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무엇이
장대에 묶인 실이었다. 실의 끄트머리에는 둥그스름한 점이 걸려 있었고, 손잡이처럼 보이는 부분은 직각에 가깝게 꺾여있었다. 위치에 따라서는 직각을 넘은 각도로 보일 수 있으나 아무튼, 낚싯대처럼 보이는 형상을 두고 사람들은 사람들은 환(幻)이라 불렀다. 환을 사이에 둔 호수에서 먹이는 미끼로, 미끼는 먹이가 되곤 했다. 이토록 확연한 두 갈래의 장은 한 자리에 포개어져 공존했고, 환이 있는 세상과 환의 수면 아래 세상 역시 그러했다. 호숫가 곁에 쪼그려 앉은 어떤 사람은 살아서 처음 환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환을 보는 자는 환을 알지 못하고, 환을 보지 못하는 자가 오히려 환을 인식하는 것. 무지는 거리와도 관련이 있었던가. 지렁이가 수면을 뚫고 아래로 내려가는 일만 없었다면 환의 영향은 없었을 거라고. 연녹색 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오는 물고기를 보던 그는 탄식했다. 낚시 바늘에 머리를 꿰어 대롱거리는 지렁이의 세계는 어디까지 환(幻)이었을는지. 무엇이 어디서부터 어디서부터 무엇이. 환상과 가상과 거짓이. 모호하고 서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