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일기
분홍색 고무장갑을 끼고 깔끔이 역할을 하기 위해 걸레를 물에 적시러 가는 스*스.
내가 처음에 알려준 대로 꼭 고무장갑을 끼고 시작한다.
걸레를 물에 묻혀 꼭 짠 후 대에 붙여서 교실 이곳저곳을 민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정리담당 파*가 또 다른 깔끔이 담당인 다*드 대신 이걸 해도 되냐고
바디랭귀지를 섞어가며 러시아어로 물어본다.
언제나 해맑고 귀엽게 웃는 표정의 파*의 부탁에 나는 거절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한다.
분홍색 고무장갑이 꽉 끼는 게 웃기는지 손에 간신히 넣으며 깔깔 웃는다.
친구가 하는 모습을 보며 걸레를 빨아왔고 여기저기 열심히 닦는다.
퐁퐁은 아주 조금만 묻히라고 했는데 다*드가 조금 많이 쏟았는지
바닥에 흘린다.
아이들은 흘린 것도 뻑뻑 닦은 후 걸레를 빨러 간다.
쓰레기를 버리러 갔던 내가 올라오니 자신의 역할을 다 마친 깔끔이들과 정리담당 아이들이 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선다.
나도 펜과 종이를 들고 함께 교실을 나섰다.
그러자 스*스가 묻는다.
"선. 생. 님. 어디 가요?"
러시아어 특유의 억양이 묻어있다.
나는 바로 돌아보며 대답한다.
"응, 선생님 회의 가. 잘 가~!"
"네. 안녕히 계세요!"
회의실로 가는 내내 스*스가 나에게 건넨 말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속으로 몇 번이나 더 생각했다.
선생님 어디 가요.
선생님 어디 가요.
내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아이의 관심이 진심으로 고마웠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모범생이었던 스*스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어도 한국어를 많이 알아듣고 곧 잘 말한다.
한국어 못하는 외국 친구들도 많이 도와준다.
한국어 습득이 많이 어려운 짝이 자꾸 장난을 걸어도 화를 낸 적도 없다.
올해는 외국인, 특히 고려인 학생들이 학급에 절반 정도 있는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한 반에 한국,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4개의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있다.
언어가 달라 소통의 어려움이 많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며 말로, 몸짓으로, 눈빛으로 그리고 마음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있다.
*고려인은 구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러시아, 중앙아시아 지역에 거주하는 약 50만 명가량의 한민족 동포를 가리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