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간의 영국 축구 일주 -서론-

영국 축구장 전국일주 시작

by 서재현

이 이야기는 2022년 12월 22일부터 23년 1월 11일까지 전국을 돌며 영국 축구장을 "구경"하고 온 사람의 이야기다.


제목은 "80일간의 세계 일주"의 오마주이지만 그렇게 거창하지는 않고 번잡한 여행이었다. 해외여행이라고는 어릴 때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갔던 기억뿐이던 내가 영국 축구 여행을 결심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나도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야겠다.


집에서 대학을 다니고 과외와 알바로 모은 밑천을 바탕으로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후회만 할 것 같았다. 삶에서 큰 사건들을 온전히 내 생각으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긴 적도 없었기에, 성인이 된 해방감의 표출이었을 수도 있다.


스포츠라면 다 좋아하는 입장에서 나는 영국의 축구와 미국의 농구를 보는 게 평생의 소원이었다. 맨체스터 사람들과 리버풀 사람들은 왜 사이가 좋지 않을까, 왜 런던에 팀이 그렇게 많은데 팬층은 또 다 다를까. 영국은 진짜 비가 맨날 오나? 이 모든 것들에 대해 전해 듣는 이야기로는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친한 동생과 함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물론 이 동생은 함께 가지 않았다). 목표는 단 하나 20개의 프리미어리그 클럽 모두 보고 오기. 그렇게 계획을 짰다. 큰 틀은 이랬다.


1. 런던에서 출발해 북쪽으로 간 뒤 최북단 뉴캐슬에서 비행기를 타고 최남단으로 간다.
2. 사우스 햄튼을 기점으로 남부 투어를 하고 이후 런던으로 복귀한다.
3. 맨시티 경기는 하나 꼭 본다.
4. 나머지 경기장들은 최대한 투어가 있는 날짜로 잡아서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한다.


이렇게 프리미어 리그 20개 구장 + @ 를 보고 오는 일정을 완성했고 이는 다음과 같았다.



22일 런던 도착

23일 셀허스트 파크, 크레이븐 코티지, 스탬퍼드 브리지(런던)

24일 에미레이트 스타디움, 하이버리 , 킹스크로스역 관광(런던)

25일 런던 구경(공휴일이라 모든 게 쉰다.)

26일 빌라파크(버밍엄)

27일 몰리뉴 스타디움(울버햄튼)

28일 킹파워 스타디움(레스터), 더 시티 그라운드(노팅엄), 메도우 레인(노팅엄)

29일 이티하드 스타디움 야간 구경(맨체스터)

30일 이티하드 스타디움, 올드 트래퍼드(맨체스터)

31일 맨시티 vs 에버튼 경기 관람


1월 1일 휴식일

2일 앨런로드(리즈)

3일 에버튼 vs 브라이튼 경기 관람

4일 구디슨파크, 안필드(리버풀)

5일 세인트 제임스 파크(뉴캐슬)

6일 사우스햄튼으로 비행기 타고 이동~

7일 본머스 vs 번리 경기 관람

8일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사우스햄튼)

9일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런던 스타디움(런던)

10일 아멕스 스타디움(브라이턴), 커뮤니티 스타디움(런던)

11일 웸블리 스타디움(런던)


맨체스터에 길게 머물긴 하지만 이건 맨시티가 최애인 나에게 필수적인 기간이었다. 완벽한 계획이라고 생각했던 게 어디서 어떻게 틀어질지 이때는 알지 못했지만, 들뜬 마음을 이끌고 처음 떠나는 나 홀로 해외여행을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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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의 전경과, 그리울 것 같은 제육, 그리고 컴공과 학생으로써 지나칠수 없었던 지폐에 그려진 앨런 튜링

그렇게 도착한 영국은 듣던 대로였다. 비가 오고, 택시는 비싸고(공항에서 런던 사우스켄싱턴의 숙소까지 블랙캡을 탔다)... 그러나 환상적이었다!


영국 드라마에서 보던 밤 길거리 풍경(크리스마스 직전이라 더욱 화려했다), 길가마다 있는 바를 가득 채운 사람들, 층고가 높지 않은 건물들로 인해 창밖을 보면 펼쳐지는 런던의 야경(사실 그냥 어둡고 가로등 불빛만 보였던 것 같다), 뒷골목을 지나면 나는 안 좋은 잡초 태우는 냄새(ㅋㅋ가자마자 이거구나 싶었다) 호텔 리셉션의 포쉬 악센트(아닐 수도)까지 모든 게 3주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물론 방은 좁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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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3년이 지난 지금 저 방에 대한 불편함이 남아있지 않다는 걸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런던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도파민에 절여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다음 글은 런던 1일 차 투어 후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