행히 시험에 합격했다. 여기서 CAP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디플롬의 한 종류로 프랑스에서 플로리스트로 일하기 위해선 큰 호텔부터 작은 샵까지 대부분의 경우 이 디플롬을 꼭 요구한다. 

 내가 처음에 가려고 했던 학교는 Piverdière라는 프랑스 앙제라는 소도시 옆에 있는 학교였는데 학비가 500만 원에서 1000만 원 정도로 오르는 바람에 진학을 포기했다. 이곳은 CAP를 1년 만에 취득할 수 있는 곳이었고, 프랑스에서도 꽤 유명한 꽃 학교이다. 그다음에 알아봤던 학교는 École Nationale des Fleuristes de Paris 파리에 있는 꽃 학교로 이미 인터넷을 통해 꽤 많은 정보가 있어서 서류 담당자분께 연락해봤지만 나의 경우는 cap 1년 과정을 수료할 수 없고, 2년 과정만 가능하다고 안내를 받았다. 왜냐하면 1년 과정은 프랑스에서 BAC (바칼로레아, 프랑스 대입 시험) 이상의 학력이 있어야 가능했는데, 유럽 국가가 아닌 국가의 국적을 가진 학생들은 학위 인정이 어렵기 때문에 자국에서 대학 이상의 학위가 있어도 소용이 없었던 것이다. 이 학교는 내가 나중에 플로리스트 심화 과정을 수료하는 학교로 선택한 곳이다. 그리고 세 번째 우연히 알게 된 학교 CFA94 파리 동쪽 외곽에 있는 학교로 집과 구해둔 직장의 바로 옆이어서 쏙 마음에 들었던 학교다.


두 번째와 세 번째 학교는 apprentissage 아프렁띠사주라는 프랑스 직업 훈련 제도가 있는 학교였다.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는 이 수습생 제도는 1년 또는 2년 동안 플라워샵에서 2주 동안은 일을 하고, 1주일간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월급도 받으면서, 공부도 할 수 있고, 내 학비까지 사장님이 내주시며 심지어 5주의 유급 휴가까지 지급되는 1석 4조의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이 견습생 제도가 장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나중에 단점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보겠다).  CFA94라는 학교는 내가 cap 1년 과정을 들을 수는 있지만 그 대신 일반과정 중에 4가지 과목은 1년 과정 반에는 수업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따로 공부해서 시험을 봐야 한다고 했다. 이미 프랑스어 어학으로 시간을 많이 뺏겨 1년을 줄일 수만 있다면 더 어려운 일도 해낼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한국인의 본성인지 아님 나의 본성인지 모르겠지만 도대체 왜 벼락치기가 아님 집중이 안 되는 걸까? 이미 벼락치기의 달콤하고 쌉쌀한 맛을 20여 년의 인생 동안 많이 봐왔지만 그렇다 인간은 결국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전공에 관련된 수업은 매주 있는 시험 덕분에 쉬는 날마다 열심히 공부를 했지만 일반과정은 솔직히 시험 몇 주 전부터 벼락치기했다. 내가 시험 보고 그 바로 다음 해부터는 교육 과정이 바뀌어서 이제는 따로 국가시험이 없고 학교 자체에서 보는 시험으로 평가하는 걸로 알고 있다. 학교에서 꽤 좋은 점수를 받았던 나는 이 소식이 안타까웠지만 내가 안타까워한다고 갑자기 있는 시험이 없어지진 않았고 매우 떨리고 스트레스받았던 시험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과는 아주 좋은 점수로 합격하게 되었다. 사실 CAP 과정은 합격률도 높고 아주 어려운 시험도 아니었지만 준비 과정이 나름 값진 경험이였다. 

  

CAP Fleuriste 플로리스트 기초 과정 간단한 소개 및 느낀 점

- 450시간/ 1년 과정


일반과정

-Français (écrit) et Histoire-Géographie (프랑스어와 역사-지리, 쓰기와 말하기 시험 ) : 프랑스어 시험은 굉장히 쉬운 편이었고 델프 B1, B2 중간 수준 정도, 역사-지리 시험은 급하게 자료를 만들어서 발표 준비를 해갔다. 말하기 시험이라 굉장히 떨렸는데 그 시험 평가하던 선생님이 한국에 꽤 관심이 많으신 분이셨고, 편하게 대화하며 준비한 발표 및 질의문답을 할 수 있었다


-Mathématiques et Physiques-Chimie(수학과 물리-화학) : 수학은 진짜 쉬웠다 중학교 수학 정도, 물리도 중학교 정도 수준이었는데 화학에서 용어들이 프랑스어라 좀 헷갈렸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리고 프랑스는 계산기를 사용할 수 있어서 좋았다. 계산기만 쓸 수 있었어도 수포자는 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잠깐 하게 해 준 시험.


-Éducation physique et sportive (체육): 이건 혼자 준비할 방법도 없었는데 봄 시즌에 플라워샵에서 많은 상토들을 옮기다가 허리가 다쳐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험을 못 보게 됐다.


-Langue vivante étrangère – facultatif: (언어, 선택사항, 말하기 시험) : 필수는 아니지만 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되는 시험, 한국어는 없었고 영어로 봤는데 불어를 배우며 영어를 까먹어 숫자 5가 영어로 뭐였는지도 한참을 생각해야 되는 나에게도 만점을 준 고마운 시험이다. 이 시험은 필수는 아니지만 가산점을 줘서 참 좋았다.  


전공과정

-Botinique (식물학) :제일 어려웠던 수업, 그 시절엔 왜 이런 것까지 알아야 되나 하며 현타가 오게 해 준 수업이지만, 매주 복습했던 유일했던 수업이라 점수도 잘 나왔고 식물과 꽃에 대해서 더 알게 되어 처음엔 싫었지만 나중엔 좋았던 수업.


-Reconnaissance des Végétaux (식물 식별?): 식물 사진을 보고 식물 한 개 당 프랑스어 이름과 라틴어 이름 그리고 종류까지 달달 외워야 해서 오랜만에 깜지를 쓰게 만들었던 수업. 지금은 라틴어 같은 건 없어지고 훨씬 쉬워졌다고 들었다.


-Technologie(기술): 꽃 기술에 관한 것들을 배웠던 수업. 꽃 테크닉에 대한 기초를 배웠던 과정, 사실 플라워샵에서 많이 쓸 것은 없지만, 꽃으로 다양한 디자인을 하는데 꽤 유용한 것들 배웠던 수업. 시험은 쓰기 시험이었다.


-Dessin d’art appliqué (그림): 그림 수업은 꽃을 그리는 걸 배우는 법을 배우고 싶었는데, 스스로 알아서 꽃을 그려야 했던 수업. 시험은 지문이 꽤 어려운데 프랑스어를 배우기 잘했다고 생각했던 시험이다.


-Environnement économique juridique et social (경제와 법): 어렵지 않은 범위에서 꼭 알아야 되는 상식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


-Prévention Santé Environnement : 이 과목은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계약서 작성 방법, 호르몬, 피임 방법, 법적 노동 시간, 부상을 당했을 때 등에 대해서 배웠던 수업. 암기 과목이라 많이 어렵진 않았다.


-Vente et accompagnement 판매: 두 번째로 어렵고 싫었던 수업. 판매 테크닉을 배우는 것은 좋았으나, 시험이 무려 말하기 시험이었고, 가상으로 심사위원이 손님이 되어 판매 스케치를 끝내야 한다. 물론 꽃이나 식물은 없고 그냥 있는 것처럼 지어내서 연기처럼 해야 되는 시험이었다. 말하기 시험이 싫기도 하고, 꽃다발 한 다발 파는 것이 아닌 웨딩, 생일파티, 장례식 등등 어떤 특별한 날을 위해 꽃 장식들을 판매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판매 매뉴얼이 있어서 그 매뉴얼 그대로 하지 않으면 점수가 깎인다는 스트레스, 그리고 가끔 모르는 프랑스어 단어들이 나오면 슬펐다가 짜증 났다가 결국은 체념하게 됐다. 그래서 이 판매 선생님한테 까이면서 배우는 수업을 1년 동안 같은 반 친구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선생님과 연습해야 한다. 그리고 연습 스케치가 끝나면 같은 반 학생들이 내가 한 것 중에 어떤 점이 잘 못됐는지 비평의 시간이 시작된다(프랑스 사람들은 비평에 있어서 망설임이 없다^^). 나에겐 정말 싫었던 수업인데 선생님은 너무 좋으신 분이었고, 결국 꽤 많은 것을 배웠던 수업. 이 수업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프랑스 친구들도 가장 싫어했던 수업이다. 심지어 스케치 중에 우는 친구들도 봤다. 다행히 최종 시험 때는 연습 덕분인지 괜찮은 성적을 받았다.  


-프랑스 국가 플로리스트 CAP 시험을 보고 느낀 점: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CAP는 웬만하면 다들 합격하니 너무 겁내지 마시길... 1년의 경험은 매우 짧게 느껴져 바로 도전한 CAP 다음 플로리스트 심화 과정인 brevet professionnel 도전기는 다음번에 계속됩니다. 




 

작가의 이전글 해외에서 좋아하는 일을 공짜로 배우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