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엇을 배울까
국어시간, 이규희 작가의 악플 전쟁이라는 책의 일부분인 '마녀사냥' 부분이 국어 교과서에 나왔다.
이번 국어 단원에서는 다양한 매체자료에 대해 배우고 각 매체를 활용하는 방법에 대해서 공부한다.
매체를 이용할 때의 예절에 대해 학습하기 위해 '마녀사냥'이 읽을 자료로 나왔다.
새로 전학 온 친구를 질투한 한 학생이 학급 친구들이 모여 있는 카페에 거짓으로 나쁜 소문을 퍼뜨리면서 일어나는 일을 쓴 동화다.
친구의 거짓된 정보와 함께 아이디 뒤에 숨어 전학 온 친구를 비난하고 의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이들에게 중간중간 인물과 내용을 설명해 주며 글을 읽었다니 모두 흥분상태다
어떻게 저럴 수 있느냐며,
마녀사냥이 가진 원래의 뜻도 함께 설명하며 이런 일들이 우리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몇년 전
5학년 우리반에 A는 내가 보기에 특별한 이유없이 친구들에게 미움을 받고 있었다.
왜 그런지 파헤쳐 보니 너무 어이가 없었는데
그 일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B가 D를 좋아한다고 C에게 비밀을 이야기했는데 그 비밀이 교실에서 퍼졌다.
B는 화가 나서 C에게 따져 물었고 C는 자기는 아니라고 했다.
그랬더니 B는 자기가 비밀을 얘기할 때 옆에 있었던 A가 내가 한 얘기를 듣고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애들에게 말하고 다니기 시작했다.
B는 우리만 남자 회장이었고 친구들에게 꽤 인기가 있었다.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B의 말을 믿고 A를 미워하기 시작했다.
남의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말하고 다닌다고..
A가 지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상한 소문으로 친구들이 점점 멀어져 갈 떄 더 이상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안되겠다 싶을 때
A를 불러 물어보았다. 역시나 자기는 그런 적이 없다고 억울해 하며 눈물을 보였다.
A의 마음 속 고통을 그냥 넘길 수가 없었다. 내가 개입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그 다음에 B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B는 펄쩍 뛰면서 그럼 누가 소문을 냈냐며 평소에 A는 남의 뒷담화를 습관처럼 해서 내 얘기도 틀림없이 한거라고 말했다.
음.. 그리고 나는 마지막으로 C를 불렀다.
C는 선생님에게 혼날까봐 사실을 말하기 시작했다. 자기는 E에게 너만 알고 있어라고 하고 B가 D를 좋아한다는 비밀 얘기를 했을 뿐이라고..
그 뒤의 얘기는 더 캐묻지 않아도 이해가 되었다.
C는 이건 비밀인데.. 하면서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고 그 말을 들은 E, F, G 등등은 이건 비밀인데.. 하면서 다른 아이들에게 말하고 다닌 사건이었다.
몇년 전 있었던 이 일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 주니
아이들은 더 흥분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오해를 받은 A는 뭐가 되냐며,
흥분하는 아이들과 함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함부로 의심해서도, 내가 진실을 말하지 않으므로 해서 누군가 피해를 보면 사과하고 문제를 원래대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게 마녀사냥이라고 얘기했다.
아이들은 이런 얘기들을 들으면 자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 믿을만한 친구에게만 얘기하니까.
하지만, 아직 어린 우리 아이들은 인간의 말이란 얼마나 빠르게 퍼질 수 있는 건지를 아직 깨닫지 못한다.
이건 비밀인데.. 라는 말머리로 시작해서 생기는 다양한 오해와 편견들,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고쳐지지 않는 습관들을 아이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며 하나씩 고쳐나가고 있는 중이다.
학교는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겪는 복잡한 사회고
그 사회 속에서 내가 어떤 말과 행동을 해야 하는 가를 직접 경험하면서 배운다.
학교에서의 나의 실수들은
선생님과 친구들에 의해서 수정되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아이들에게 학교는 정말 중요하다.
배우고 있는 차시의 마지막에는 대화 예절에 대해 학생들의 대화글로 정리되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이 끝나기 전에 끼어들면 안 돼.
이야깃거리와 관련 있는 내용을 말해야 해.
친구의 말을 무시하거나 친구의 말에 기분 나쁘게 대꾸하면 안돼.
혼자 너무 길게 말하지 않아야 해.
정말 중요한 가르침들.
아이나 어른이나 모두에게 중요한 가르침들.
잊지 않기를. 마음 속에 각인되어 앞으로 무수하게 만나는 인간관계를 지탱해주는 가르침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