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1n년차, 주방보조로 일하기-1

by 산산이

2024년 12월의 어느 날. 그날도 일할거리 없나 당근알바를 기웃거리던 와중에 분식집에 주방보조를 뽑는다고 하여 지원하게 됐다. 시간대는 주말 저녁 5시에서 8시, 총 3시간으로 쓰리잡으로 하기에 무리가 없을 거라고 판단. 간편하게도 면접 없이 바로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고 2025년 1월 4일 첫 출근 하여 근로계약서를 작성했다.


주말에 판매직으로 알바를 계속해왔지만 사무직만 10년 넘게 일해온 내가 갑자기 주방보조를 하게 됐는데도 20대 초반 일식 뷔페 주방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가득 차있던 나였다.


그곳에서 정확히 내가 하는 일은 설거지, 사이드 메뉴 조리, 재료소분과 마감이었다. 근무하는 사람은 나 외에 나보다 10살 어린 매니저가 있었고 그 매니저의 업무는 매장 관리와 메인 메뉴인 김밥말기였다.


첫날 와서 설거지를 하는데 옆에서 사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선 집에서 하는 것처럼 하면 안돼요~. 기름진 것만 대충 간단하게 씻어서 식기세척기에 돌려야 해요. 뭐든 빠르게!"


나름대로 빠르게 손을 놀렸다고 생각했는데 꼼꼼히 하고 있는 내가 답답했는지 빨리 하라고 했지만 나는 설거지를 어디까지 '대충' 해야 하는지조차 감이 잡히지 않았다.


거기다 삶은 계란을 한 바트 놓고 껍질을 까라고 하는데 게란 껍질은 왜 내가 까는 것마다 이렇게 안 벗겨지는지 마음만 급해서 흰자가 뭉텅이로 날아가기도 하고 어설픈 손놀림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사장님은 참을성이 있는 분이었는지 뭐라 한소리 하지 않고 1시간 정도만 나에게 일을 알려주고 가셨고 나머지 시간은 매니저가 알려주는 재료 소분을 하며 첫날 일을 마쳤다.


문제는 그 다음 주부터였다. 첫날 일을 마치고 까먹지 않기 위해 했던 일을 복기하며 기록을 해놨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었는데 주문이 밀려 들어오기 시작했다.


'띵동! 배달의 XX 주문!'을 시작으로 뭔 배달 어플은 이렇게 많은지 4종류나 되는 배달어플이 깔린 포스를 알려주는데 도무지 조작 방법이 이해가 안 되고 눈에 들어오지가 않는다.

우선 바쁘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계란볶이, 떡볶이, 쫄면 등을 열심히 만들며 내가 못하는 샐러드와 다른 면종류는 들어오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묵묵히 조리를 하고 있었다.


정신없던 피크타임이 끝나고 드디어 저녁 7시 반.

마감준비를 하며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터덜터덜 건물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데 몸은 땀범벅에 언제 다쳤는지 손엔 생채기들이 생겨있다. 고무장갑도 안 끼고 정신없이 맨손으로 설거지를 하다 보니 생겼나 보다.

나는 왜 내가 주방일을 잘할 거라 생각했을까? 나에 대한 의문을 가진채, 그날도 새로 배운 업무들을 다시 적어보고 다음 주엔 꼭 능숙하게 해내리라 다짐했지만 일은 점점 꼬여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