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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 빛났던 순간 10

교단일기

by 쏭쏭이쌤

막*이 아침부터 친구와 다투고 속상했는지 점심시간에 줄을 서면서 말한다.


"선.생.님. 밥 안 먹을래요."


한국어 문장을 완전하게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특한 것도 잠시,


"안돼. 점심은 먹어야지. 속이 안 좋으면 조금만 먹어. 알겠지?"


알아듣는 듯 마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자기 줄로 간다.


점심을 먹으며 막*을 힐끗 쳐다보았다.

열심히 먹는 모습에 안심됐다.


미술시간에 열심히 색칠하고

두툼한 손바닥에 붓으로 물감을 발라주니 간지럽다고 웃는다.

커다란 손바닥 도장을 찍을 때 사랑을 담아 손등을 살짝 눌러주었다.


***


볼이 빨갛게 달아오른 파*를 불렀다.


"엄마 아빠 번호 이거 맞니? 동생반 선생님이 연락이 잘 안 된대. (번호 가리키며) 마마, 파파!"


처음엔 갸웃하더니 알아들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며

번호를 살핀다.


번호가 맞다고 웃는 파*에게 볼이 왜 이렇게 빨갛냐고 물어봤다.


친구에게 통역을 도움받더니


"술래잡기!" 한다.


귀엽다가 러시아어로 뭐냐고 물으니

밀르이! 한다.

친절하게 칠판에 러시아어 알파벳도 써준다.

예쁘다는 뭐냐니까

크라씨븨라고 한다.


"파*! 크라씨븨!"


하니까 쑥스럽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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