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배움의 연속이라고 들었다. 세상 모든 일에서 우리는 다 배울 점을 찾을 수 있다. 어린 아이에게서도, 실패에서도, 좌절에서도 그 모든 것이 배움의 근원이 되고, 나를 성장시킬 밑거름이 된다.
나는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오죽하면 Strength Finder라는 자기 강점찾기 세션에서 나온 나의 최대 강점 1번이 Learner 배우는 사람이었다. 그게 나에게 당장 어떤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새로운 것을 배워나가는 것은 항상 즐거운 일이었다. 내 인생에 없던 새로운 챕터,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잠깐 살아보았던 중국에 흥미를 느껴 일로도 아무 연관이 없지만, 둘째를 낳고 아침 6시에 모유수유를 하면서도 중국어 단어를 외웠고, HSK 5급까지 땄다. 요리를 배우면서 주말 동안 혼자 집에서 삼시세끼를 찍으면서 밥을 해댈 때도 몸은 고달팠지만 가족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에 즐거웠다. 직장에서 3년여 동안 꽃꽂이를 매달 배우면서 누군가에게 꽃선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는 회사에서도 열심히 배웠다. 새로운 일이 주어지면 새로운 세상을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파고들었다. 2년 만에 다른 부서에서 일할 기회가 주어졌을 때도, 전혀 다른 분야지만 도전을 했다. 전혀 다른 분야로 갈 경우에는 초반 적응이 정말 중요하다. 첫 3개월 동안 최대한 러닝 커브를 높여야지 팀에서도 인정을 받고 팀원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서를 2-3년에 한 번 옮기면서 나는 정말 다양한 업무를 하게 되었고, 참 많이 배웠다.
그런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무언가를 배울 때에는 배우는 동기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았고, 따라서 배움을 달성했을 때도 나만의 만족과 뿌듯함이 전부였다. 그리고 그거면 충분했다.
하지만 회사는 결국 정확한 목표와 결과가 있는 곳이다. 업무적으로 성과가 있으면 그에 맞는 보상이 따라오고, 성과가 없으면 징벌이 따라온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회사에서 업무적으로 성과가 있음에도 그에 맞는 보상을 다 해주기가 쉽지 않다. 나도 내가 맡았던 팀의 성과평가를 해봤지만, 잘해서 더 주고 싶어도 크게 줄 게 없었다. 줄 수가 없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럼 회사는 어떻게 미흡한 보상을 메꾸려고 할까? 그게 바로 "성장"이니 "보상"이니 하는 말이지 않을까. 이 경험이 결국 너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 거다, 네가 정말 많이 배워서 성장했다, 이런 경험이 결국 나중에 보상으로 이어질 거다 하는 아리송한 말들.
사회적으로도 이런 분위기가 많다. 젊을 때 고생은 사서 한다는 말부터, 젊을 때일수록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직장을 선택해야 한다는 등.. 정말 맞는 말이고 나도 백번 동감하는데, 그걸 회사가 악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란 애매모호한 말로 나에게 그만한 보상이 돌아오지 않는 걸 메꾸려고 하면 알아채야 한다.
회사에서의 배움은 결국 성과로 나타난다. 배우기 위한 배움은 없다. 배웠으면 그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고, 그만큼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러니 회사에서의 배움이란건 사실 없지 않을까? 그건 단지 성과를 내기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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