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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유 Mar 16. 2023

그럼 브런치는?


엄마 작가 된 거 축하해.
우리 가족 전부 직업이 생겼네.   

“엄마 브런치 작가 됐다고 유치원 선생님한테 말해도 돼?”

“아니 하지 마. 엄마 부끄러워.”

“그럼 작가 됐다고 말할까?”

“아니.”

“그럼 브런치는?”

“너 지금 브런치 먹고 싶은 거 아니야?”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말하라면 단연 그날 덕분이었다.

남편 휴일에 남편과 놀고 있던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행복함과 동시에 든 알 수 없는 감정 때문이었다. 내 아이에게서 처음 느껴 본 그 감정이 무엇인지 며칠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부러움’이었다. 좋은 아빠를 가진 아이에게 느낀 부러움. 괜찮다고 덮어뒀던 지난날의 결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외롭고 춥기만 했던 어릴 적 나를 다시 만나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날 이후 난 나를 적어갔다.




난 조금 일찍 아빠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히 사람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눈치 못 챌 만큼 유년의 난 밝음을 유지하는 아이였다.

상실의 시간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한 것에 비해 사랑을 받는 법도 사랑을 주는 법도 잘 알고 있었다. 그건 엄마 덕분이었다. 엄마는 사십 중반에 과부가 되어 딸 둘을 키워냈다.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돈만 벌며 살아온 인생이지만 언니와 내게 돈 주고 살 수 없는 모성의 사랑을 있는 만큼 전부 내주었다. 그 무한한 사랑이 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소위 아빠 없는 아이란 소릴 한 번도 안 듣고 자랄 수 있었는지 모른다.     




오래전부터 쓰고 싶던 글을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쓸 수 있었던 건 남편 덕이 크다.

출근하는 남편을 붙잡고 글을 쓰고 싶다고 말했을 때 남편의 반응은 정말 남편다웠다.     


“나 글 쓰고 있는데 우리 집 컴퓨터 부팅되나?”

“무슨 글?”

“예전부터 글을 쓰고 싶어서. 폰으로 끄적이고 있는데 컴퓨터로 작업할까 해서.”

“될 거야. 한 번 켜봐. 파이팅!”     


엥? 파이팅이라니??

내가 무슨 글을 쓰는지도 모르는 이 상황에서 응원한다고?

7년 전 사회생활을 마지막으로 육아만 하던 내가 글을 쓴다는데 뭘 쓰는지 묻지 않고 그 흔한 선입견도

품지 않고 나마저 갖고 있던 나에 대한 불신도 남편에겐 전혀 없어 보였다.

내가 혼수로 해 온 일체형 컴퓨터는 부팅에만 20분이 걸렸고 컴퓨터 작업은 사실상 포기했다. 며칠 후 집으로 택배 하나가 도착했다. 꽤 나 큰 상자 안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었다. 남편의 선물이었다.

편지 한 장 없는 노트북에 남편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이는 이번에도 날 지지했다. 진짜 남편 같은 아빠가 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브런치 작가는 작년 목표였다. 일곱 번의 낙방 끝에 여덟 번 만에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합격 알림이 온 날 일곱 살 딸은 기꺼이 나와 두 손 맞잡고 폴짝폴짝 뛰어주며 내게 축하의 말도 건네주었다.      


“엄마 작가 된 거 축하해. 우리 가족 전부 직업이 생겼네.”     


일곱 살 아이에게 처음 엄마의 직업이 생긴 날이었다. 내가 바라던 등단만큼 내겐 값진 일이기도 했다.

8년 만에 느껴본 성취감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인의 산문집 글이 생각났다.     


'말은 사람의 입에서 태어났다가 사람의 귀에서 죽는다.

하지만 어떤 말은 죽지 않고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살아남는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中>   


내 아이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언제나 내 가슴에 들어와 살고 있다.

나의 올해 목표는 출간이다. 그 책이 내가 사랑하는 시집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겠다.

나도 이제 미래를 꿈꿔본다. 아이가 유치원 선생님께 엄마는 작가라 말하여도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꿈꿔본다. 난 오늘도 사랑하는 남편이 선물한 컴퓨터 앞에서 사랑하는 글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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