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우는 날

어른이 잃어버린 언어를 되찿는 시간

by 이혜원



2010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작은 천사들의 통역사로 살아왔다.

16년 차 유아교육인. 2026년도 현장에서 보내고있다. 그 세월 동안 나는 무수히 많은 "어른의 언어"를 버리는 법을 배웠다. 아니, 정확히는 잊어버리는 법을. 효율, 논리, 정답. 그런 단단한 언어들을 하나씩 내려놓고, 나는 아이들의 세계로 들어와 살았다.

겨울날 아침이었다. 전날 하얀 눈이 내렸고, 버스 창문에는 성에가 가득 맺혔다.버스 지붕위에는 밤에내린 눈이 쌓였다. 히터가 가동되자 그 눈과 성에가 천천히 녹아내렸다. 투명한 물줄기가 유리를 타고 주르륵 흘렀다. 그걸 본 한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끌며 말했다.

"선생님, 버스가 울어요."

그 순간, 세상이 멈춰 섰다.

버스가 운다. 얼마나 정확한 표현인가. 얼마나 아름다운 은유인가. 시인도, 작가도, 부처도, 하느님도 포착하지 못할 그 찰나의 진실. 세상사에 긁히고 부대끼며 살아온 어른의 눈에는 그저 '성에가 녹는 물리적 현상'일 뿐이지만, 저 맑고 투명한 눈망울에는 버스의 슬픔이 보인 것이다. 저 작은 가슴에는 버스의 눈물이 느껴진 것이다.

나는 그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함께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그러네. 버스가 우는구나."

미디어는 쏟아지고, 세월은 흐르고, 순수함은 조금씩 지워진다.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빨리 자란다. 유튜브는 알고, 배달 앱은 다루고, 스마트폰은 능숙하게 조작한다. 세 살짜리가 "좋아요 눌러주세요"라고 말하고, 다섯 살짜리가 "알고리즘"이라는 단어를 쓰는 시대다. 순수함은 살포시, 그러나 확실하게 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아니,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아이들이 불현듯 툭 던지는 한 문장은 세상 어떤 명언보다 강렬하다. 어른들이 잃어버린 그 언어, 그 시선, 그 감각. 아이들은 여전히 그것을 가지고 있다.

지난달 크리스마스였다. 교실은 반짝이는 장식으로 가득했고,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잔치가 끝나고 정리를 하다가, 나는 슬쩍 질문을 던졌다.

"얘들아, 그런데 왜 산타 할아버지는 있는데, 산타 할머니는 없을까?"

교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진지하게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대답은 순식간에, 마치 팝콘이 터지듯 쏟아졌다.

"지구가 멀어서요!"

"할머니는 운전 못 해요!"

"사슴이 없어서요!"

"할머니가 머리 자르러 갔어요!"

나는 웃다가 울 뻔했다. 아니, 정확히는 웃으면서 울었다. 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논리적이고, 사랑스러운 세계관인가. 할머니가 미용실에 간 세계. 사슴 수급이 안 되는 세계. 지구가 멀다는 이유로 할머니가 포기한 세계. 운전면허가 없어서 썰매를 몰 수 없는 세계.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어른들이 진작에 잃어버린 우주가 펼쳐져 있었다. 그 우주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이유가 있고,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그날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기도했다.

"오늘처럼, 지금처럼만 건강하게 해주세요. 이 순수한 아이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게 해주세요."

16년을 돌아보니, 내가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게 훨씬 더 많다. 나는 아이들에게 글자를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내게 언어를 가르쳤다. 나는 아이들에게 규칙을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내게 자유를 가르쳤다. 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을 가르쳤지만, 아이들은 내게 우주를 가르쳤다.

"버스가 운다"는 문장.

"할머니는 머리 자르러 갔다"는 세계.

이것들은 교과서에도, 교육과정에도, 어떤 이론서에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진짜 교육이고, 진짜 배움이고, 진짜 삶이다.

나는 그저, 그 언어들을 받아 적는 필경사일 뿐이다. 작은 천사들이 건네주는 문장들을 소중히 받아 적고, 간직하고, 때로는 세상에 전하는 사람. 그것이 16년 동안 내가 해온 일이고,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일이다.

오늘도 나는 교실로 간다.

작은 천사들이 또 어떤 문장으로 나를 무너뜨릴지, 어떤 세계를 열어줄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출근길에 본 겨울 하늘은 유난히 맑았고, 나는 문득 생각했다. 오늘은 또 무엇이 "울까?" 나무가 울까, 구름이 울까, 아니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울릴까.

버스는 오늘도 울고, 할머니는 어디선가 파마를 하고, 나는 여전히, 깊이,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 작은 천사들과 함께 숨 쉬는 매일이,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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