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맨 처음에 나오는 프롤로그(Prologue)는 저자가 책에서 풀어놓을 기나긴 이야기의 서두에 해당한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할까 고민하다가 문득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떠올렸다. 1969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새뮤얼 베케트의 대표적 ‘부조리극’이다.
연극의 한 장르인 부조리극의 특징은 ‘부조리’라는 이름 그대로 무대에서 전혀 현실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는 것이다. 해가 뉘엿할 즈음 한적한 시골길, 작은 나무 옆에 두 떠돌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들은 ‘고도(Godot)’라는 정체불명의 인물에 대해 “오늘은 고도가 올까?” “글쎄, 어쨌든 기다려 보자”라는 식의 실없고 의미 없어 보이는 대화를 주고받는다.
갑자기 나타난 양치기 소년이 “고도가 내일 온다”라고 외치자 두 사람은 애면글면 고도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고도는 끝내 나타나지 않고 연극은 어느덧 막이 내린다.
어쩌면 청춘들에게 취업은 ‘고도’와 같은 존재가 아닐까. 간절하게 기다리지만 좀처럼 손에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취업준비생으로 산다는 건? 한마디로 너무 힘들다. 청춘들이 마주한 채용시장의 민낯은 척박하다.
한국경제가 고도성장을 멈추고 어둡고 깊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면서 언제부턴가 눈을 부릅뜨고 찾아봐도 기업들의 채용공고를 보기 힘들어졌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일은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 되어 버렸다. 청춘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전쟁’, 취업시장은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했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은 ‘청년실업’이라는 단어를 멍에처럼 지고 산다. 학교 문턱을 나서자마자 자기 이름이 새겨진 ‘명함’을 받고, 명찰을 목에 걸고 커피잔을 든 채 거리를 당당히 활보하는 번듯한 직장인이 되기란 말 그대로 ‘낙타 바늘귀 뚫기’다.
오죽하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정규직으로 대기업에 취업하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하겠나.
더욱이 ‘코로나 불황’으로 취업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애타게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탓에 가뜩이나 바늘구멍이던 취업문이 아예 닫혀버린 느낌일 것이다.
오죽하면 청춘들 사이에서 ‘코로나 취포세대(취업 포기 세대)’라는 말이 회자될까.
최악의 청년실업이라는 현실에서 희망하는 회사에 취업하기란 도무지 불가능해 보인다. 좋은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데 일자리를 찾아 나선 청춘들은 넘쳐나다 보니 어느 기업이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취업이란 단어 다음에는 자연스레 ‘무한경쟁’이라는 단어가 떠오를 정도다.
이렇게 취업문턱이 높아지면서 언제부터인가 부정확한 취업정보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요즘 서점에 가보면 진열대의 한편을 ‘취업준비서’들이 빼곡하게 차지하고 있다.
필자도 면접에 참고하기 위해 취업·자기소개서·면접 등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자기소개서 잘 쓰는 법’, ‘면접 잘 보는 법’ 등 순식간에 쏟아져 나오는 취업 관련 정보들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유튜브를 켜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더하다. 손가락으로 몇 번만 두드리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취업정보가 그것도 영상으로 쏟아질 기세다. 그 짧은 시간에 취업에 꼭 필요한 알짜배기 정보들만 추려서 알려준다는 수많은 동영상들을 보면 스낵 컬처 2.0 시대임을 새삼 실감한다.
그런데 ‘TMI’라는 말이 있다. ‘너무 많은 정보(Too Much Information)’를 뜻하는 신조어다. 신조어는 시대의 거울이다. 이런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현대인들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얼마 전 신문을 들추다가 여행의 어원을 전하는 흥미로운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날 설렘과 즐거움의 대명사인 여행(Travel)의 어원(語源)이 의외로 ‘고통(Travail)’이란다. 고문 기구를 뜻하는 라틴어 ‘트리팔리움(tripalium)’이 ‘힘들게 여행하다’라는 뜻의 고대 프랑스어 ‘travailler’로 바뀌었고, 지금의 영어 형태로 이어졌다고 한다. 쉽게 말해 옛날 사람들은 ‘여행’하면 바로 ‘고생’을 떠올렸다는 소리다.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고, 낯설고 생경한 곳에 대한 정보도 구하기 힘들었던 시대에 여행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래서 전쟁과 기근, 그리고 일자리를 찾아서 등 어쩔 수 없는 경우에만 먼 길을 떠날 때가 많았다.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옛날 어르신들의 말씀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니다. 당연히 옛날 사람들은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도통 알 길이 없었다. 한마디로 정보가 부재한 시대였다.
하지만 초연결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옛날 사람들이 평생을 살아도 몰랐을 소식을 실시간으로 알게 된다.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일상을 지배하면서 사방에서 정보가 쉴 틈 없이 쏟아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먹통 되자 온 나라가 시끌벅적했을 정도다.
우리는 역사상 전례 없는 정보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누구나 의도치 않아도 세상을 떠도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노출된다는 소리다.
하지만 ‘선택의 역설’이라는 말이 있다. 경제학의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과도 일맥상통한다. 대형마트 매대에서 물건을 고를 때처럼 선택의 폭이 넓을수록 결정은 어렵고 효율도 덜한다는 것이다. 너무 많은 정보나 선택의 기회는 되려 사람을 헷갈리고 혼란스럽게 만든다. 정보는 넘쳐나지만 모든 정보가 필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취업정보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는 청춘들도 그러하다. 취업정보는 넘쳐나지만 정작 취업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진짜 알짜배기 정보들을 찾아내기가 오히려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취업정보에 목마른 취업준비생들 사이에 떠도는 정보들이 막상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적이고 뜬구름 잡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본래 상황이 어렵고 힘들수록 가짜 정보가 판을 친다. 절박한 사람에게는 자극적인 거짓이 사실보다 솔깃하게 들리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취업시장에도 온갖 ‘뇌피셜’이나 ‘카더라 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뇌피셜’이나 ‘카더라 통신’은 귀에는 더 솔깃할지 몰라도 정작 취업준비에는 방해가 되기 일쑤다. “가비지 인, 가비지 아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는 말이 있다. 직역하면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는 뜻이다.
잘못된 정보에 매몰되면 잘못된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 부정확한 정보를 좇아 다니다가 잘못된 선택을 하거나 불필요한 준비들로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필자도 해마다 취업시즌이 돌아오면 자녀의 취업준비를 위해 주변에서 면접 팁(Tip) 등 취업정보를 알려달라거나 제출이 임박한 자기소개서를 첨삭해달라는 부탁을 적잖게 받는다. 그런 부탁을 받게 되면 자기소개서 작성 방향과 면접 준비에 대한 조언을 하기 위해 먼저 도와주기로 한 취업준비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눠본다.
그럴 때마다 청춘들이 취업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만한 자료나 정보가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당장 입사지원이 코앞이라는데 터무니없이 준비가 안된 경우를 종종 보는 탓이다.
그런데 면접에서 필자가 직접 마주친 청춘들은 똑똑하고 재능이 넘친다. ‘불합격’ 딱지를 붙여서 그냥 돌려보내기에는 아쉬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필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 정말 똑똑하네요. 생각도 똑 부러지고, 아는 것도 많고, 자기표현도 잘하고… 우리 세대는 저 나이에 저 정도의 내공을 갖추지 못했는데… 지원자들을 ‘평가’한다는 게 오히려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예요. 우리가 시대를 잘 타고 태어났네요.
저런 친구들과 같이 면접을 보고 경쟁했다면 취업은 꿈도 못 꾸었겠어요. 누구를 뽑아야 할지 고민이에요. 지원자들이 다 괜찮아서 떨어뜨릴 사람이 없어요” 처음 면접관으로 온 이들이 털어놓는 속내다.
그러나 면접시간이 종료되면 평가표를 제출해야만 한다. 지원자들 중에 누군가는 뽑고, 또 누군가는 탈락시켜야만 하는 것이 면접관의 숙명이다. 아까운 인재들을 떨어뜨려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누군가 올바른 방향만 제시해준다면 기업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발휘할 인재들이 차고 넘쳐서다. 십여 년 넘게 면접관을 해본 깜냥으로 보자면 합격과 불합격 사이의 거리는 결코 생각만큼 멀지 않다. 아니 대부분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그야말로 간발의 차이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린다는 애기다.
다만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들은 정작 중요한 기본을 놓치고 있을 뿐이다. 면접에서 그런 지원자들을 마주치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 입이 근질근질할 정도다.
그렇다고 오지랖을 발휘해서 면접 보러 온 이들을 붙잡고 무슨 조언을 건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속내를 전하지 못하고 면접을 마무리하는 게 못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취업을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이 책을 준비하게 됐다. 은유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는 현관 같은 게 (책의) 서문이다"라는 대목이 눈에 들어왔다. 퍼뜩 필자도 독자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미리 말씀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은 <취업의 근본력>이다. ‘취업의 근본력’은 무얼까? 대답은 건너뛰고 독자들에게 먼저 묻는다.
여러분은 ‘취업의 근본력’이라는 단어에서 어떤 생각을 떠올렸나? 취업에 필요한 근본력을 뭐라 이해하는가?(취업 시장에서) 나를 뽑히게 해 줄 비법? 그렇다면 필자의 작명은 완전히 실패작이다.
비법을 전수받기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시작부터 찬물 끼얹는 소리이겠지만 이 책은 “시키는 대로만 잘 따라 하면 무조건 취업이 된다”라는 여느 취업준비서처럼 확실한 취업의 성공 비결을 담고 있지 않다. 정답을 기대하고 책을 펼쳤다간 영락없이 실망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을 다 읽고도 정답을 찾는 독자가 있다면 분명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이 아닐 테다. 오히려 책을 읽는 내내 정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이 아니라 그동안 애써 눈 감으려 했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이 책은 취업의 근본력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근본’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본질이나 바탕’이고, 근본력은 얼마나 내실을 갖추고 기본에 충실한가를 말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 인생에서 진정한 성공은 기본을 제대로 갖추는 데서 시작한다. 삶에서 성공이나 실패를 가르는 핵심은 기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대개는 “그게 뭐가 중요할까?” 싶은 기본적인 것에서 승부가 가려진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살다 보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몰라서 때로는 뻔히 알면서도 급한 마음에 중요한 것을 잊고 살 때가 많다.
그렇게 우리는 종종 삶의 핵심인 ‘기본’을 놓치고 산다. 본래 단순한 기본이 제일 어렵다. 간단해 보이는 것이 실은 더 어렵다는 것은 경험적 진리다.
마음만 먹으면 금세 터득할 수 있는 단순한 요령이나 잔기술과 달리 근본력은 오랜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가꾸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장 결과를 바라는 성미 급한 이들은 취업의 정답이 가장 기본적이고 뻔한 것에 있다는 주장을 선뜻 수긍하기 힘들다. 하지만 좋은 약이 입에 쓴 것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지식이 정작 쓸모 있는 법이다.
그렇다면 청춘들이 갖추어야 할 '취업의 근본력'은 무엇일까? 취업시장에서 우리는 판매하는 상품 자체이자 세일즈맨이다.
세상의 모든 마케팅은 고객의 니즈가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떤 상품들이 팔리는지, 즉 시장의 트렌드를 탐색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취업이라는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채용시장의 트렌드가 바뀌면 당연히 취업을 준비하는 자세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요즘 청년실업 문제가 시대의 화두다. 그중에서도 취업준비생과 기업 사이의 ‘미스 매칭’(Mis-matching)이 가장 심각하다.
채용을 하는 기업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단어는 ‘적합한’이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 (Good People)가 아니라 ‘적합한 인재(Right People)’를 원한다. ‘최고(最高)의 인재’가 아니라 ‘최적(最適)의 인재’를 뽑는다.
즉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기준은 ‘누가 더 우수한가’가 아니라 ‘(우리 회사와 채용하는 직무에) 누가 더 적합한가’이다. 이것이 바로 블라인드 채용과 NCS 기반 채용, 그리고 수시 채용으로 대표되는 최근의 역량중심 채용 트렌드다.
그러니 취업을 바란다면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디폴트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뜻이다. 어떤 회사인지 또 어떤 일인지 훤히 꿰뚫고 있어야만 과연 자신이 적합한 인재인지 따져보고 지원할 게 아닌가? 하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기업과 직무를 속속들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선택과 집중이다.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코 정확한 타깃을 정하는 것이다.
요즘 2030이 즐겨 쓰는 ‘내적 친밀도’라는 말이 있다. 외적이 아니라 내적으로, 즉 혼자 쌓은 친밀감을 의미한다. 성공취업을 위해서는 내적 친밀도 100%인 기업과 직무에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
나와 합(合)이 맞는 진심으로 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미리 정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취업에 성공하기도 쉽고 입사 후에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진다.
사정이 이런 데도 우리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현실에선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고 있다. 많은 청춘들이 눈앞의 취업에 쫓겨 “하나만 걸려라”식으로 마구잡이 지원을 한다. 난생 처음 이름을 들어본 회사에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직무라도 앞뒤 재지 않고 자신이 딱 맞춤한 인재라며 입사 지원을 하기 바쁘다. 채용 공고에 어떻게든 자신을 꿰어 맞춘다.
지원하는 회사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딱히 가고 싶은 하는 곳은 보이지 않는 취업시장의 풍경이 너무도 익숙하다. 묻지마 지원이 일상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 지원하는 기업과 직무를 모르면서 입사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에게 가장 안타깝고 아쉬운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적합한 인재’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어떤 기업이든 직무든 가리지 않는다”는 도무지 말이 되지 않는다.
적합한 인재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똑같은 사람도 지원한 회사와 직무에 따라 적합한 인재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나와 맞는 기업과 직무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다. 어림짐작으로 대충 지원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이 중요한 명제를 놓쳐서 고배를 마신 청춘들은 자신을 취업의 길로 이끌어줄 잔 기술과 요령을 찾아 지금 이 순간에도 유튜브와 취업컨설팅을 기웃거린다.
이런 청춘들에게 영화 <쿵푸 팬더>를 권해주고 싶다.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라는 화두를 던져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쿵푸를 연마하여 ‘쿵푸 마스터’가 되겠다는 꿈을 가진 판다곰, ‘포’의 이야기다. 줄거리는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국수가게를 하는 아버지는 포에게 가업을 잇게 하고 싶지만 포는 오직 ‘쿵푸 마스터’가 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드디어 포는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쿵푸 마스터가 되는 비법을 손에 넣는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잔뜩 실망한 포는 꿈을 접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국수를 만드는 비법 따위는 없다”는 말을 듣고 비로소 깨달음을 얻는다. “어떤 일에도 비법은 없다. 내 안에 답이 있다” 포의 깨달음이자 영화의 결론이다.
돌고 돌아 찾아낸 정답은 허망하게도 ‘없다’는 것이다. 영화의 결말은 참으로 의미심장하다. 영화가 던지는 “인생에 정답이 있을까?”라는 질문의 무게는 취업의 비법을 찾아 헤매는 청춘들에게도 묵직하게 다가올 것이다.
제발 영화가 던진 물음을 진지하게 품어보았으면 좋겠다. 쿵푸 마스터의 비법을 좇는 주인공과 취업의 비법을 갈구하는 청춘들의 이야기가 정확히 포개지기 때문이다. 인생에는 정답도 지름길도 없다.
취업에도 비법 따위는 없다! “하나만 얻어걸려라”식으로 묻지마 지원을 하고, 유튜브를 뒤지고 벼락치기 취업컨설팅을 통해 잔 기술과 요령을 전수받아도 취업의 문은 결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사람들은 급할수록 비법을 찾는다. 비법은 우리를 더 빨리 목적지로 이끌어줄 ‘샛길’인 셈이다. 비법이 통하려면 아는 사람만 알아야 한다. 모두가 아는 방법이 아니라 아는 사람만 따로 알고 몰래 돌려봐야 비법이 아닌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면 이미 ‘비법’이 아니라 ‘상식’이다.
취업의 비법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유명 취업 유튜버가 금쪽 솔루션을 말해준다는 동영상을 수많은 취업준비생 구독자가 열광하며 시청한다. 그리고 영상에서 일러준 솔루션에 자신을 억지로 욱여넣는다.
그러나 솔루션이 맞든 틀리든 똑같이 따라 하는 순간 개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흔남 흔녀가 되고 만다. 취업준비생들이 어렵사리 비법을 터득해봐야 정작 기업들이 “뽑아달라는 사람은 넘쳐나지만 뽑을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라고 푸념하는 이유다.
우리 주변에는 기본이 아니라 비법에 기대다가 후회하는 일이 숱하다. 큰길은 제쳐놓고 무턱대고 샛길로 빠졌다가는 길이 끊기거나 목적지까지 한참을 돌아가는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본질은 외면한 채 솔루션만 찾다 보면 취업의 길은 더 멀어진다. 길이라고 다 길이 아니다. 당장은 느려 보여도 결국 큰길이 샛길보다 빠른 법이다.
“걸어온 길이 구불구불했지만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 얼마 전 한국계로는 처음으로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말이 마음속에 콕 박혔다. 그렇다. 여러분을 성공취업으로 이끌어줄 것은 '비법'이 아니라 '기본'이다.
지금 채용시장에는 기업과 취업준비생들 간에 좁혀지지 않는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 바꿔 말하면 서로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 필자는 이를 기업과 취업준비생들 간의 ‘미스 매칭’(Mis-matching)이라고 표현한다.
‘미스 매칭’은 불일치나 어긋남을 뜻한다.
기업과 취업준비생, 뽑는 자와 뽑히고 싶은 자의 입장만큼이나 생각의 편차가 아득히 멀다. 하지만 걱정의 말들은 참 무성한데 정작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 취업준비생과 기업 사이 간극은 점점 커져만 가고 그 벌어진 틈 사이를 집요하게 비집고 들어간 취업 사교육 시장만 호황을 누린다. 또 청춘들은 취업을 비법을 찾아 헤매다가 애꿎은 돈과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취업준비생과 부모의 부담은 물론이고 사회 전체적으로도 엄청난 비효율을 낳는다.
눈앞의 취업에 쫓겨 묻지마 지원에 목 메는 청춘들과 취업의 정답을 콕 집어 알려준다며 이들을 현혹하는 취업 사교육의 범람은 얽히고 설켜 한 줄기다. 결국 취업시장의 미스 매칭과 청년실업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그래서 너무 거창한 바람인지 모르지만 취업준비생과 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조금이라도 메우고 싶었다. 부족하나마 이 책이 한 자락 보탬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How)’가 아닌 ‘왜(Why)’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취업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가가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어떤 사람이고,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한다. 자기소개서나 면접의 단골 질문인 지원동기를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기업이 그토록 지원동기에 관심을 갖고 꼬치꼬치 캐묻는 이유를 아는 것이 먼저다.
또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기업이 경험을 물어볼 때 어떤 프레임이나 공식을 활용해서 작성하고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왜 경험을 꼬치꼬치 캐묻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어떤 문제든 끈덕지게 ‘왜’를 하다 보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이나 배경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왜’를 알고 나면 ‘어떻게’는 저절로 답이 보이는 법이다. 바꿔 말하면 본질을 잡으면 요령은 알아서 따라온다.
취업을 바라는가? 그렇다면 제발 요령에 집착하지 말고 본질에 집중하라. 어떤 일이든 성공하는 사람은 요령을 시시콜콜하게 따지기에 앞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러니 여러분도 끊임없이 ‘왜’를 해가며 본질에 대한 답을 찾아내기 바란다. 만약 단 한 분의 독자라도 마지막 마침표까지 읽고 나서 책장을 덮기 전에 ‘왜’에 대한 깨달음을 얻는다면 분명 이 책은 나름의 값어치를 한 것이다.
놀랍게도 필자의 바람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다. 다음은 한 독자 분이 댓글로 남겨준 사연이다. 필자는 "원론적인 그렇기에 정답에 가장 가까운"이라는 독자의 말에 크나큰 용기와 위안을 얻었다.
브런치에 연재를 시작하면서 면접관으로서 그동안의 경험과 생각을 오롯이 글에 담아낸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욕심이었음을 금세 깨달았다. 얕고 좁은 지식에다 바지런하지 못한 필자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작업이었다.
무엇보다 글을 쓰는 내내 깊은 회의감에 시달렸다. 취업의 정답을 콕 짚어서 알려준다는 자칭 ‘취잘알’들이 득실거리는 현실에서 눈앞의 취업에 쫓겨 유튜브나 단기 속성 컨설팅에서 전수받은 솔루션을 취업의 비법이라고 주문처럼 읊조리는 청춘들에게 ‘취업의 근본력’이라니! 도대체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한숨).
마음을 다잡고 아등바등 써 내려가면서도 “과연 의미가 있을까? 씨알도 안 먹히는 소리”“그야말로 뻘짓 아닌가”를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었다.
그때 반가운 단비처럼 힘과 용기를 주는 댓글을 발견한 것이다. 댓글을 처음 접했던 순간의 감정은 글 쓴 보람이라기보다는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직접 전할 수는 없겠지만 이 글을 빌려 진심 어린 댓글을 남겨주신 독자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쿠오바디스(Quo Vadis)는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는 뜻의 라틴어다. 쿠오바디스! 어디로 가야 할지 신한테 따져 묻고 싶을 정도로 답답한 현실과 마주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취업의 정답을 찾아 갈팡질팡, 오락가락하다가 길을 잃은 청춘들이 지금도 어디에선가 쿠오바디스를 외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발밑만 보지 말고 눈을 들어 별을 보라”는 명언을 남겼다.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발밑을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왜 가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은 더 중요하다.
멀리 내다보아야 방향을 놓치지 않고 길을 잃지 않는다. 당장 손에 잡히는 요령이 아니라 근본력이 여러분을 취업의 길로 이끌어줄 것이다. 누구든지 근본력만 알면 터질 것이다. 취업의 포텐.
드높은 취업의 벽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는 청춘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자 하는 소망으로 책을 썼다.
모쪼록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하는 여정이 취업준비생들이 흔히 놓치지만 성공취업에 가장 중요한 근본력의 의미를 곱씹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이 책에서 취업을 향한 희망의 빛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부디 이 책이 단 한 분의 독자에게라도 취업을 위한 현실적인 조언과 올바른 취업준비 방향을 알려주는 쓸만한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