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학교에서 제일 신나는 순간들
교단일기
1. 쉬는 시간
2. 점심시간
3. 체육시간
4. 사물놀이 시간
5. 미술시간
6. 학급회의 시간
7. 집에 가는 시간
시간의 순서대로 한번 나열해 보았다.
조만간 4,5, 6학년 투표를 한번 해봐야겠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아, 집에 가고 싶다."를 외친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이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서면 아침시간에 이야기하고 노느라 바쁘다.
아이들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배드민턴, 술래잡기, 줄넘기, 공놀이 등을 하러 나간다.
학교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터나 가까운 유치원 놀이터, 넓은 운동장으로 나가 놀기도 한다.
신나게 놀다가도 기가 막히게 수업 시작 시간에 거의 맞춰서 교실로 들어온다.
심하게 늦지 않는 한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는 편이다.
점심시간은 학교 생활의 꽃.
급식 메뉴판은 교과서보다 소중하다.
아이들은 학교에 오면 꼭 오늘의 급식 메뉴를 정독한다. 그리고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친절하게 알려준다.
"와! 오늘 불족발이야!"
"선생님은 산채 비빔밥이 좋으세요, 그냥 비빔밥이 좋으세요?"
"(내 비빔밥 그릇을 보며)와, 선생님 그릇은 왜 이렇게 커요? 부럽다..."
아이들은 점심을 얼른 먹고 나가서 놀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급하게 먹는 편이다.
그래서 급식 지도는 필수다.
"얘들아, 급식 예절 잘 지키면서 천천히 먹자!"
체육시간은 사랑인데 체육시간에 친구들과 하는 피구는 매일 해도 지겹지 않다.
피구는 사실 사람을 공으로 맞추는 게임이기 때문에 상당히 위험하기도 하다. 언젠가는 6학년과 피구 경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배에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멍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게임 에티켓을 잘 가르쳐야 한다. 2학기에 다시 한번 6학년과 피구경기를 하게 되었는데 여러 가지 안전규칙을 자세히 설명했다.
규칙 1.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규칙 2. 상대방의 얼굴이나 머리 등을 맞추거나 상대방을 게임 도중에 울릴 경우 진심 어린 사과 후 1분간 퇴장한다.
규칙 3. 자기가 피구를 잘한다고 상대편을 약 올리지 않는다.
규칙 4. 게임 에티켓을 잘 지킨다. (자기편 내에서도 비난하지 않기 등등...)
요새 체육시간에 외국 민속무용 발표를 준비하다 보니 다른 체육활동을 많이 하지 못하자 불만이 쌓이고 있다.
11월에 학습발표회가 있어서 일주일에 2번 사물놀이 연습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정말 신명 나게 잘 친다.
"야! 1교시 사물놀이래!"
아이들은 국악실로 펄쩍펄쩍 뛰어간다.
물론 2번 정도 연습하면 너무 열심히 해서 더 이상 칠 여력이 없다.
미술시간도 아이들이 많이 기대하고 항상 하고 싶어 한다.
오늘은 액션페인팅을 해봤는데 아이들이 신나게 물감을 뿌려댔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면 아주 뿌듯해한다.
매주 금요일 학급회의 시간에는 자리를 바꾼다.
순서가 잘 뽑히기를 기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항상 귀엽다.
뽑힌 순서대로 자기가 원하는 자리를 고른다. 학급쿠폰으로 한 달간 원하는 자리구매하기, 2주간 긴 책상 사용하기, 바퀴 달린 의자 1주일간 사용하기 등이 있는데 아이들이 종종 사용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들은 좋.아.바. 회의 시간에서 일주일간 좋았던 점, 아쉬웠던 점, 바라는 점을 폭풍 쏟아놓는다.
자기 자리 청소 및 학급 역할을 마치고 집에 가는 시간이면 아이들이 신나게 인사하고 집에 간다.
"안녕히 계세요!"
아이들이 모두 가고 휑한 교실을 돌아보다 어떤 아이가 미처 집어넣어놓지 않은 교과서 표지를 본다.
과학 -> 과함
수학 -> 순함
영어 -> 형아
국어 -> 북어
나 어릴 때나 지금이나 수업은 왜 이렇게 지겨운지...
교과서 제목이 다 바뀐 것에 폭풍공감한다.
+선생님이 학교에서 제일 신나는 순간들
1. 하교시간
2. 점심시간
3. 쉬는 시간
4. 과학시간(전담시간임)
5. 보건시간(전담시간임)
6. 음악시간(전담시간임)
7. 영어시간(전담시간임)
8. 미술시간
9. 학급회의시간
10. 사물놀이시간
나도 수업하는 시간 별로 안 좋아하는구나...아이들이랑 똑같네.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