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 입사하기]
장고에 끝에 악수 난다. 뭐 그리 골라~
나는 장기를 곧 잘 둔다. 바둑은 잘 못 두지만, 장기는 웬만큼은 둔다. 장기를 두다 보면 단 한수 때문에 상황이 급 반전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그 한 수로 승패가 갈리기도 한다.
그래서 장기를 두며 수를 고른다. 한 수 한 수에 신중을 기한다. 하지만 너무 신중을 기하다 보면 오히려 악수를 두는 경우가 생긴다. 물론 장기를 둘 때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는 승리하기 위해서다. 장기를 두면서 패배하기 위해서 두는 경우는 없다. 모든 게임이나 스포츠가 마찬가지겠지만, 패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경우는 없다. 내가 패하고 상대가 승리하여 그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기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일부러 패하는 것이 기쁘다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월등한 실력 차이로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이길 수 있는 여유 있는 사람, 또는 장기 자체에 룰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떨 때 이기고 어떨 때 패하는지 승패에 대한 감각이 없는 사람. 그것도 아니면 일부러 패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더 큰 사람일 것이다.
연애를 할 때도 이리저리 사람을 고른다. 아무와 연애할 수 없는 것은 그만큼 내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아무 하고나 쉽고 가볍게 만날 것이다. 남자라면 보통 여자의 얼굴과 몸매
를 우선 본다. 나이가 들어도 그렇고, 나이가 어릴수록 더욱 여자의 외모를 우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성격을 본다. 그 외에 학력이나, 집안, 능력, 나이 차이, 친구관계 등도 본다. 여자의 경우도 비슷하다. 헌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의 남자, 성격, 학력, 능력, 재력, 주변 인물 등을 본다. 외모가 좋은 이성과 성격이 좋은 이성사이에 갈등하기도 한다. 완벽한 외모와 성격 그 외에 능력 등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이성을 만날 가능성은 극히 드물다. 나 역시 상대에게 완벽한 사람이 아닌 한 어렵다. 외모에 끌렸다가 주변 이성 친구관계가 너무 복잡해 고생하기도 한다.
회사를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무 회사나 마구 입사 하지 않는다. 무조건 취업을 위해서 다단계, 피라미드 회사 같은 곳을 입사할 수는 없다. 이것저것 잴 수밖에 없다. 회사의 규모, 매출 현황, 인지도, 연봉, 사내 분위기, 복지, 들어가게 될 부서, 상사나 동기의 연령 등등 많은 변수들을 고려한다. 그냥 아무 곳에 들어가서 나의 노동력만 착취당하기는 싫다.
사람은 누구나 장단점이 섞여 있다. 그냥 봐서는 그 장단점을 파악할 길이 없다. 사람은 어떤 상황이나 환경에 처해봐야만 성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다면 평생 못 볼 수도 있다. 그 사람이 억울한 입장에 처했을 때, 누명, 의심을 받을 경우, 무시를 당할 때, 부족함, 약점이 드러날 때, 어려움을 당했을 경우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그 상황이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다.
회사의 경우도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속에 있는 것들이 판이하게 다르다. 그런 것을 몽땅 파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본인이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절대 느낄 수 없다. 아무리 남들은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도 연봉 빼고는 다 안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복지는 잘 되어 있지만, 막상 입사해 보니,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내 분위기가 전혀 아닌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입사 전 보았던 복지혜택들은 그림의 떡인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며 계속 비교를 하게 된다.
장고 중 악수가 나는 경우
첫 번째, 최우선 순위의 함정.
여러 선택지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게 된다. 바로 최우선 순위라는 것이다. 그 최우선 순위라는 것이 하나의 욕심이다. 그 하나의 욕심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수많은 변수 중에서 그것만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장기를 두다 보면 바로 “장군”을 부르는 경우이다. “장군”을 부르는 것이 최우선이다 생각해서 빠지게 되는 함정이다.
예를 들어 회사는 연봉이 최우선 순위다. 그럼 무조건 연봉만을 보게 된다. 연봉은 높은 회사. 이직률은 높고, 5년 이상 근무한 인력이 현저히 적을 때, 그런 것들은 눈에 안 들어오게 된다. 높은 연봉을 최우선 순위에 둠으로써 당신은 최선의 선택에 집중했다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당신도 이직하거나 5년 내에 퇴사하게 된다.
연애로 따지자면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게 빠져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비슷하다. 최우선 순위가 자기를 끌리게 하는 나쁜 남자의 묘한 매력이다. 수많은 변수중 뭔지 모르는 순간의 감정으로 느낀 매력을 최우선 순위에 둠으로써 그 밖의 단점이 눈에 안 들어오게 된다. 결국에는 다른 여자들의 전처를 밟게 된다. 최우선 순위를 잘못 선택한 경우이다. 평범한 연봉, 평범한 사람에게는 매력을 못 느끼고 당신이 생각하는 하나의 욕심에 최우선 순위를 둠으로써 악수가 나는 경우. 이것이 최우선 순위의 함정이다.
두 번째, 나만은, 이번 만은 특별할 것이다.
장기를 둘 때 나만은, 이번 경우는 특별할 것이다. 착각하는 경우다. 나의 생각대로 상대방이 다음 수는 이렇게 둘 것이다 생각해서 두는 수이다. 상대방이 나의 생각대로 움직여 준다면 좋겠지만, 나의 생각대로만 움직여주지 않는다.
연봉만 높고 일하기 힘든 회사. 그 회사의 이직률이 높다는 것을 인식을 하더라도 나는 좀 특별한 경우에 속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다. 아마 남들이 못한 걸 나는 해낼 수 있기 때문에 아니면 나는 견뎌낼 수 있기 때문에 난 좀 특별하다 생각한다. “할 수 있다”, “칠전팔기”,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의 변명이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슷비슷하다. 당신만이 특별할 것이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신의 착각일지 모른다.
연애의 경우 여자가 그 나쁜 남자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리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나쁜 남자에게 다른 여자가 겪었던 경험을 똑같이 겪게 된다. 남자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여자의 외모만 최우선 순위로 두어서, 성격은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나다가 결국 그녀의 까칠하고, 신경질적인 성격, 조울증 등에 헤어지는 경우라 하겠다.
당신이 특별한지는 모르겠지만, 상대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신이 특별하다면 당신 자신을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좋은 게 있겠지 더 좋은 게...
더 좋은 것을 위해 선택을 미루는 경우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선택을 미루고 미룬다. 왜냐하면 더 좋은 것이 올 것이다.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분명 더 좋은 것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왠지 '지금 선택을 해버렸는데 나중에 더 좋은 것이 나타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다. 장기를 둘 때 이 수(手) 좀 안 좋은 수(手) 다라고 생각했다가 더 좋은 수(手)를 찾고 찾다가 결국 시간에 쫓겨 시간패를 하는 경우다.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면, 왠지 쉽게 서류전형에 붙은 것 같고, 면접도 쉬워 보여서 그 회사의 가치도 낮게 보는 경우다. 그래서 면접을 안 보거나, 면접을 보고서도 출근을 안 하고, 지레짐작하는 경우다. 사람이고 회사고 겪어보기 전에 좋고 나쁨을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또 다른 경우는 회사를 취업하고도 조금만 힘들면 퇴사하는 사람들이다. 회사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상황에 따라 좋은 분위기가 될 때도 있고, 안 좋은 분위기가 될 때도 있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더 좋은 곳이 있겠지 하고 쉽게 떠나는 경우다.
면접에 안 나오는 것은 소개팅에 나오지 않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또는 소개팅 시 첫인상, 첫 만남에 실수나 단점을 보고, 더 좋은 사람을 소개받겠지 생각하고 한 두 번 만남조차 시도하지 않는 경우라 하겠다. 회사를 쉽게 옮기는 사람은 연애할 때는 좋은 사람 만나다가 그 사람의 단점을 보고는 더 좋은 사람이 있겠지 생각하고 결혼을 미루거나 헤어지는 경우라 하겠다. 더 좋은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결혼을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결혼 정년기를 놓친다. 결혼도 분명 때가 있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때 하는 것이 정년기라 하겠지만, 보편적으로 강물이 흘러가듯이 그 시대의 흐름에 맞는 때가 있다. 우리가 비슷한 나이에 공부를 하고, 대학을 가고, 군대를 가고, 사회에 진출하듯이 분명 결혼도 때가 있다. 그렇게 정년기를 놓치고 나면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은 모두 결혼한 사람들이고, 남은 사람은 또 뭔가 부족해 보인다.
장기를 둘 때도, 연애를 할 때도, 회사를 선택할 때도 너무 많이 고르지 마라. 장고에 악수 난다. 어디서든 사람 살아가는 모습은 거의 다 비슷비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