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두 번째 직장을 갖는가

꼭 돈 때문만은 아닌 투잡의 이유

by 산산이

"돈이 많이 급하신가 봐요"


내가 물류센터에 갔다 왔다고 말하니 돌아온 대답이다.

맞다. 돈이 급한 건 맞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말이지. 왠지 저 대답에 부정하고 싶어서 대꾸를 하려 했지만 괜히 구차해 보일까 봐 그냥 긍정하고 넘어가버렸다. 하지만 정말로 돈만 바라보고 투잡을 하진 않는다.

만약 내가 돈만 보고 했다면 시급이 가장 비싼 일만 알아봤겠지.


처음 투잡을 시작했을 때는 내가 세무사사무실에 다녔을 때였다. 2015년쯤 나의 월급은 110만 원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자격증 수당 10만 원을 포함하기 전엔 100만 원이었다.

그 당시엔 그래도 100만 원으로 생활이 가능하긴 했지만 너무 적다고 느끼고 있었고 그래서 알바자리를 알아봤다. 취업 전에 프랜차이즈 빵집에서 오래 근무했었기 때문에 같은 곳으로 알아봤고 쉽게 합격할 수 있었다.

나는 토, 일 주말 10시간씩 일하며 약 50만 원의 돈을 벌었다.

그때부터 3~4개월씩 단기로 주말에 알바를 하다가 쉬다를 반복해 왔다.


그러다 2021년 운동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투잡을 시작하게 됐다.

헬스장에 다니고 pt를 받기 위해서는 매달 5~60만 원의 돈이 필요했는데 주말에 일하면 딱 채워지는 돈이었다. 2년간 pt를 받으면서 쉬지 않고 주말 알바를 했고 그러면서 주말 알바는 하나의 루틴이 되어갔다.

원래 토, 일 모두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알바를 했는데, 2년 차쯤 힘이 들어 토요일만 하는 것으로 바꿨다. 주 6일 근무는 버틸만했기 때문에 알바를 4년간 지속했고 힘이 남을 때면 주말 오후까지 다른 알바로 채웠다.




투잡은 본업의 매너리즘을 상쇄시키는 역할도 했다. 나의 본업은 제조회사의 관리부 직원으로 한 달 업무루틴이 거의 비슷하다. 지금은 해결됐지만 상사와의 갈등도 심했었고 회사에서 성장할 기회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에 다른 직종에서 근무하는 건 어떨까 하는 고민도 많았었다. 나는 회사에서 방황하던 마음을 두 번째 직장으로 풀어보려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는 걸 깨닫기도 하고 본업의 소중함을 느끼기도 했다.


주말 알바를 2년 정도 지속하다가 몸이 안 좋아 한 달 쉰 적이 있는데 쉬는 게 좋을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하루 종일 스케줄 없이 무작정 쉰다는 건 나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주말 아침도 일찍 일어나는 건 힘든 일이었지만 알바를 끝났을 때 보람찬 기분은 나에게 심리적인 위안을 주고 있었던 것이다.

마땅한 주말 스케줄이 없는 나에게 두 번째 직장은 나의 일상을 지켜주는 루틴으로 이미 내 삶의 일부가 되었다.


올해 6~7월 목디스크로 인해 그동안 하던 편의점 주말 알바를 두 달간 쉬게 됐는데 처음엔 루틴이 사라지니 우울증까지 찾아올 정도였다. 주말을 거의 잠으로만 보내는데 피로가 풀리는 게 아니라 잘수록 몸이 더 축 처졌다. 지금은 몸도 회복하고 쉬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아무래도 심심하고 생활비에도 보탬이 되고자 이번 주부터 맥도날드 알바를 시작하게 됐다.


힘이 들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고단함에서 오는 기쁨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 있는 것보단 본업과 다른 일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해보는 것. 거기에 그 경험은 이렇게 브런치북으로 사람들에게 글로써 보이고 있다. 나의 삶을 배로 풍부하게 해주는 투잡을 나는 내 체력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하고 싶다.

이제 투잡은 단순한 부수입 일거리가 아니라 내 일상을 지켜주는 또 하나의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