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행복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오랜만에 작년에 쓴 "앞집 부부의 행복 이야기"를 읽었다.

글을 쓰는 즐거움도 있지만, 내 책을 다시 읽는 행복감을 무시할 수 없음을 또 한 번 느꼈다.

처음 쓸 때는 창작의 고통이 동반되는 즐거움이라면, 다시 읽을 때는 내 경험과 글들에 대한 회상과 뿌듯함이 찾아오는 것 같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도 내 삶을 기록한 후, 다시 읽으며 헛되지 않은 시간들이었음을 확인하며 위안을 받는 것 같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어머님 집 처분 문제로 작은형네와 갈등이 있어 힘들었다. 어머님 의사를 무시하고 억지를

부리는 작은형 식구들이 한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안타까운 건 너무 욕심을 부리는 바람에 어머님과 형제들이 가졌던 긍휼한 마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도 이제 더 이상 나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된 호의를 권리인 줄 알고 주장하는 순간 다 사라지는 것이다. 이래서 가난은 나라님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나온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감사를 모르면 굳이 호의를 베풀기 싫어지는 것이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집에서 교회 마리아전도회 회원들이 김장을 한다. 우리 교회 독거 장애우들에게 김장을

전달하고 친목을 도모하는 취지이다. 집을 개방하는 부담은 컸지만, 우리가 이런 나눔이 부족함을 알기에

아내가 용기를 낸 것 같다. 공짜로 얻어지는 기쁨과 보람은 없다. 어쩌면 희생과 고통을 감수한 만큼 더 큰

행복이 따라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글을 쓰는 일도 이런 행복 법칙에서 조금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아니, 글을 쓰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을 누리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그렇다. 글을 쓸 수 있는 날은 마음에 여유가 있고 행복한 날이다.

일기를 쓴 날은 아무리 힘들었어도 글로 풀어낼 정도의 여유는 있는 것이다. 이번 주는 여러 가지 일들로

글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낼모레 손님 맞을 준비를 하느라 안방과 거실 화장실 청소를 한 후 샤워를 하니

기분이 상쾌해져 책상에 앉을 수 있었다. 지난 6년간 블로그와 1년 넘게 브런치 글들을 올리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 중년을 보내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