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복근은 회사가 만든다, EMS 패치의 비극

"월급은 정해져 있고, 나의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by 조준

신입사원 시절, 나의 머릿속은 온통 '업무 가성비'로 가득 차 있었다. 회사가 나에게 주는 연봉이 고정값이라면, 내가 회사에 투입하는 순수 노동 시간을 줄일수록 나의 '시간당 단가'는 올라가는 법이다. 이른바 효율적인 '월급 루팡'이 되는 것, 그것이 회사에 내 삶을 저당 잡히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 믿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아까운 건 '운동 시간'이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헬스장까지 오가는 시간, 그 에너지를 차라리 노는 데 쓰고 싶었다. 그래서 발칙한 상상을 했다.


'업무 시간에 운동까지 끝내버리면 어떨까?'

비장한 각오로 인터넷에서 EMS(저주파 근육 자극) 패치를 주문했다. 셔츠 속 배 위에 패치를 붙이고 업무를 시작했다. 타이핑을 치면서 복근을 단련하는, 그야말로 완벽한 '일타이피'의 현장이었다. 하지만 나의 원대한 계획은 전원을 켠 지 5분 만에 무너졌다.


"으윽..."

뱃가죽을 사정없이 뒤트는 저주파의 공격에 몸이 뒤틀렸다. 진지한 기획안을 써야 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움찔거리는 배 근육 때문에 마우스조차 제대로 잡을 수 없었다. 회사 돈으로 근육을 만들겠다는 나의 야무진 꿈은, 결국 "이러다 일도 못 하고 배만 꼬이겠다"는 깨달음과 함께 짧게 막을 내렸다.


지금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오지만, 그때의 나는 그만큼 절실했다. 회사에 내 모든 것을 내어주지 않겠다는, 어떻게든 '나의 시간'을 사수하겠다는 그 처절한 몸부림이었으니까.


EMS 패치 사건 이후로도 나는 한동안 '가성비 있는 월급 루팡'이 되기 위해 엉뚱한 시도들을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은 예상외였다. 업무 시간에 운동과 일을 동시에 하려던 '멀티태스킹'은, 사실 나에게 가장 맞지 않는 가장 비효율적인 방식이었다는 사실이다.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업무 효율도, 나의 근육도, 심지어 내 마음의 여유조차 모두 놓치고 있었다. 이제 나는 생각을 바꾸었다. 업무 시간에는 오로지 일에만 집중해 누구보다 빠르게 과업을 끝낸다. 그리고 확보된 나머지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진정한 휴식'이나 '산책'으로 채운다.


회사를 위해 8시간을 쪼개어 쓰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해 업무 시간을 조준하여 압축하는 법을 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