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2
두, 세 걸음 걸으면 벽에서 벽까지 닿는 그런 작은 방에
조용히 살아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
침대하나, 책상하나, 의자하나 있는 조용한 방안.
그 방안에는 어떤 우울해 보이는 한 남자가 살고 있었다.
외모도 개성 없이 평범하고 매우 내향적인 그 남자는 20대에 편의점 알바생으로 살고 있는 청년이다.
그 청년의 하루 일과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그는 오후 3시쯤 일어나 책을 읽기 시작한다.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는 크게 상관이 없었다.
자신이 책을 읽고 있다는 생산적인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책을 읽으며 종이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머리 위에 있던 해도 지평선 너머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때 그는 책을 읽는 것을 멈춘다.
그리고는 옷과 핸드폰을 챙기고 자신의 일터로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가 일터에 도착할 때는 사람들의 일이 끝나가는 오후 10시쯤이다.
그 끝나가는 시간에서야 그는 일을 시작한다.
그의 시간대에는 사람들이 많이 없다.
조용히 진열대를 정리하다 보면 도어벨이 울리고
개성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동생과 같이 웃으며 떠들고 있는 재밌어 보이는 형제
일이 막 끝나고 정장 입은 어깨를 늘어뜨리며 술을 고르고 있는 직장인
화려한 옷을 입고 얼굴에 화장 떡칠을 한 어느 여자
그 외
막노동이 끝나고 꿀차 하나를 집어 들며 집으로 돌아가는 아저씨
지금부터 일을 하러 나가며 커피를 사는 배달원
롱패딩 하나 걸치고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한 채 술을 사고 있는 청년
.....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편의점을 지나간다.
'나는 무엇이 필요할까?'
고민하며 멍 때리다 보면 어느새 오전 7시가 되어있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자기 시작한다.
/
그 청년은 지금 자신의 생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이제라도 공부를 하여 좋은 직장을 구해볼까'
'나도 유튜브라도 시작해 볼까'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이 그의 공상에 지나지 않는 일이라는 것을
그는 지금 자신의 세계가 너무 넓음을 원망하고 있다.
너무 넓어서 내가 없이도 잘 돌아가는 이 세상을 원망 중이다.
이제 그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열려고 한다.
줄에 달린 하나의 다른 세계로 목을 넣으려 한다.
그 남자가 필요했던 것은 무엇일까?
그 남자가 필요했던 건 넓은 세계를 잊게 해주는 하나의 약이다.
그럼 그 좁은 방이 그 남자의 세계가 될 것이니까.
하지만 그는 앞으로도 넓은 세계에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용기가 없으니까.
오늘 하루도 그 남자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점점 넓어지는 자신의 세계에 추워진 남자는 다시 이불을 덮는다
그는 웃어보며 자신의 방에 갇힌 채
그 무엇보다 자유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