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질문에 사로잡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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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슈타인이 10살 때부터 평생 붙잡고 있던 질문이 있다. "빛의 속도로 달리면서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이 보일까?"
이 엉뚱한 호기심이 상대성이론을 만들어냈다. 한 개인의 질문이 인류의 세계관을 바꾼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떤가? 매일 수천 개의 질문에 노출되지만, 정작 '내 질문'은 없다. 검색창에 타인의 질문을 입력하고, SNS에서 타인의 관심사를 소비하며, 남들이 던진 질문에 반응만 할 뿐이다.
프린스턴 대학의 심리학자 할 허시필드(Hal Hershfield)가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사람들에게 "10년 후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했을 때, 뇌 활동 패턴이 "타인"을 생각할 때와 거의 동일했다. 미래의 나를 남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질문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자신만의 질문 없이 살아간다. 그리고 그 결과, 자신의 인생을 남의 것처럼 살게 된다.
♤ 질문의 소유권
MIT의 인지과학자 조시 테넌바움(Josh Tenenbaum)은 '질문의 소유권'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질문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이다.
●●빌린 질문 vs 소유한 질문●●
빌린 질문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들이다. "어떤 대학에 갈 것인가?", "어떤 직업을 가질 것인가?", "언제 결혼할 것인가?" 사회가 정해놓은 타임라인에 따른 질문들이다.
소유한 질문은 내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들이다. 내가 직접 부딪히고, 고민하고, 탐구하고 싶어 하는 것들이다.
문제는 대부분 사람들이 평생 빌린 질문만 가지고 산다는 것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하는 질문에만 답하려 하고, 정작 자신이 진짜 궁금한 것은 모른다.
뇌과학적으로 보면, 빌린 질문과 소유한 질문을 처리하는 뇌 영역이 다르다. 옥스퍼드 대학의 매튜 리버만(Matthew Lieberman)의 연구에 따르면:
- 빌린 질문: 외부 처리 네트워크(사회적 압박, 타인의 기대)
- 소유한 질문: 내부 처리 네트워크(자기 성찰, 내재적 동기)
소유한 질문에 몰입할 때만 '몰입 상태(flow state)'에 들어간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30년간 연구한 결과, 최고의 창의성과 행복감은 자신만의 도전에 몰입할 때 나타난다.
♤ 한 여성이 60년간 붙잡고 있는 질문
●●26세, 아프리카로 떠난 소녀●●
1960년 7월 14일, 26세의 영국 여성이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에 도착했다. 제인 구달(Jane Goodall)이었다. 그녀에게는 대학 학위도 없었고, 과학 훈련도 받지 않았다. 그저 동물을 좋아하는 평범한 여성이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하나의 질문이 있었다. "침팬지는 정말 어떤 존재일까?"
당시 과학계는 침팬지를 단순한 동물로 여겼다. 인간과 침팬지의 차이는 명확했다.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의 특권이라고 믿었다. 감정도 없고, 개성도 없는 생물학적 표본일 뿐이었다.
제인은 달랐다. 어린 시절부터 그녀는 동물들을 관찰하면서 생각했다. "저들에게도 감정이 있지 않을까? 저들만의 사회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모르는 지능이 있지 않을까?"
루이스 리키(Louis Leakey) 박사가 제인을 선택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대학에서 동물에 대한 고정관념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필요했다"라고 그는 나중에 회고했다.
●●곰베에서의 첫 번째 발견●●
탄자니아 곰베 국립공원. 제인은 매일 새벽부터 해 질 녘까지 침팬지들을 관찰했다. 처음 몇 달간은 침팬지들이 그녀를 보면 도망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David Greybeard)라고 이름 붙인 수컷 침팬지가 풀잎을 다듬어서 개미굴에 넣어 개미를 낚아먹고 있었다.
도구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단순히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풀잎을 적절한 길이로 다듬어서 도구로 만들고 있었다.
제인은 즉시 리키 박사에게 전보를 보냈다. "인간을 재정의하든지, 침팬지를 재정의하든지 해야 합니다."
리키의 답장: "이제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이름을 붙이는 혁명●●
제인이 과학계에 던진 또 다른 충격은 침팬지들에게 이름을 붙인 것이었다. 과학자들은 동물들을 번호로 불렀다. 감정적 개입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제인은 달랐다.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플로, 피피, 프루도, 프리도... 그녀는 각각의 침팬지를 개별적 존재로 인식했다.
과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비과학적이다", "감정적 개입이다", "객관성을 해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제인은 굴복하지 않았다. 그녀의 질문은 분명했다. "만약 저들이 개별적 개성을 가진 존재라면, 번호로 부르는 것이 더 비과학적인 것 아닌가?"
●●60년간 진화하는 질문●●
제인의 질문은 60년 동안 계속 진화했다.
1960년대: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할까?"
→ 발견: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한다
1970년대: "침팬지들에게도 복잡한 사회 구조가 있을까?"
→ 발견: 침팬지 사회는 인간 못지않게 복잡하다
1980년대: "침팬지들에게도 개성과 감정이 있을까?"
→ 발견: 각각의 침팬지는 고유한 성격과 감정을 갖는다
1990년대: "인간의 행동이 침팬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 깨달음: 환경 보호 없이는 침팬지 연구도 의미가 없다
2000년대: "어떻게 하면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을까?"
→ 전환: 연구자에서 환경 운동가로
2010년대 이후: "어떻게 하면 젊은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까?"
→ 확장: Roots & Shoots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청소년 교육
●●질문의 깊이가 만든 혁명●●
제인의 질문이 가져온 변화들:
과학계의 패러다임 전환
- 동물 행동학의 새로운 관찰 방법론 확립
- 야외 연구(Field Study)의 중요성 인식
- 장기 연구의 가치 증명
- 동물의 개체성과 감정 인정
사회적 인식 변화
- 동물권에 대한 새로운 인식
- 환경 보호의 과학적 근거 제공
- 여성 과학자의 위상 변화
- 학위보다 중요한 열정과 관찰력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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