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쉬고 있었을 때
취직이 어려워서 단기로 물류센터에서 일했던 적이 있다.
피킹알바라고 카트 하나를 끌고 다니며 물류센터를 돌아다니면서 주문서에 있는 물건을 찾아
바구니에 담아서 보내는 일이었다.
그 알바는 야간작업으로 수당이 셌는데 무려 4만 보가 넘게 걷는 고된 육체노동이었다.
투잡으로 할만한 게 없다 보니 다시 물류센터 알바를 찾아보고 시작했는데,
다행히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서 늘 구인공고가 나오고 있었고 나도 신청해서 첫 근무를 하게 됐다.
최대한 후기를 많이 찾아서 무거운 물건이 적게 나오고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근무 신청을 했고
근무 전날 오후 4시가 돼서야 출근 확정 문자가 왔다.
다음날, 떨리는 마음을 안고 나는 새벽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향했다.
4월의 새벽공기는 예상보다 차가웠다.
셔틀버스를 타고 도착한 물류센터는 밖이 훤히 뚫려있었고 얇은 셔츠 하나만 입고 왔던 나는 하루 종일 이렇게 추위에 떨어야 하나 걱정이었다. 다른 사람들을 보니 모두 복장을 물류센터에 맞게 활동성 있는 옷과 겉옷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있었는데 새로 온 사람들은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며 교육실로 데려갔다.
대기업답게 교육받는 시간도 모두 시급을 쳐줬고, 거의 3시간 정도는 앉아서 교육을 들으며 시급을 챙길 수 있었다. 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서 교육을 듣자니 슬슬 졸려왔고 내 눈은 조금씩 감기기 시작했다.
차라리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싶었을 때쯤 드디어 교육이 끝나고 일을 하게 됐다.
쉴 틈 없이 걸어야 한다는 것 말고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그저 카트에 바구니를 담고 바코드를 찍고 PDA에 뜨는 물건을 찾아 다시 바코드를 찍고 바구니를 다 채우면 레일로 태워 보내는 방식이었다.
남들의 장바구니를 살펴보는 느낌에 색다른 재미도 느낄 수 있었다.
물건 위치도 여기저기 왔다 갔다 할 필요 없이 근처에 있는 물건으로만 떠서 '역시 대기업이라 동선도 효율적이구나'라고 혼자 생각하면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물건이 있다고 뜨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그냥 관리자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혼자만의 판단으로 PDA에 '물건 없음'을 누르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PDA로 나를 부르는 호출이 떠서 가보니 관리자가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걸 누르면 다른 팀에서 조사를 해야 하는데 가보니 물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보고 '사실관계확인서'라는 걸 쓰라고 하는데 나는 그 와중에도 이제 다신 여기서 일할 수 없는지가 너무 걱정이 됐다.
관리자는 그런 건 아니고 자신이 잘 말해볼 테니 일단 확인서는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몇 번이나 죄송하다고 얘기하고 다시 일을 하는데 처음이라 그런지 모르는 게 많아 그 후로도 몇 번 그 관리자에게 찾아가 물어보니 내가 귀찮았나 보다.
나중에 PDA 반납할 때 다른 사람들에겐 '수고했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던 사람이 나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민폐를 끼쳤구나' 속으로 미안해졌고 한편으로는 '처음이라 모를 수도 있지'라는 마음도 있었다.
왜냐면 이미 나는 5시간 내내 걷느라 새끼발톱이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과 허리통증에 괴로워서 다른걸 신경 쓸 틈이 없었기 때문이다.
나의 첫 대기업 물류센터 알바는 그렇게 민폐를 끼치며 끝이 났지만 그 후에도 돈이 필요할 때 몇 번 더 가서 일을 하곤 했다.
후기를 보면 쉴 틈 없이 사람을 부려먹는다며 일하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나는 그런 일자리라도 내가 필요할 때 할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그리고 물류센터 1층에 로봇들이 일하고 있는 걸 보면서 나중에는 사람을 채용하지 않고 로봇으로 대체하면 '이 많은 인력들은 어디서 일을 해야 할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누군가는 못할 일이라고 하지만 그곳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지탱해 주는 일자리인 것이다.
지금은 오래 걷기 힘들어하지 않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일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