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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 이야기] 과학고생의 공부법

앞으로도 사용할 나의 공부법

by 지훈

저는 학원 없이 과학고 1학년 생활을 보냈습니다. 과학고에 입학하기 전까지도 오로지 집에서 스스로 공부했죠. 부모님께서 학원비를 부담하기 어려운 형편도 아니었고, 학원을 다니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혼자 공부하는 것이 더 맞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저는 누군가의 지도를 받기보다,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쉽지는 않았습니다. 당시 과학고에서는 전자기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었고, 평일에는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기 때문에 의지할 곳이 오직 학교 선생님들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어떻게 나만의 공부법을 찾았고, 그것을 어떻게 발전시키며 성과를 냈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과학고에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지만, 이 원칙은 모든 과목과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공부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법이 왜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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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잘하려면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오래 앉아 있느냐가 아니라, 앉아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우느냐입니다. 즉, 시간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옳은 방법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일입니다. 하지만 공부법을 찾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거듭하게 마련이고, 나만의 방법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선생님이나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참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어느 정도 기본적인 틀을 잡은 후에는 공부법을 고정시키지 말고 끊임없이 수정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습 환경이나 나의 수준, 목표에 따라 공부법은 유연하게 변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공부법 설정


과학고 1학년 시절, 저는 질문할 곳이 오로지 학교 선생님들뿐이었습니다. 전자기기가 금지된 상황에서, 인터넷 검색이나 동영상 강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제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나 해결이 필요한 문제들은 모두 선생님들의 도움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저는 단순히 문제 풀이 방법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공부법 자체에 대한 조언을 구했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증명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물리 문제를 풀 때 어떤 개념을 우선적으로 떠올려야 하는지,

개념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이런 구체적인 질문을 준비해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물리와 수학은 제가 상대적으로 감을 잘 잡지 못했던 과목이어서, 질문의 빈도가 더 높았습니다. 때로는 자주 찾아가는 제가 귀찮게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지만, 결국 내 성적을 올리는 건 내 몫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주 선생님을 찾아뵐 수밖에 없었습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라도 궁금한 것을 해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끊임없는 점검과 실행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지만,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잘못된 방법으로 공부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단순히 시간을 많이 들이는 것이 아니라, 옳은 방법으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옳은 공부법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그 답을 메타인지에서 찾았습니다. 메타인지는 간단히 말해, 자신의 공부 상태를 점검하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입니다.


1. 나는 이 내용을 정말 알고 있는가?

“안다”는 것은 단순히 암기한 것이 아니라, 어떤 문제 상황에서도 그 내용을 활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2. 모르는 부분은 무엇이고, 어떻게 채워야 할까?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인지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입니다. 공부법이 올바르게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잘못된 방법으로 시간을 낭비할 위험이 큽니다.



시험을 최종 점검 도구로 활용하기


저는 공부법을 고정시키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시키기 위해 시험을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시험을 단순히 성적을 평가하는 수단으로 여기지만, 사실 시험은 나의 공부법을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시험이 끝난 뒤, 저는 틀린 문제와 애매했던 문제를 표시해 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1. 왜 이 문제에서 막혔을까?

문제를 읽고 긴장했거나,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이유를 분석했습니다.


2. 시험 중 어떤 부분에서 실수를 했을까?

계산 실수, 개념 혼동 등 실수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파악했습니다.


예를 들어, 미적분 문제에서 계산을 대충 하다가 큰 실수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계산 문제를 소홀히 하지 않고, 묵묵히 연습을 이어갔습니다.


또한, 시험을 통해 출제 경향채점 기준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한 과정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어떤 스타일로 문제를 내는지, 서술형 문제에서는 무엇을 중점적으로 채점하는지 등을 분석하면, 이후 공부 방향을 더 효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계획 - 실행 - 점검의 선순환


저는 공부법이 어느 정도 자리 잡은 뒤, 계획 - 실행 - 점검이라는 세 단계를 반복하며 공부를 이어갔습니다. 이 선순환 구조는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제가 스스로 성장하며 효율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1. 계획

공부를 시작하기 전, 가장 먼저 했던 것은 계획을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이 과정을 단순히 해야 할 일 목록을 만드는 작업으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그것을 실현 가능한 단계로 나누는 작업이었죠.


1. 한 달 단위 목표 설정

한 달을 기준으로 가장 큰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 수학: 미적분 전반을 정리하고, 개념 문제와 계산 문제를 완벽히 이해한다.

- 물리: 1학기 교과 내용을 심화하고, 실전 문제에서 실수를 줄인다.

- 생명과학: 유전 파트의 개념을 완벽히 암기하고, 관련된 서술형 문제 풀이를 연습한다.


한 달이라는 기간은 목표를 설정하기에 적당히 긴 시간입니다. 구체적인 학습 내용과 범위를 고려해, 한 달 후에 어떤 상태에 도달하고 싶은지를 명확히 했습니다.


2. 주 단위 목표 설정

큰 계획을 바탕으로 매주 수행해야 할 학습량을 나눴습니다.


예를 들어, 첫 주에는 미적분의 특정 단원을 학습하고, 두 번째 주에는 이를 심화 문제에 적용하는 방식으로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주 단위 목표를 설정하면 일주일간의 학습량을 관리할 수 있어, 목표 달성 여부를 수월하게 점검할 수 있습니다.


3. 하루 단위의 실행 계획

매일 아침 혹은 전날 밤, 하루의 학습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습니다.


“오늘은 미적분의 기초 개념을 정리하고, 연습 문제 10문제를 푼다.”

“물리에서는 특정 개념의 이해를 위해 관련된 문제를 5개 풀고 풀이 과정을 점검한다.”


세부 계획을 세울 때는 욕심을 부리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너무 많은 목표를 설정하면 하루가 끝났을 때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루의 계획은 “꼭 달성할 수 있는 범위”로 설정하고, 남은 시간은 복습이나 추가 학습에 활용했습니다.


계획 세우기 팁:

- 우선순위 설정: 중요한 과목이나 어려운 단원을 먼저 배치했습니다.

- 시간 관리: 각 과목별로 필요한 시간을 설정해 균형 잡힌 학습이 되도록 했습니다.

- 가시화: 계획을 달력이나 플래너에 적어두고, 완료한 항목은 체크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성취감을 얻고, 공부에 대한 동기를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2. 실행

계획을 세운 뒤 가장 중요한 것은 실행입니다. 실행 단계에서는 단순히 계획된 학습량을 소화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내 학습 상태를 점검하며 효율성을 높이려 노력했습니다.


1. 실행 중 점검하기 (메타인지 활용)

저는 학습 중에도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지며 진행 상황을 점검했습니다.


“이 개념을 정말로 이해했는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가, 아니면 답지에 의존하고 있는가?”

“지금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가?”


예를 들어, 미적분의 특정 공식을 공부할 때, 단순히 공식을 암기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이 공식이 어디서 유도되었는지?”

“다른 문제 상황에서 이 공식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를 고민하며 학습했습니다.


2. 효율적 실행을 위한 도구 활용


- 복습 카드: 생명과학 용어나 물리 개념처럼 암기해야 할 내용은 플래시카드로 정리해 반복 학습했습니다.

- 요약 노트: 하루 동안 학습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해, 그날의 공부를 복습하며 마무리했습니다.


3. 학습의 몰입을 위한 환경 조성


- 독서실이나 조용한 공간에서 계획한 시간 동안 집중했습니다.

- 50분~70분 학습 후 10분 휴식을 취하며, 학습 효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3. 점검

실행이 끝난 뒤에는 반드시 점검 단계를 거쳤습니다. 점검은 단순히 “잘했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내 공부법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평가하고, 필요한 개선점을 찾는 과정이었습니다.


1. 시험 분석하기

시험은 제게 단순히 성적을 매기는 도구가 아니라, 내 공부법의 효과를 점검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틀린 문제 분석: 시험이 끝난 뒤, 틀린 문제나 애매했던 문제를 표시한 뒤, 왜 틀렸는지 분석했습니다.


“개념을 몰랐던 건지, 계산 실수를 한 건지?”

“문제를 읽을 때 긴장해서 오답을 적었는지?”


출제 경향 파악: 선생님이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이나 문제 유형을 파악해, 다음 시험 준비에 반영했습니다.


2. 점검 후 개선하기


- 계산 실수를 자주 했다면, 계산 문제를 따로 모아 연습했습니다.

- 서술형 문제에서 점수가 깎였던 이유를 분석해, 답안 작성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 시험 문제를 교과 내용에 연결해,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명확히 파악했습니다.


3.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기

시험에서 틀린 문제나 실수는 더 나은 공부법을 위한 중요한 힌트였습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교훈을 바탕으로 다음 계획을 수정하며, 계속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효율성 : 학원은 선택하는 것이다.


과학고 1학년 시절, 제가 가장 절실하게 깨달았던 것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시험 준비 기간은 짧았고, 학습량은 방대했습니다. 특히 수학을 예로 들자면, 중간고사에서는 수학(상) 전 범위를 다루었고, 기말고사에서는 수학(하) 전체를 공부해야 했습니다. 내용의 깊이와 방대한 양을 감안하면, 한정된 시간 안에 이 모든 것을 제대로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는 공부법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그 고민은 조기 진학을 준비할 때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가 택한 것은 학원과 교재였습니다. 과목마다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원과 교재를 내가 필요한 것을 보완해 줄 도구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학원을 처음 선택했을 때, 저는 많은 학생들이 다니는 유명 학원을 고르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평가가 좋은 학원이라면 저에게도 효과가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첫 학원 선택이 반드시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물리를 상대적으로 어려워했기 때문에 물리 학원에 등록했는데, 그곳의 수업 방식이 저와 맞지 않는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습니다. 학원의 수업이 제게 필요한 기초 개념보다는 문제 풀이 중심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학원에서는 성적을 올릴 수 없겠다는 판단이 들자, 과감히 학원을 끊고 다른 방법을 찾았습니다.


반면, 생물 학원은 제게 아주 잘 맞았습니다. 생물은 개념의 이해와 암기가 중요한 과목이었는데, 그 학원에서는 개념부터 차근차근 정리하며 서술형 문제 풀이까지 꼼꼼하게 지도해 주었습니다. 제게 부족했던 부분을 정확히 보완해 줄 수 있었기에, 저는 오랫동안 그 학원을 다녔습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학원의 유명세나 친구들의 추천보다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줄 수 있는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내가 학원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학원을 내 공부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교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학, 물리, 생물 등 과목별로 필요한 교재를 직접 확인하고, 제게 맞는 것을 골랐습니다.


학원과 교재를 선택한 후에는, 이를 단순히 따라가기만 하지 않고, 나만의 방식으로 활용했습니다. 학원의 수업에서 선생님이 설명해 준 공부법을 참고하되, 저에게 맞지 않는 부분은 과감히 수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물리 학원에서 제공한 문제집이 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어려웠던 경우, 기본 문제집을 추가로 구매해 병행하며 제 페이스를 유지했습니다. 학원이 저와 맞지 않다고 판단되면 과감 없이 그만두었습니다.


교재는 단순히 문제를 풀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약점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문제를 풀다가 틀린 부분은 바로 답지를 보지 않고, 스스로 왜 틀렸는지 고민했습니다. 또, 오답 노트를 만들어 틀린 문제를 정리하고, 시험 전에 반복적으로 복습했습니다.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상기시키기 위함이었습니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교재에서 다뤘던 문제를 시험과 비교하며, 나의 학습이 시험과 얼마나 잘 연결되었는지도 점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학원과 교재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거나, 학습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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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 실행, 점검의 선순환은 단순히 공부를 잘하기 위한 방법을 넘어, 스스로 성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이 구조를 통해 저는 공부에 대한 주도권을 가질 수 있었으며, 성적의 상승뿐만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는 단순히 성적을 올리는 도구가 아닙니다. 자신을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며 성장하는 여정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은 배움과 성장은 단순히 시험 성적 이상의 가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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