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기록

by 신은영

 <빅토리 노트>라는 책을 들어보았는가?
이 책은 카피라이터 김하나 작가가 가장 많이 읽은 책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책은 판매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특별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의 어머니가 그녀를 낳고 5년간 쓴 육아서라고 한다. 또한 그녀가 대학 입시에 실패했을때, 어머니가 선물처럼 건넨 책이기도 하다. 딸이 20살이 되었을때 주려고 꼭꼭 숨겨 두었다는데, 찬란한 영광의 순간이 아닌, 깊은 절망의 순간에 그녀의 어머니가 책을 건넨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깨달으라는 의미는 아니었을까?

나는 매일 독서 인증을 하는 카톡 모임에 참여 중이다. 어제 한 분이 찍어 올린 책 사진에 작은 수첩이 보였다. 깨알같은 글씨로 책의 내용을 적은 것 같았다. 궁금해서 여쭤보니 딸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책의 내용을 메모하신다고 하셨다. 그리고 본인의 엄마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것이 마음에 남아, 훗날 아이들이 엄마를 그리워할때 메모를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눈물이 핑 돌고 말았다. 평생 엄마가 아이들 곁에서 듣기 좋은 잔소리를 해주면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아이들이 마음에 새겼으면 하는 글귀를 남겨주는 것이야말로 큰 의미가 될것 같았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그 분처럼 먼 훗날 내 아이를 위한 기록은 아니지만, 머릿속에 떠도는 생각들을 글이라는 그릇에 담는 의미있는 행위를 하고 있다. 글쓰기는 분명 고통스럽다. 매순간 스스로의 한계를 절감할 수 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행복한 일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변화시키에 가장 적극적이면서 만족스러운 활동이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열심히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 스스로가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을거라고.

<대통령의 글쓰기>의 저자 강원국님이 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굳이 무언가를 읽거나 듣지 않아도 (쓸 것이)생각나요. 길을 가다가 생각이 나요. 운전하다가 생각이 나요. 그렇게 글을 쓸 것들이 생각나는 삶은 기분이 좋고 행복해요. 스스로 고양되고 성숙해지고 잘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마다 정신없이 글을 쓰고 블로그에 올려요. 이런 생활 자체가 행복한 삶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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