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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뉴 Sep 26. 2024

20대를 떠나 보내며.

1995년생 김유선입니다. 한국 나이 대로라면 작년에 20대를 떠나보냈어야 맞지만,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20대를 보내는 마지막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주어진, 만 29세입니다.


10대에서 20대는 되게 드라마틱한 변화로 느껴집니다. 술과 담배가 허용되면서 법적으로 정의한 '성인'이 되는 거니까요. 반면 20대에서 30대는 그렇게 큰 변화가 없습니다. 내 나이 앞자리가 바뀐 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거죠. 당사자만 좀 신경 쓰일 뿐, 사회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렇게 20대, 30대에 집착하는 이유는 몇 년 동안 마음속에 담아 둔 하나의 신념 때문인데요. 20대 초반부터 저는 '三十而立'라는 공자의 말씀에 꽂혀 30살에 자립하고 말겠다고 새기고 또 새기며 살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三十而立'는 '학문이나 견식이 일가를 이루어 도덕상으로 흔들리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저는 이게 서른 때까지 배운 것을 바탕으로 자리를 잡아 자신만의 독립적인 길을 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경제적 자립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자립을 포함한 진정한 독립을 의미한다고 보는 것이죠.


정부 정책이 바뀌기 전에 한 번 30대를 맞이했습니다. 매년 여수의 한 바다에서 1월 1일 떠오르는 새해를 보며 소원을 빌기에 해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합니다. 이번엔 스스로에게 '과연 바라는 대로 자립했는가?'라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자립은 이룬 것 같아요. 제 나름대로요. 근데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공자는 자립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건 얘기해 주시진 않으셨거든요. 30대를 맞은 저는 더 이상 기대되는 게 없고, 목표 의식을 잃은 듯한 허무함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저는 시시한 30대를 맞이했습니다. 제 신념에 약간 스크래치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30대라는 걸 사회는 신경 쓰지 않으니 변화도, 의미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처럼 정책이 바뀌면서 사회는 저를 다시 20대로 보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이게 저에게 '유예 기간'을 주는 느낌이었고요.


'몇 개월의 유예 기간을 줄 테니 너의 신념을 제대로 실현시켜보라.' 이런 의미 같달까요?


다시 한번 맞는 30대를 시시하게 받아들일 순 없습니다. 저에겐 큰 의미가 있는 30대이기 때문에 좀 재밌게 맞아보고 싶었어요. 그 의미가 무슨 파티를 주최하는 그런 게 아니고, 제 마음에 파도가 크게 일렁이는 그런 일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어떻게 의미 있게 30대를 맞이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여전히 방법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렇게 해결 하려 해도 해결 되지 않던 문제에 대한 답을 최근 우연히 유튜브에서 찾았습니다.


유튜브 채널 짐종국을 아시나요? 가수 김종국 님이 운영하는 헬스 채널인데요. 거기에 조세호 씨가 나오는 편을 보고 있었습니다. TMI지만 저는 조세호 씨를 되게 좋아하고 존경하거든요. 그래서 그분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가지 않고 제 마음에 남았던 것 같아요.


"39살에 내년에 마흔 살이 되는데 좀 다른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굉장히 변환점이 좀 필요했다."


어? 이거 완전 내 얘기잖아? 싶더라고요. 30대를 맞이했음에도 별 느낌이 없었던 것은 변환점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좋은 변환점을 스스로에게 만들어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그 변환점을 고민 끝에 '리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20대 인생에 대한 리뷰요. 그리고 이걸 통해 제 20대를 제대로 마주하며 졸업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 리뷰가 20대는 떠나보내고, 30대를 맞이하기 위한 마음을 비우고 새롭게 채우는 시간이 되길 바라는 거죠. 그리고 이 글들을 두고두고 읽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30대 시작이 제 나름대로 재밌을 것 같고요.


2025년 1월 1일, 이날도 여느 해와 같이 여수 바다에서 새해를 맞이한다면, 그때 다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려고 합니다. '과연 바라는 대로 자립했는가?' 그럼 거기에 주저 없이 대답하고 싶어요. '네, 자립해서 저만의 길을 가고 있고요. 30대는 지금 이 경험들을 바탕으로 더 다채롭게 보낼 준비가 된 것 같아요.'라고요.


우선 시간 내주셔서 읽어주심에 감사드리며,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2024년 9월 애정하는 도시 치앙마이에서, 이 글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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