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센터 알바를 계속 반려당하고 뭐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눈에 띈 알바 모집 공고.
가사도우미 알바 모집. 30대 이상 여성 누구나 가능
가사도우미. 청소알바였다.
편의점 근무할 때 청소 알바를 다니는 동네 아주머니 손님이 계셨는데
한겨울에 늘 청소도구를 한 바구니씩 들고 다니시던 게 떠올랐다.
가사도우미라니 왠지 시작하기 두렵기도 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후기를 열심히 찾아봤더니
할만하다는 후기와 정말 최악이었다는 후기가 갈렸다.
최악이라고 하는 건 엉망진창인 쓰레기집이 걸렸다는 것.
우선 어플을 깔고 예약을 잡으려고 했더니 우리 동네는 몇 개 나오지도 않고
거의 강남이나 용산 쪽에 자리가 많이 있었다.
'역시 돈 있는 지역에서 도우미를 쓰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고심하다가 논현동 2시간짜리 하나를 골랐다.
사실 겨우 2시간에 논현동까지 가는 시간과 차비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나았지만
돈도 벌고 새로운 경험도 하여 블로그에 글이라도 쓰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집청소도 안 하고 엄마한테 혼나던 내가 교육 하나 없이 청소알바를 하려니 자신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청소 영상을 여러 번 돌려봤다.
청소 도구도 필요 없다고 했지만 혹시 몰라 청소 도구 몇 개와 덧신을 사니 오히려 마이너스다.
이렇게 준비를 끝내고 청소 당일 새로운 알바에 대한 두려움에 너무나 가기 싫었지만
나를 기다릴 고객을 생각하며 아침 일찍 집을 나서 논현동에 도착했다.
도착한 집은 오피스텔 넓은 투룸으로 이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분과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다.
생각보다 집은 깨끗했는데 본인이 허리를 다쳐 바닥청소가 힘들어 불렀다고 했다.
나는 들어가자마자 창문을 열고 소파에 깔린 이불을 정리하고 머리카락을 떼내었고
집주인분은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잔뜩 긴장한 나머지 마스크나 고무장갑을 끼는 것도 잊고 땀을 흘리며 청소를 했다.
청소기는 다이슨 제품으로 써본건 처음이었는데 굉장히 가볍고 흡입력도 좋아서 마음에 들었다.
아무래도 집청소를 하다 보니 남의 세간살이를 속속들이 볼 수 있었는데
넓은 집에 먼지가 조금 있긴 했지만 대부분 정리가 잘 돼있었고 좋은 물건들이 많아 보였다.
아, 좋은 물건들이라고 하니 이상하게 들리는데 나쁜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고
'이런 곳에 사는 사람은 이런 물건들을 쓰는구나'라고 느낀 정도였다.
그리고 스팀 청소기를 밀고 먼지를 닦다 보니 약속된 2시간이 다 지나있었다.
"혹시 더 해드릴 부분 있을까요?"
"화장실 청소도 부탁드려요."
시간은 지났지만 서툴렀던 내가 바닥청소만 한 것 같아 괜스레 죄송해져서 화장실 바닥청소까지 마무리했다.
청소가 끝나고 집주인은 나에게 무인양품 보리차를 건네주었다.
"어디서 오신 거예요?"
"저는 금천구에서 왔어요."
"너무 멀지 않아요?"
"좀 멀죠 ㅎㅎ"
이런 대화를 나누며 보리차를 마시고 나는 가보겠다는 말을 하고 집을 나섰다.
두 시간 내내 긴장하며 청소를 하고 나오니 온몸이 녹초가 돼있었다.
다음 예약으로 잡아놨던 청소는 취소해버렸다.
업체에선 당일 취소하면 앞으로 배정이 안될수도 있다며 으름장을 놨지만 체력이 남아있질 않았다.
그리고 내 손에 든 무인양품 보리차를 보니 왠지 모를 동경의 마음이 생겼다.
그저 3,000원짜리 보리차인데도 집에서 물대신 이런 음료를 먹는다는 것에.
아니, 어쩌면 우연히 사다놓은 것을 나에게 준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보리차 하나에 생각이 많아지며, 어쩐지 삶의 격차를 느끼게 된 것 같아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괜한 자격지심과 함께 시급 13,200원,
총 26,400원짜리 청소 알바는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