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침묵
오늘 아침,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 주민과 마주쳤다.
나는 인사를 건넸지만, 그 이웃은 피했다.
그 짧고 내밀한 침묵 속에서, 나는 몇 년 전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자 애썼던 시간들을 떠올렸다.
나는 공을 내세우는 정치보다는
진심을 담은 행동,
즉 보여주는 것보다 심는 것을 택했다.
말을 크게 하기보다는,
작은 공간 하나라도 사람들의 따듯한 온기와 숨결이 스미게 하려 했다.
하지만 기록이 없으면,
그 모든 시간도 없던 일이 된다.
그리고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단 10여 명의 오해가
공동체 전체를 왜곡시키는 걸 보며,
나는 이 침묵을 기록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웃과 산다는 건
늘 가까이서 서로 얼굴 보고
아픔도 나눌 수 있고 기쁨도 함께하는
부모형제만큼 정말로 소중한 인연이다.
어느 별빛처럼 이웃이 서로 눈 마주치고 인사하는 그 순간은
얼마나 귀하고 소중한가!
그 별빛 같은 시간들을, 지금 이 글로 다시 나누려 한다.
[1] 507명 주차장 서명운동
2019년 9월, 나는 제천시에 ‘남부생활체육공원 원래 예정지로의 주차장·복지시설 이전’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507명의 주민이 서명에 동참했고,
이 모든 자료는 제천시 고충민원실에 공식적으로 보관되어 있다.
"그건 단지 공간의 확보가 아니었다.
그건 존엄에 대한 요구였다."
[2] 도서관 설립
LH 공모에 기획서를 제출해 천만 원의 예산을 확보했고,
그 예산으로 책값 500만 원, 인테리어 500만 원을 나누었다.
책은 지역 책방에서 고루 구입했고,
인테리어는 2단지의 목수 이웃이 친환경 원목 책장으로 지역 업체에서는 토론 테이블로 부족한 예산을
재능기부로 제작해 주었다.
“우리는 단지 책장을 짠 게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 안에 ‘머물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3] 산책클럽
매주 주말 아침, 장평천 둘레를 함께 걸었다.
어르신과 아이, 부모가 함께
시시각각 변해가는 자연에 감탄하며 걸으며 사진도 찍고
산책 후엔 마을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를 알게 되고, 서로가 필요한 존재가 되어갔다.
한 해 걷기 행사에는 많은 주민들이 참가했고,
유모차에 탔던 최연소 참가자 '왕자님'은
어느새 여섯 살 멋진 어린이가 되었다.
[4] 봉사클럽
매주 가족 단위로 참여한 청소 봉사활동은
단지의 미관을 넘어,
주민들 사이의 신뢰를 쌓는 시간이었다.
어르신들도 함께했고,
길가에서 마주친 이웃과 인사를 나누는 말 없는 연결이 시작되었다.
[5] 음악회
매년 가을,
나는 사비로 무대와 음향을 마련했고
오케스트라, 바이올린 9중주, 밴드, 판소리, 전통무용, 주민 노래자랑까지
모두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이들의 웃음, 어르신의 박수, 맛난 다과 등
그리고 그날의 환호와 따듯한 온기—
우리는 음악으로 ‘하나의 마을’이 되었다.”
[6] 어린이날 & 어버이날, 가정의 달 행사
매년 5월, 우리는 어린이날과 가정의 달을 맞아
150명 이상의 아이들을 위해 선물을 마련하고,
케이크를 나누며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열었고,
어버이날에는 야외 광장에서 따듯한 감사와
정을 흐뭇하게 나눴다.
오월에 분수광장에서 아이들과 어르신,
엄마 아빠가 직접 참여하는
삼행시 대회, 시 낭송, 트럼펫 연주회 등
무대 위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했고,
이날만큼은 모든 세대가 함께 웃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하루였다.
“그날, 아이들, 이웃의 웃음소리는 마을 전체의 노래가 되었고,
우리는 각자의 가족을 넘어서 하나의 공동체가 되었다.”
[7] 커뮤니티 활동 (시청 공모 당선)
시청 공모사업에 여러 건 당선되어
유화 그리기, 미니 정원 만들기, 아크릴 자화상, 풀잎 손수건 만들기 등
열 가지 이상의 활동을 운영했다.
근처 주민들도 함께 참여했고,
작품 전시회와 축하행사로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다.
[8·] 정원과 나무
나는 단지 내 관목과 교목의 수를 세며
식재와 관리를 직접 도맡았다.
콘크리트 아파트 단지가 아닌
‘잔잔한 평온과 안식이 깃든 정원’을 꿈꾸며
식물 하나하나에 마음을 담았다.
“그 정원은 식물의 뿌리가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이 닿는 곳이어야 했다.”
[에필로그 – 마음의 인사로 남기며]
돌아보면, 내가 바랐던 건
크게 보이는 무엇도, 누군가의 칭찬도 아니었다.
.
그저 이 마을이
아이들에게는 꿈을, 어르신들에게는 생기와 활력을
그리고 서로에게는 마음 놓고 인사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랐을 뿐이다.
누구든,
살다 보면 조용히 혼자 견뎌야 할 시기가 있다.
그런 시절에 아파트 놀이터의 아이들 뛰어노는 웃음소리,
산책길의 바람,
도서관 한구석의 책향기가
누군가에게 따듯한 등불이 되길 바랐던 것이다.
나는 심는 사람이었다.
때로 그 씨앗은 기억되지 않을 수도 있고,
열매는 다른 손에 쥐어질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가 함께 웃고 걸었던 날들이
이곳 어딘가에 남아 있고
다시 따듯하게 시작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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