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빵집 알바를 구한 건 23년 12월 겨울이었다.
사실 이 빵집 알바는 투잡이 아니라 무려 쓰리잡 알바였는데,
나는 이미 토요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지만
어느 쓰리잡 하는 일상 블로거를 보고 자극을 받아 쓰리잡에 도전해 보고자 이 알바를 찾아냈다.
지하철역이라지만 거의 바깥과 통하는 곳으로 바람만 막아줄 뿐 바깥에서 일하는 거나 다름없는 환경이었다.
값싸게 여러 종류의 빵을 파는 곳으로 그때 당시 시급 만원에 주말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그곳에서 근무하게 됐다.
사실 나는 빵순이라고 불릴 만큼 빵을 좋아해서 일하는 환경이 마음에 들었다.
한겨울 추위에 난로 앞에 계속 서있어야 했지만 사람이 많이 다니는 역이었고 장사도 잘되어서 바쁘게 일하느라 시간도 잘 가는 점이 좋았다.
그런데 단 하나. 일을 가르쳐주던 사람이 첫날 했던 말이 내가 그만두게 된 원인이 됐다.
"실장님이 종교얘기 해도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려"
여기서 실장님이란 제빵기사를 말한다.
'종교얘기라. 나는 교회 안 다니는데...'
안일하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그 실장님과 저녁에 단둘이 남으면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자꾸 특정 종교에 대해 설명하고 알려주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잘 거절하지 못했다.
열심히 들어주는 시늉을 했더니 더 적극적이게 돼서 언젠가는 나를 앉혀놓고 종교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렇게 믿음으로 뭉치게 만든 것일까?
정말로 믿어야 '구원' 받는다며 그 의도는 너무나 선했으나 그의 강요는 나에게 폭력적으로 다가왔다.
가끔 실장님이 먼저 퇴근하고 내가 출근한 날이면 마음 편하게 일했지만
실장님이 남아서 잔업을 하는 날이면 나는 끊임없이 종교 이야기를 들어야만 했다.
거절하고 싶었지만 단둘이 남아서 일하는 때가 많은 만큼 어색해지기 싫다는 마음이 있었고
실장님은 내가 넘어온다 싶었는지 점점 압박을 높여가며 날짜를 잡고 나와 같이 교회에 같이 가자는 약속까지 하게 되었다.
그의 말이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구인담당자였던 매니저조차 그의 설득에 결국 같이 교회에 나간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이 사람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이 나이가 먹도록 남에게 싫은 소리 하나 못하는구나'
자책하며 결국 속사정은 말 못 하고 두 달 반 만에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게 됐다.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단톡방에 벌써 그만두냐고 말했지만 나는 끝끝내 그 종교 강요 때문이라는 말은 하지 못하고 나오게 됐다.
실장님 때문에 너무 불편하다고 얘기했다면 그 사람이 물러섰을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이 도와줬을 수도 있을 텐데 말 한마디 못하고 나온 게 스스로도 답답했다.
두 달 반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 자체는 재밌었기 때문에 내가 그때 적극적으로 싫다는 표시를 했다면 어땠을까, 요즘도 종종 올라오는 그 빵집의 구인글을 보면 아쉬운 기억이 떠오르는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