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다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by 달려라토끼

지난 주 우리 반에 전입생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속초에서 오는 전입생이 우리 반에 배정될 예정이며 이름이 중성적이어서 여학생인지 남학생인지 정확하지 않다고 했다.


월요일,

새로 한 주를 시작하는 시간에

아직 잠이 덜 깬 듯한 기분으로 시작된 하루에

전입생이 왔다.


키는 좀 크고 약간 체격도 있으며

낯을 가려 눈도 잘 마주치지 못했다.

엄마와 끝까지 눈을 마주치며 쉽게 나에게로 오지 못하는 아이.

'엄마하고 이제 인사해'라는 말로 억지로 내 뒤를 따라 교실로 들어왔다.


'우와'

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반에 전입생이 또 왔어요?'

'여자에요, 남자에요?'

'왜 전학을 자꾸 와요?' 등 아이들은 궁금한 목소리를 마음껏 내고 있었다.


우리반 전학 온 아이는 예쁜 이름을 가진 여학생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인사말 해 보면 어떻겠냐는 말에

말을 못하다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내가 말해주는 대로 겨우 따라했다.

"안녕, 만나서 반가워,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다같이 박수치고

아이들은 새로운 전입생에게 온갖 호기심이 몰렸다.


오전 내내 우리반 전입생에게 신경이 쓰였다.

잔뜩 긴장한 얼굴에,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성격도 아니었으며, 남학생인지 여학생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 외모여서

아이들이 '남자야, 여자야?' 하는 말들에 아이가 마음의 상처 받으면 어쩌나 계속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걱정은 한두시간,

우리반의 따뜻한 여학생들이 먼저 다가가 말을 걸기 시작했고 모여서 수다떨기 시작했다.

그러다 한 아이가 와서

"선생님, 저희 있다 루*랑 다 같이 마라탕 먹으러 가기로 했어요. 하*은이가 사기로 했어요"라고 말하며 예쁜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순간 마음이 놓였다.

이런 예쁜 아이들 같으니라고.

새로 온 친구에게 따뜻하게 말 걸어주고, 있다 오후에 함께 할 약속도 하고,

루*의 표정에 미소가 보이며 학급에 만족하는 표정을 짓게 해 주고


오늘 하루 나는 조울증의 조증 걸린 사람처럼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괜히 애들에게 농담도 하고

그동안 시끄럽다고 잔소리만 해댔으나 오늘은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크게 거슬리지도 않았다.

아이들의 따뜻한 모습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붕붕 떴다.


루*가 자연스럼게 학급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서

이 아이들이 어른보다 백배 나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외되지 않도록 선뜻 손을 내밀고 불편하지 않도록 먼저 보살펴 주고 있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이 어른들에게도 보여졌으면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으면


아이들은 함꼐 자란다.

친구와 말을 하며 서로가 가지고 있는 태도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상대방의 태도에 나의 태도를 맞추어 가기도 하고

나를 낮추고 상대방의 의견에 기꺼이 따르기도 한다.


요즘 자기 자신이 제일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이 아이들 덕분에 잠시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감사한 하루다.

ChatGPT Image 2025년 9월 29일 오후 05_02_02.png


작가의 이전글이건 비밀인데... 다른 사람한테 얘기하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