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구독자는 몇 명이나 될까만..
브런치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지났다.
회사생활에 지쳐 돌파구를 찾던 나에게 어느 날 글쓰기가 다가왔다.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고, 감정과 상황을 살피며, 나를 객관화해 보는 글쓰기라는 작업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로부터 3년.
81개의 글이 쌓였고 드디어 구독자가 100명이 되었다.
구독자 천명, 만 명을 보유한 기라성 같은 작가님들에 비하면 미약하기 그지없지만 100이라는 숫자가 너무 마음에 든다.
공대 출신에 독서량도 많지 않고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그래도 고등교육을 거치고 매일 보고서 쓰는 게 주된 업무인 회사원을 20년 가까이했으니 기본적인 글력은 있을 것이다.
남들 하는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에 결혼도 하고 자녀도 키우고 있으니, 남들만큼의 이야깃거리도 있으리라.
현장 실무의 경력이 길수록 장인이 되고 달인이 되는 것처럼 글쓰기도 분명 쓰면 쓸수록 실력이 늘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참으로 어렵다.
브런치에 구독자 100명이라는 숫자를 보자마자 빨리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한 지 벌써 두 달이 훌쩍 넘었다.
주말마다 글을 써야지 생각했고, 열흘간의 긴 추석 연휴에 또다시 마음을 다잡았지만 좀처럼 시작하기가 쉽지 않았다. 드디어 연휴 마지막 날 오후가 되어서야 미루고 미뤘던 글을 힘겹게 끄적이고 있다.
글쓰기는 정말 고된 작업이다.
글 한편, 아니 한 문장, 한 단어도 그냥 써지는 건 없다.
도파민으로 절어있는 뇌를 풀가동해서 적절한 어휘를 찾고 편안한 어순을 만들어내야 한다.
글의 완성도는 차치하고 그런 힘든 과정을 거쳐 81편의 글을 만들어낸 나 자신이 매우 대견하다.
글을 시작할 때까지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조금씩 써내려 가다 보면 점점 스트레스는 쾌감으로 바뀐다. 막막하던 화면 속 여백의 공간들이 천천히 채워지면서 어렴풋이 글의 형체를 드러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놀라운 과정이다.
작은 성공 체험이고 뿌듯한 경험이다.
예전의 글들을 읽어보며 스스로 감동하기도 한다.
이것이 진정 내가 만들어낸 문장이고, 이야기이고, 작품이란 말인가.
물론 내 기준에서다. 프로들이 보기에는 부족함과 허점 투성이겠지만 말이다.
과거의 크고 작은 에피소드와 사건들. 그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생각, 그리고 감정들까지.
기억력이 나쁜 나로서는 소중한 내 인생의 순간들을 복기해 볼 수 있는 너무나도 유익하고 유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길러진다는 사실이다.
글쓰기를 계속해 나갈수록 점점 생각을 논리적으로 하게 되고, 예전보다 말을 조리 있게 하고 있다는 걸 어느 날 느꼈다.
순간순간 수없이 생겨나는 생각들을 분류하고 판단하고 정리하는 일이 얼마나 고도의 집중력과 에너지를 요하는 정밀한 작업인지, 그리고 그것이 나의 성장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구독자 100명도 안되어 깨달았음에 감사한다.
그것이 오래 쉬었지만 다시 글을 쓰는 이유다.
그리고 계속해서 글쓰기를 놓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어쩌면 지인들만 모아도 쉽게 달성할 숫자인지 모를 구독자 100명을 기념하여 글쓰기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해 볼 수 있으니 오늘도 참 유익한 글쓰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