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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레이스정 Apr 06. 2024

백화점의 럭셔리향

라피스라질라 보석반지가 잘 어울리는 언니와  백화점 데이트로 행복했다

카톡 카톡..

'정권사, 나랑 신세계 다녀오지 않을?'

'왜 가시는데요'

'생일선물로 동생이 신세계 상품권을 줬는데 기한이 화요일 까지야.'

'콧바람도 쐴 겸 같이 가자.'


'어머, 생일도 까먹을 만큼 우리의 만남이 소원해졌구나.'생각하니 그리움이 격하게 몰려왔다.  함께 고속도로를 달리며 우리는 밀린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시간을 분초의 느낌으로 신세계에 도착했다.


백화점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코끝을 스치는 럭셔리향.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음~ 부르주아 냄새!"라고 했더니 언니가 죽는다고 웃는다. 그런데 '부르주아'라고 말한 것을  글로 적으려고 하니 너무 원색적인 것 같아 럭셔리 향으로 단어를 바꾼다. 자연의 향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기분 좋은 향이다.


보려고 하지 않아도 눈에 들어오는 첫 매장은 디올 매장이다.

웨이팅이 끝났다는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우리는 들어갈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상관이 없지만, 오후 3시밖에 안 됐는데 웨이팅이 끝났다고!


사람들은 어떤 마음으로 명품매장을 가는 것인지, 맛집도 아닌데 웨이팅까지 해가면서, 내가 명품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일까. 신기한 일이다. 궁금하지만 딱히 알고 싶지는 않다.


언니는 향수를 사려고 신세계를 갔는데 찾는 향수 매장이 없어졌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왔는데, 매장이 안보인 것이다. 검색해서 날짜를 보니 2020년 글이었다. 그렇군, 정보가 모두 정확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검색해서 나오는 정보들은 90% 이상 믿어버린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런 것 같다.


포털에서도 올라온 정보일지라도 확인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향수매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잡화매장으로 가서 언니는 자신을 위한 반지를 샀다. 언니에게 너무 잘 어울리는 우아한 반지였다.

"역시 정은애랑 같이 오길 잘했어."


물욕이 채워지고 나니 식욕이 올라왔다. 우리는 지하로 내려가서 베트남 요리로 이른 저녁을 먹었다. 아보카도와 연어스프링롤, 반미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먹었다. 언니는 호찌민에 가서 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여행추억을 이야기했다.

누구나 여행지에서 먹었던 음식이 제일 오래 기억에 남는 듯....

처음 들어본 이름의 스프링롤과 반미샌드위치


백화점을 나와서 차문을 열고 앉는 순간 다시 또 럭셔리 향이 코끝을 진동했다. 향수매장을 찾아다니면서 우리가 시향 했던 향수와 손에 처벌 처벌 했던 핸드크림의 향이 승용차 안의 공기를 흔들어 댔다.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웃었다.

"여기도 럭셔리하네요~"


또다시 밀린 서로의 이야기로 수다삼매경이다. 이야기 끝에

"어느 날 내가 보이지 않고 연락이 두절되면 제주도에 있는 줄 아세요."

"제주도에 가서 뭐 하게?"

"뭐 할 일이 없겠어요. 하다못해 귤밭이라도, 전복이라도 줍을 일이 있지 않을까."

"그래, 알았어, 5월에 제주도 3박 4일 워크숍 가는데 정은애 일자리 있는지 알아봐 줄게."

"진짜로 알아보고 와요. 까르르.."

이런 실없는 농담에 웃는 웃음으로 우리는 헤어지는 아쉬움을 달랬다.


차창밖으로 보았던 봄향기는 노을 속으로 사라졌지만 우리가 처벌처벌한 럭셔리향은 아직도 끝에서 머물고 있다.  자판 위에서 올라오는 봄날 하루의 인공향으로 언니의 '라피스 라질라' 보석 반지의 모습을 기억해 본다.


'신뢰와 사랑'이라는 보석의 의미가 있는 반지가 언니랑 너무 잘 어울렸다는 생각을 하며 마음이 뿌듯하다.

인공향이든 자연향이든 향기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평안함을 주는 것 같다.

백화점 나들이를 향기로 마무리한다. 몇 년 만에 들른 백화점 나들이로 마음이 향긋 향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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