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쓰는 일기

오늘은 펑펑 울고 싶다

by 윤월

마흔이 넘어 다시 일기장을 쓰기 시작했다. 우연히 동네 책방에서 에세이 쓰기 모임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스무 살 청춘에 시작한 싸이스토리, 아이들을 키우며 열심히 기록했던 블로그 육아일기, SNS를 시작하면서 짬짬이 남긴 일상의 잔상들, 여행지에서의 반짝이는 추억들, 사실 나는 오랫동안 계속해서 습관적으로 쓰고 또 써왔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어디에도 진짜 나의 이야기는 없었다. 나의 진심은 늘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있었다. 나는 늘 가장 먼 곳으로 도망갔다. 진심은 아프고 거짓은 미안했기 때문이다. 나는 내 일기장 속에서조차 늘 이방인이었다.


다시 일기장을 쓰기로 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얼굴 뒤로 비로소 ‘끅끅’ 거리며 울음을 참고 있는 내가 보인다. 아주 오랫동안 나는 일기장에조차 ‘괜찮다’라는 말로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다. 무엇이 그토록 두려웠을까?

돌이켜보면 나의 첫 거짓말은 나의 엄마로부터 시작되었다. 때로 사랑도 폭력이 될 수 있다. 그 사랑이 진짜가 아니라서가 아니다. 엄마의 사랑은 진짜였지만 그 사랑은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거짓말에 대한 대가로 나는 매일 죄책감에 시달렸다. 내 안의 지옥에서 매일 나를 판결했다. 단 한 번도 나에게 용서를 베풀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 엄격하게 죄책감이라는 혹독한 벌을 내렸다.


처음으로 엄마에게 소리 내어 화를 내고 울부짖은 그날 나는 처음으로 진실에 가까이 다가갔다. 엄마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오래된 일기장으로 떠나는 기억여행은 그토록 열심히, 애쓰며 거짓말에 숨어 살아온 날들에 대한 나의 반성문이자 나에게 전하는 위로이다. 더는 거짓말 뒤에 숨지 않기를, 더는 아프지 않기를, 더는 미안해하지 않기를, 나의 진심이 더 이상 방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우리의 삶이 거짓일지라도 그 안에 담긴 거짓말 같은 진심은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는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당신은 오늘도 ‘괜찮다’라는 거짓말로 스스로를 지옥으로 몰아세우고 있지는 않은지, ‘사랑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검은 강물에 내던지고 있지는 않은지, 오늘은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펑펑 울었으면 좋겠다.


이토록 열심히 애쓰고 있는 당신이

오늘은 펑펑 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