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교실에 타로카드 상담소를 열었다.
첫 번째 손님이 연애 상담을 한다.
펼쳐진 카드 중 어떤 카드를 집든 상관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아이의 특성과 최근의 고민만 대략 주워 들어 알고 있으면 된다.
이 아이는 운동부 소속이다.
운동하다 보면 남자 운동부 아이들과도 자주 만나게 돼서 이성에 눈 뜬 아이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자, 그림카드를 한 장 뽑아서 보지 말고나한테 건네줘. 카드의 방향도 중요하니까 이렇게 줄지 반대로 줄지 잘 결정해 줘. (카드를 건네줌) 그림이 어떻니?"
"달이 있고, 사람이 있어요. 막대기들이랑."
"그렇지. 달은 신비로움. 네 마음에 원하는 것이 뭔가 존재한다는 걸 의미해. 주변에 막대기들이 많은 것으로 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거나, 괜찮은 사람이 많다는 걸 의미할 수도 있어."
나는 최대한 대략적으로 두리뭉실하게 말한다.
옆에 있던 주변 친구들이 소리친다.
"올 ~~ 박oo 너 좋아하는 사람 있어?!"
"맞아요! 얘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너 김oo랑 사귀잖아~"
카드를 뽑은 아이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웃고 있다.
난 신중한 눈빛으로 카드를 보며 말을 이어간다.
"여기, 사람이 뒤돌아 서있지? 신중하게 생각해야 네가 원하는 연애를 하게 되거나, 네가 좋아하는 사람과 친해질 수 있어."
아이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건지 알듯 말듯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고, 난 내가 말했던 것들을 종합해서 마무리 지었다.
"서o이 주변에 괜찮은 사람이 많네. 잘 만나고 싶으면 충동적으로 사귀지 말고 잘 생각해서 신중하게 사귀어야 해. 알겠지?"
"네 ~"
주변에 모여있던 아이들은 와, 이 집 용하네. 대박! 어떻게 알았지?를 외치며 신나 했다.
총 다섯 명까지 타로 상담을 해주었는데 학업운, 오늘의 운세, 진로, 가까운 미래 운 등을 보았다.
작년에는 좀 더 일찍 개장했었고 복도에 빈 책상을 두고 상담소를 운영했었다.
덕분에 손님이 많았고, 정확도를 위해 상담하러 온 아이가 카드를 뽑으면 해설책을 펴서 말해주었다.
시간이 많이 걸려서 힘들었었다.
올해는 늦게 연대다 너무 많이 상담을 해줄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최대 다섯 명까지만 봐주기로 했다.
타로카드 상담의 원칙.
첫쨰, 최대한 좋은 말을 해준다.
둘째, 아이의 단점을 고칠 수 있게 포장해서 잘 말해준다.
셋째, 진지한 연기자의 자세로 임한다.
아이들은 재미로 계속 상담받고 싶어 했다.
물론 이게 뭐야? 하며 지켜보는 아이들도 많았다.
타로상담 자격증 같은 것도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 그것까지 도전은 못하겠다.
시간 될 때 타로 해설책을 펼쳐서 카드별 핵심어만 좀 익히고 있다.
바보는 자유로움, 펜타클은 성장과 끈질김...
업무차 우리 교실에 들르신 교무부장 썜도 타로카드 운세를 봐드렸다.
한 손에 컵을 들고 말을 타고 있는 기사. 정방향 카드.
"무슨 카드야?"
"음... 좋은 카드예요. 좋은 일이 있을 것 같네요~ 승진하시려나요?"
"승진은 무슨, 재밌네?"
하며 활짝 웃고 지나가셨다.
재미로 보는 믿거나 말거나 우리 반 타로카드 상담소.
무료는 아니다. 유료다. 학급화폐로 500원을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