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팅 디자인 브랜드 세이유어네임의 시작
직장인이 아닌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나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에는 늘 잘하는 일부터 하자라는 다짐을 스스로 해왔던 것 같다.
그 시작을 '세이유어네임'부터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가장 잘하고 쉽게 만들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한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이 사업은 나의 공식적인 n번째 사업이다.
주얼리브랜드, 디자인에이전시, 찍먹 해본 핸드메이드 브랜드, 여성의류쇼핑몰, cafe24 템플릿 브랜드...
대략 순서대로 나열해 보면 이런 모습이다.
지금 유지하고 있는 것도 있고, 없애버린 것도 있지만 다 내가 좋아하거나 잘하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디자인에 친숙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사업이었다.
(이마저도 사업가의 마인드에 다다르지 못한 것 같지만-진정한 사업가라면 머리만 쓰고 나에게 없는 역량은 레버리지 하니까)
어쨌든 업계가 싫어서 벗어났더라도 나의 기반은 역시 디자인이다.
짤짤이 용돈벌이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보면 언제나 디자인이었다.
그렇다면 디자인 중에 클라이언트의 요청이 가장 까다롭지 않으면서도 쉽게 할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명함이다.
명함은 늘 소비되고 새로 제작하고, 또 새로 제작할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으로 제작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는 아이템이다.
사실 명함부터 떠올렸다기보다는 주얼리 브랜드를 하면서 제작했던 패키지나 프린팅 디자인들이 내가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다 보니 판매해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시작이었다.
이전에도 몇 가지의 사업을 시도해 봤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도 그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세이유어네임은 이전의 시도보다는 더 빠른 기간 안에 한걸음 더 나아간 모양새다.
최대한 많은 공을 들이지 않고 템플릿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내 작업물의 감성이 살짝 들어간 상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사업 프로세스 중 초기 단계에 속하는 'MVP' 측면에서 본다면 세이유어네임의 MVP는 합리적인 가격이지만 정돈되고 감각적인 디자인 템플릿의 명함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이전보다는 공격적으로(나름대로) 마케팅 비용을 약간 얹으니 매출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세이유어네임'이라는 명함 쇼핑몰은 명함 제작 업체에서 볼 수 있는 명함보다 디자인 한 방울이 추가된 듯한 고급화를 꾀한 거였는데 최근에 고객 설문을 통해 피드백을 받아보니 적중한 것 같다.
아직 업로드할 상품도 이만큼이나 남아있고 정비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이대로 시스템은 유지하면서 파이를 조금씩 키워나간다면 캐시카우가 되어주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
브랜딩을 이야기할 때에도,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셉트이었다.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는 모호한 구석이 있지만 '약간 그런 저런 느낌의 이런 감각이 생각나는 그런 거'인 콘셉트는 따져보면 디테일에서 나오는 것 같다.
명조체를 사용할 때에 느껴지는 분위기, 컬러의 명도와 채도에서 느껴지는 언어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아직 세이유어네임은 '-만의' 콘셉트를 만들기 위한 디테일을 찾고, 채워나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머릿속에 크게 또는 자잘하게 떠다니는 생각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늘 막막하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역시 처음의 다짐처럼 가장 빠르게,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한다.
하다 보면 뭐라도 되겠지.
거창한 포부나 그럴듯한 3개년 5개년 전략은 잘 모르겠다.
내 사업이니까 전략 보고 같은 것 필요 없잖아.
일단 배트부터 휘둘러보는 것이 나의 전략이다.
'뭐라도 되겠지'를 무한 긍정이라며 반박한다면 역시 그 말도 맞다.(반박 시 님 말이 맞음)
무한 긍정도 어쨌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될 수 있으니까.
배트를 이리저리 휘두르다 보면 공 하나 정도 칠 확률이 0보다는 많을 테니.
현재 나의 사업 방향성은 여전히 '잘하는 일부터 하자'이다.
넥스트 레벨은 시스템 안정화 후에 고려해 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