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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KJ 유가장 Mar 05. 2020

긴 회의와 짧은 회의

회사를 10년 다녀보니

참 느긋느긋 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부장님이 있다.

그래서 그 부장님과의 회의가 잡히면 사람들은 있던 저녁 약속도 취소를 하곤 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하나의 주제를 갖고 이야기하는데 밝았던 바깥이 어두워졌다.

사실 중간에 좀 졸기도 했다.

그 부장님은 하나의 질문을 던지기 위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 또한 굉장히 길다.

심지어 몸이 천근만근인데 저녁까지 먹고 가자고 하신다.

몽롱한 상태로 길을 걷고 있는데 물으신다.


“내가 회의를 너무 길게 하지?”

(그 사실을 본인이 인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더 놀라며)

“아… 아닙니다….”

“요즘 사람들 회의 길어지는 거, 참 싫어하는데 말이야.”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그걸 알면서도 왜 그렇게 천천히 회의를 진행하세요?’라는 질문이 너무 하고 싶었다.

그런데 의외로 먼저 말을 꺼내신다.


“내가 자네처럼 과장이었던 시절에 내 상사는 회의를 정말 빨리 진행했어. 생각할 틈을 안 주더라고. 질문을 받고 답변을 하면 다음 질문을 바로 했어. 그래서 난 답변을 하면서 내가 제대로 된 의견을 전달하는가 보다 다음 질문이 무엇일까를 걱정했던 것 같아.”

“그래서 부장님은 일부러 천천히 진행을 하시는 건가요? 상대방에게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요?”

“여백을 활용하는 거지. 숨 쉴 시간이 있어야 해. 안 그러면 결국엔 헐떡이더라고.”


어서 답을 하라며 나를 몰아붙이지만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 상사.

천천히 생각을 하라며 여유를 주지만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상사.

누가 더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틀린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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