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빗발치다 보니 점점 실수가 늘어났다.
잔치국수 위에 김가루를 안 뿌리고 보낸다던가 가장 중요한 수저를 안 넣고 보내거나 아메리카노에 빨대를 빠트리는 등.
사소한 듯 보이나 큰 실수들을 연발하며 주문을 쳐내고 다시 마감시간인 저녁 7시 반, 나는 또 녹초가 되었다.
"지금 잘하고 계신데 손이 조금만 더 빠르면 좋겠어요"
매니저의 말에 내가 괜히 민폐만 끼치고 있구나 부끄러워져
"죄송합니다"라고 말한 뒤 청소라도 열심히 하자는 마음에 설거지와 음식물 쓰레기도 나서서 정리했다.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집까지 또 걷고 버스 타고 40분을 걸려서 오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 갑자기 현타가 밀려왔다.
3시간 일하려고 왕복 한 시간 반을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웃겼다.
3시간 내내 긴장하며 물마실 시간도 없이 일하는데, 연속되는 실수에 자신감은 계속 하락했다.
게다가 한 달 일해봤자 고작 24만 원. 그걸 벌려고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오기가 생겼다.
내가 하기로 결정한 일이고 실수는 아직 손에 일이 안 익어서 그런 거라 위로하며
'조금 더 다녀보자' 그렇게 결심했다.
그렇게 주방보조로 일하게 된 지 한 달째.
한 달이라고는 하지만 중간에 눈이 많이 와서 하루 쉬라고 하여 빠지고,
근무 전 미리 정해져 있던 일정 때문에 하루 빠지니 한 달을 일해도 고작 6일이었다.
오늘 하루는 제발 주문이 밀리지 않기를 바라며 출근했는데
그날은 정말 주문이 폭주하여 매니저도 버거워하던 날이었다.
쏟아지는 주문에 사이드 메뉴를 만드느라 정신은 혼미해졌고
배달기사님들은 앞에 서계시는 상황.
정말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멘붕이 와서 나는 그대로 정지해 버렸다.
그런 나를 보며 답답했을 텐데 매니저는 짜증 한번 내지 않고
우선순위를 정해 뭐부터 만들어야 하는지 정리하고 밀린 주문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나도 곧 정신 차리고 다시 떡볶이나 쫄면, 만두를 포장하며 배달기사님께 포장해서 전달을 완료했다.
그리고 더 이상은 근무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방보조라고 해서 만만히 봤었다.
하지만 일이 힘든 것보다 쏟아지는 주문을 처리해야 하는 압박감.
그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때 새삼 나보다 열 살 어린 매니저가 존경스러워지는 시점이었다.
'나는 그동안 사무실에 앉아서 편하게 일하고 있었구나'
그날 바로 사장님께 문자를 보냈다.
"일이 손에 안 익어서 죄송하지만 그만두겠습니다"
사장님은
"느린 건 차츰 빨라질 텐데요"
라며 의외로 아쉬워하셨지만,
마지막 한주만 근무하고 끝내기로 마무리했다.
마지막날. 나는 냄비 손잡이를 활활 불태우는 대형사고를 치며 마무리했고, 퇴사를 기념하듯 마지막날 최고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바쁜 날을 보내야 했다.
10살 어린 매니저와 인사를 나누고 나오면서 이제 밀려오는 주문을 처리하는 부담에서 벗어난 해방감에 너무나 기뻤다. 그리고 이 주방보조 알바는 '세상에 만만한 일은 없다'를 뼈저리게 느끼게 해 준 쓰라린 경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