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우리 아이들 대부분은 아마도 실리와 명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를 것이다.
하지만 오늘 사회 수업 후 어렴풋이 이 단어의 뜻을 이해하게 되겠지.
사회 시간 병자호란에 대해서 배웠다.
고려시대 때부터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여진이 금에서 후금으로 청으로 이름을 바꾸고 조선을 침략했던 병자호란
임진왜란의 영향으로 명의 세력이 약해졌고 이를 틈타 후금이 조선에게 형제의 나라에 이어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요구하는 전쟁 이야기
지난 시간부터 배웠던 임진왜란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광해군의 중립외교 이어서 인조반정 그다음 병자호란
잔인했던 전쟁이었고 수많은 백성이 고초를 겪었던 시간들,
남한산성으로 대피한 임금과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신하들의 논쟁
김상헌과 최명길의 이야기.
명분을 중요시하는 김상헌, 실리를 중요시 하는 최명길.
과연 누구의 의견이 옳은 것인가.
사회 교과서는 이 둘의 의견을 객관적으로 적어 놓고 자기 생각을 정해 보게 한다.
김상헌
'청은 반드시 우리에게 임금과 신하의 관계를 요구할 것이니 싸우지 않고 항복한다면 치욕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최명길
'지금은 힘이 부족하니 청의 요구를 받아들여 백성을 돌보고 나라를 지켜야 합니다.'
명분정말 재미나게도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들에게 선택한 후 손을 들어보라고 하면 거의 반반이 나온다.
그리고 이유를 들으면
임진왜란 때 우리를 도와주었던 명을 위해 청나라와 싸워야 한다는 근거로 김상헌을 지지하는 아이들과
당장 우리 백성들이 살기 위해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야 한다는 근거로 최명길을 지지하는 아이들의 의견이 팽팽하다. 청나라와 싸워야 한다는 명분과 백성들이 살아야 한다는 실리, 이러한 두 주장은 아이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 듯 마음 속에서도 갈등을 만든다.
이런 갈등은 지속적으로 역사 교과서에서 대립된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민에 빠진다.
고구려인가 나당연합인가
강화도로의 피난이냐 몽골과의 화친이냐
정몽주인가 정도전인가
김상헌이 옳은가 최명길이 옳은가
최익현의 주장인가 박규수의 주장인가
이승만의 해결책인가 김구의 해결책인가
시대를 달리해도 연령을 달리해도
그 시대 이런 갈등은 여전히 우리 시대에서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임을 알게 해 준다.
모두의 의견을 듣고 수업을 마치며
이런 명분과 실리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너희들이 살아가는 역사에도 꾸준히 갈등을 일으킬 걸라고.
또한 너희들의 인생에서도 선택의 순간에 갈등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거라고.
역사를 열심히 공부해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지혜를 길러야 한다고 말하며 마무리했다.
역사적 사건을 순서대로 외우고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 말할 수 있더라도
사건과 인물이 어떠한 연유로 문제가 생겨났고 그 해결 과정이 어떠했는지, 그 영향이 무엇인지 깊이 있게 내면화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러한 일들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고 있는 메세지는 무엇인지. 이런 것까지 아이들이 학습할 수 있다면 그날의 사회 수업은 완벽하다.
뭐 얼마나 나의 말과 수업이 머릿속에 기억될지는 몰라도
오늘 배웠던 수업의 느낌이 남아 아이들이 앞으로 처하는 갈등 상황에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되길.
전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눈동자가 반짝반짝 했던 아이들과 서로 발표하고 싶어 손을 들었던 아이들에게만큼은
오늘의 역사 수업이 조금이라도 기억에 남을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