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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세이스트 Apr 01. 2022

어울리지 않아도 내가 좋으면 그걸로 충분하니까

신기한 일이다.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귀여운 제품들을 사 모으게 된다. 세련된 제품들은 멀리하고, 자꾸 영원히 소장하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물건들만 사게 된다. 


최측근과 지인들은 말한다. 

"우리 나이에 하기는 너무 심하게(?) 귀여운 것 아니야?"
"네 이미지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야!"

이런 반응에 난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뭐 어때? 안 어울려도 내가 좋으면 그만이지!"

그렇지 않은가. 다른 이들이 아무리 자신의 의견을 말해도, 그건 그저 그들의 의견일 뿐이다. 실제로 그 제품들을 사용하는 내가 마음에 들면 된 것이다. 내가 그것들로 인해 기쁘다면,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 물건이 나를 매순간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삭막한 나의 삶에 약간의 즐거움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면,  다른 누구의 시선과 조언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최근에 에어팟 케이스를 샀다. 한때 뭇사람들의 마음을 케어베어가 그려진 제품이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서 우연히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스가 너무 멀쩡해서, 그저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만 했었다. 그런데 정확하게 일주일 뒤, 출근길에 그만 케이스를 길바닥에 툭 떨어뜨리고 말았다. 손에 쥔 채로 버스를 타러 뛰어가다가. 결국 케이스는 완전히 두 동강이 났고, 길바닥의 거스름까지 잔뜩 묻어 흉측하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다시는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로. 

본래의 모습을 완전히 잃어버린 케이스는 곧바로 버렸다. 그리고 냉큼 계속해서 눈에 담고 있었던 케어베어 에어팟 케이스를 주문했다. 평소 어떤 제품을 주문해도, 인내심을 갖고 잘 기다리는 나지만, 이 제품에게만큼은 그런 인내심을 발휘할 수 없었다. 기다리는 이틀이 얼마나 길던지.


이틀이 지나고 케이스가 도착했다. 과연 화면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예쁘고 귀여웠다. 게다가 판매작 서비스로 보내준 퐁퐁 키링까지 달아주니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기에. 새로운 작품 집필과 밥벌이를 병행하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닌 요즘, 새롭게 품에 들인 이 케이스 덕분에 잠시라도 아무 생각 없이 웃는다.



다들 나의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십 대 후반이 쓰기에는 심하게 귀엽다며 핀잔을 주지만 상관없다. 개의치 않는다. 이 작고 귀여운 존재가 내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니까. 조만간 또 이런 아이템을 만나고 싶다. 나의 순간순간을 기꺼이 즐겁게 만들어 주는 그런 존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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