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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my의 사소한 긁적임 Dec 20. 2023

행복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글루틴 13기 챌린지] 다섯 살 아이의 지혜

오늘 다섯 살 정도 되는 아이를 인터뷰하는 영상 하나를 봤다. 인터뷰하는 사람은 아이한테 이렇게 물었다.


“Is happiness important? (행복은 중요한가요?)”


그랬더니 아이가 껄껄 웃으면서 너무 당연하게 ‘No’라고 하는 것이다. 나도 당황하고, 인터뷰하는 사람도 당황한 채로 ‘Why???? 왜???’라고 물으니까,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다.

단호박 아이 (출처: https://www.tiktok.com/@recesstherapy/video/7298798647054028078)

“Because all feelings are important! (왜냐하면 모든 감정은 중요하니까요)!”


인터뷰하는 사람도 벙쪘고, 나도 벙쪘다. 그러면서 인터뷰어가 이렇게 말했다. 


“That is actually very wise. (그거 참 지혜롭군요.)”


이번 새해를 준비하며, 저 아이의 말을 새겨보려고 한다.


사실 행복이라는 것만큼 정의하기도 힘든 가치도 없다. 내가 여태껏 “아, 정말 행복하다!”라고 말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맛있는 것을 먹었을 때 또는 호캉스에 갔을 때 등 기분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걸 보면 나에게 행복이라는 건 한순간에 흩어지는 감정상태를 일컫는 말이었던 듯하다. 행복은 정말 수많은 감정 중 하나일 뿐.


예전에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상담할 때면, ‘행복'이라는 가치를 볼모로 두고 공부의 동기를 심곤 했었다. 네가 영어를 공부하면 나중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어, 이렇게.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책임감 없는 어른의 말이었는지 깨닫게 되고, 너무 아이들한테 미안하다. 네가 영어 공부를 하지 않아서 지금 행복할 수 없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 아니겠는가. 


내 인생이 그래왔어서 그랬던 것 같다. 물론 부모님의 설득과 반강제가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나의 팔을 이끌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행복하고 싶다는 일념하에 1:10000의 대입경쟁 그리고 1:1000의 고시 경쟁에 나 스스로를 밀어 넣었다. 대학에 붙었을 때, 고시에 붙었을 때, 정말 딱 그때 ‘행복'이라는 걸 느끼고 그 이후로는 또 다음의 행복을 위해서 나를 갈아 넣었다.


이걸 서양에서는 Hedonic Treadmill, 즉 쾌락의 쳇바퀴라고 한단다. 사람이 노력을 해서 쾌락을 한 번 이루고 나면 더 큰 쾌락을 느끼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한다는, 그런 끊임없는 사람의 심리상태. 요즘엔 도파민과 뇌과학으로 많이 설명되고 있는 것 같은데 아무튼. ‘쾌락'이라고 하면 우리 머릿속에서는 음주가무나 유튜브 쇼츠와 같은 생산성에 별 도움되지 않는 행동과 연결되지만, 사실 취직했을 때의 그 성취감, 처음 집을 샀을 때의 기쁨, 그리고 내가 쓴 글의 ‘좋아요'의 수가 올라가는 거를 볼 때의 뿌듯함도 사실은 쾌락의 일부인 것 같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옅어지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인간의 장치가 현재 환경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데,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겠다.)

뭘 해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우리의 감정 (출처: https://youtu.be/SdJSjj2A710?si=sN-atXl-liwI7zCS)

나 자신이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뿐만 아니라 슬픔, 실망감, 우울감, 좌절감 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교사로서 내가 아이들에게 했던, 나 자신에게 말해왔던 행복의 거짓말을 많이 반성한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순간 다양한 감정을 확인하면서 자신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아가는 것 같은데. 상사가 아주 조금만 지적해도 나는 굉장한 좌절감을 느끼는구나. 왜 그럴까.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서 같이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말도 못 할 기쁨의 감정을 느끼는구나. 왜 그럴까. 이러면서 나 스스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고, 정말 나를 위한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그게 공부가 되었건, 진로가 되었건, 육아가 되었건.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에게, 우리 자신에게, 지금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 있어도 행복이라는 상태를 위해 참게 하는 연습을 더 시키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생이라는 것이 힘들지 않은 것만 할 수 있는 건 아니면서도, 이 사회에서 우리의 행복은 항상 볼모로 잡혀있는 듯하다. 이렇게 해야 행복할 수 있다, 저렇게 해야 행복할 수 있다, 등. 


영상에서 본 아이의 행복도, 다양한 감정들도 모두 중요하다는 말이 계속 귀에 맴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상태를 너무 중요하게 인식한 나머지, 다른 감정들은 너무 소외시킨다. 슬픔이 있어야 행복이 있는 거고, 어떤 것으로 인해 행복했던 만큼 그것을 잃게 된다면 슬픔도 더 커지는 법이니까. 슬퍼도 괜찮고, 우울해도 괜찮고, 행복해도 괜찮다. 우리가 행복할 수 없는 이유를 찾으며 행복의 볼모에 잡히지 않는 대신, 행복도 다른 감정들과 똑같이 한 순간으로 인식하고 싶다. 2024년에는 나 자신과 더 대화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더 베풀면서 한순간의 쾌락의 감정이 아닌 조금 길게 지속될 수 있는 행복을 추구하고 싶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도 행복뿐만 아닌 다른 감정들에게도 마음 한편을 내어주며 여유롭게 인사할 수 있는, 그런 2024년이 되길. 해피뉴이어!


출처: https://www.tiktok.com/@recesstherapy/video/7298798647054028078https://youtu.be/SdJSjj2A710?si=sN-atXl-liwI7z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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