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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웅글 Jun 14. 2022

당신의 마음에는 따스한 여름 바람을 가지고 있나요?



마스크를 쓰지 않은 남성에게 버스 기사가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남자는


"아니 끝났잖아요오!"


아무 감정 없이 건넨 기사의 말에 분노란 스위치가 무방비 상태로 눌렸는지 놀란 듯 버럭였다. 아직 버스나 실내 등 좌우 천장이 폐쇄된 곳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 걸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 상황을 버스 기사들은 자주 맞닥트릴 것이다. 나도 승객과 기사의 말싸움을 종종 목격한 사람으로 남자의 버럭에 기사가 지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운전기사는 한 번 더 조심스레


"아직은 버스에서는 마스크를 쓰셔야 해요."


정중한 어투에 여름날 뜨겁게 달아오른 몸을 계곡물에 시원히 담근 듯, 그 말을 들은 남성이 별말 없이 차분히 자리에 일어났다. 갈 곳을 잃은 두 걸음이 앞뒤로 정차된 버스 안에서 흔들리고 눈동자에서는 아득한 혼란스러움이 보이는 것 같았다.


바로 그때 한편에 앉아 계신 어르신이


"여기 마스크 있네!"


연세가 있어 덜덜 떨리는 손으로 마스크 한 장을 뽑아 남자에게 건넸고 그는 꾸벅이며 목 인사로 말 없는 감사를 보냈다. 그런 어르신에 떨리는 손에서 얼마나 많은 만남과 이별을 보냈나 문득 생각하게 됐다.


마음속 작게 ‘세상은 아직까지 살만해.’라는 말에


나는 확답할 수 없지만 인생은 예기치 않은 잔잔한 사람들의 존중과 배려가 있어 회의감에 젖은 축축한 사람에게 선선하고 따스한 여름 바람으로 젖은 마음을 뽀송뽀송하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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