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10년 다녀보니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업무로 인해 회사에 출근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회사를 가더라도 동료들과 점심을 같이 먹지 않는다.
가급적 개별 식사를 권장한다는 회사의 공지가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회사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점심시간이 소스라칠 정도로 좋았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회사 상사와 같이 식사를 하는 것도 선호하지 않았고 ‘꼭 점심은 팀원들과 먹어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다.
어찌 보면 회사에서 개별 식사를 하라고 공지까지 내려주니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했던 점심식사를 같이 하지 않으니 회사 사람들과 언제부터인가 딱 ‘업무 이야기’만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한 달 전에 청평에 있는 가든을 갔었는데 회사 동료가 추천해 준 곳이었다.
아이와 영화 ‘주토피아’를 다시 보았는데 회사 동료가 부모가 되기 전에 보았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며 추천해주었다.
요즘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팀원이 테니스를 추천해주었다.
생각보다 점심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가 ‘밥상머리’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는 모양이다.
오죽하면 식구 (食口)의 뜻이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재택근무 때문에 한 달 만에 만난 회사 상사가 있다.
오랜만에 만나니 나도 모르게 나답지 않게 오버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늘은 재택근무가 아니야?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이네.”
“다행이라고요? 무슨 일 있으세요?”
“나 오늘까지 근무해. 진작에 말하려고 했는데 얼굴을 못 보니까 말하기가 그렇더라고.”
“정말요? 너무 아쉽네요.”
자연스럽게 이 대화의 마무리는 이렇게 되었다.
“부장님, 나중에 꼭 밥 한 끼 같이 해요.”
생각보다 밥이 갖고 있는 힘이 큰 모양이다.
점심시간은 밥 먹는 시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코로나 덕분에 이야기를 하고 서로에 대해 더 알아가면서 밥도 먹는 시간 임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