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에 깊숙하게 들어온 배구에 대하여
V리그를 보면서 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작정 ‘서울 여자 배구 동아리’를 포털 사이트와 온갖 SNS에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실 그렇게 많이 찾아보지 않았고 그냥 처음 나오는, 그나마 집에서 가까운 동호회가 눈에 들어왔다.
서대문 쪽이면 멀지도 않고,, 주말에 하는 거면 나쁘지 않겠는걸.. 이라는 가벼운 마음이었지만,
생각보다 신청을 바로 갈기진 못하고 마음 속에 담아두고 있었다.
사회 생활을 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용기도, 시간도 없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괜스레 어색하게 느껴지는 시기였다.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혼자는 못할 것 같아서 용기를 못내고 있던 때에,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함께 여자배구에 빠져 V리그를 같이 보던 친구 A에게 불어봤다.
'내가 여자배구 동호회를 하나 찾았는데, 혹시 같이 할래..?'
감사하게도 A를 흔쾌히 같이 하고 싶다고 말해줬다. 그렇게 우리는 배구 동호회에 신청을 갈겨버렸다.
그렇게 나는 시작해버렸다, 배구를. 그렇게 배구를 시작한 이후, 내 삶은 더욱 배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부터 나는 운동을 좋아했고, 새로운 운동들을 곧잘 배우고 따라했다.
하지만 배구만은 달랐다. 생각보다, 아니 생각 이상으로 배구는 어려운 운동이었다.
던져진 공을 언더 패스로 받는 것이 조금 익숙해지는 것만으로 몇 달이 걸렸다.
세터들이 주로 하는 오버 토스는 나중 일이었다.
일단은 배구의 기본 동작에 익숙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생각했던대로 나의 동작이 나오지 않고,
자꾸 공이 내 팔에 맞고 예쁘게 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여기 저기 튀어버렸다.
운동에 있어서는 승부욕이 강한 사람이기에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럼에도 내가 계속 배구를 했던 이유는 정말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팀스포츠의 매력을 느껴버렸기 때문이다.
김연경 선수가 한 인터뷰에서 말했듯, 배구는 절대 혼자서 할 수 없는 스포츠다.
다른 스포츠도 마찬가지지만, 배구는 더욱 더 내 손으로만 끝낼 수 없다.
동료들이 받아주고 올려주고 때려줘야만 점수를 낼 수 있다.
처음 기본기를 배울 때는 일단 내 것 하는 데 정신이 없지만,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하고 미니 게임을 하다 보면 옆에 같은 팀원들과 얘기하면서 운동을 하게 된다.
'마이'를 외치며 내가 먼저 달려가서 받고, 내가 잘 못 받아서 튄 공을 옆에 동료가 받아주고,
서로 소통 오류로 공을 받지 못하면 여기까지는 내가 책임질게, 저기는 네가 책임져줘 하며 소통하고.
내가 실수하면 저기서 커버해주겠지, 누군가 실수하면 내가 커버해줘야지하는 믿음과 팀워크가
조금씩 느껴지니 팀스포츠의 너무나 큰 매력을 느껴버렸다.
배구를 하며 점점 느낀 점은 배구는 어쩌면 완벽한 협업이고
이는 내가 하는 일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어벤져스 팀이라도 내가 잘 하는 것을 알고 남이 잘 하는 것을 알고
서로 믿고 의지하고 도와가며 각자의 장기가 최상으로 발휘될 수 있게 하는 것은 결국 소통과 연습이다.
사실 내가 하는 방송 일도 마찬가지다. 이는 정말 완전히 협업해야만 이루어낼 수 있는 것이다.
배구를 하기 전까지만 해도 팀으로 하는 일에 있어서 남이 잘하는 것과 내가 잘 하는 것을 이해하고
각자의 장기를 어떻게 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소통하고 고민한 기억이 적다.
그저 주어진 각자의 일만 하고 이를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시너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배구를 하며 깨달았다.
시너지를 위해서는 내가 속한 팀원들의 장단점, 나의 장단점을 알고 어떻게 보완하여 점수를 낼 수 있을지
계속해서 소통하고 연습하고 고민해야 한다는 것을.
이를 내가 하는 일에도 적용하니 일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고,
좋은 평가를 받으면 마치 함께 완벽한 플레이로 득점을 하듯, 기뻤다.
배구를 시작한 덕분에 나는 팀워크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고, 내 삶에도 너무나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배구는 하면 할수록 어렵고 힘들지만, 더 잘하고 싶어진다.
우리 팀과 더욱 하나가 되어 좋은 플레이를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사람이 모이면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고,
각자가 원하는 배구 플레이와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에 불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나는 팀을 두 번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