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연애에 대한 내 생각

by 김 신

며칠 전, 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지 않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료들과 대화도 나누고 싶어 자리에 함께했죠.


그 자리에 예전 동료였던 H 형도 있었습니다. 편의상 그를 H라고 부르겠습니다.


H는 여자친구와 굉장히 오랫동안 사귀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7년 가까이 연애했고, 동거한 지도 2년이 넘었죠. 그래서 물었습니다.
“형은 결혼 안 해?”


H는 한숨을 깊게 쉬더니,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여자친구의 집착이 있었습니다.


들어보니 H의 여자친구는 자신 외에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그날 술자리에도 불편함을 표시했다고 합니다. 또, 정해진 시간 안에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 문을 잠가버리겠다는 식의 협박도 있었다고 했습니다.


H의 이야기를 듣는데 숨이 턱 막혔습니다. 5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런 속내를 털어놓은 건 처음이었죠. 축 처진 어깨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물론, 두 사람 사이엔 제가 모르는 사정과 서사가 있겠죠. 그래서 H의 이야기만 듣고 그의 여자친구를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래도 물었습니다.
“그럼 왜 헤어지지 않아?”


H는 말했습니다.
“싸우는 당일에는 정말 힘든데, 자고 일어나면 또 괜찮아져.”


그 말을 듣고 저는 ‘매몰비용의 오류’가 떠올랐습니다.
이전에 이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주식 투자에서 손절 타이밍임을 알면서도, 그간 투자한 시간과 돈, 그리고 ‘혹시 오를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때문에 손절하지 못하는 심리죠.


이걸 H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그는 여자친구를 여전히 사랑한다기보다는 지금껏 함께한 시간이 아깝고, 이별 후 새롭게 시작할 용기가 없어 망설이는 상태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저는 장기 연애가 반드시 좋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 중 평생을 함께하는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건 인간뿐이라고 하죠. 그만큼 인간은 특이한 존재입니다.


장기 연애란, 정말 서로를 깊이 사랑해서 계속 함께하는 걸까요? 아니면 매몰비용의 오류에 빠져 이별하지 못하는 걸까요?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H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저는 그가 조금 이기적인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자신의 우유부단함 때문에 이별을 결단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여자친구 역시 다른 선택지를 가질 기회를 점점 잃고 있는 건 아닐까요?


결혼할 생각이 없다면, 장기 연애는 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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