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유한 Oct 06. 2024

<우리 집>

유유한

어느새 노랗게 물든 풀밭을 보며

그것을 장판 삼아 우리 집 하면 어떨까 생각했어


이쪽에는 너 꽃단장할 때 쓸 화장대를 놓고

저쪽에는 우리 같이 식사할 탁자를 놓는 거야


주변에는 너 좋아하는 풀꽃들을 둘러 심어

울타리 삼아 지내는 거야


우리 집의 지붕은

세상 모든 것을 안은 

넓은 지붕이고


우리 집의 등은

세상 모두를 비추느라 바쁜

아름다운 등이야


가끔은 구름에 숨어 희미한 빛을 내겠지만

그때마다 반딧불이 비서를 보내

주변을 밝혀줄 거야


지붕에서 물이 새는 날엔

낮게 날으는 새들이

커다란 양동이를 준비하라고 

언질을 줄 거야


그럼 우린 양동이에 물을 받아

햇빛 쨍한 여름날 

참방참방 물놀이를 하는 거야


가느다란 바늘구멍에

계절마다 불어오는 실바람을 꿰어


봄에는 민들레를

여름에는 연잎을

가을에는 낙엽을

겨울에는 동백꽃을 

엮은 이불을 만들어


초록이기도 

노랑이기도 할 바닥에

우리 둘이 폭삭 누워 덮는 거야


그러고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부터 온

구름들의 여행기를 듣다가


서로의 품에서

우리의 내일을 기약하며

잠드는 거야


또 아침을 맞이하는 거야

keyw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