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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자매 Jan 24. 2022

연탄 하나

엄마는 가끔 옛날이야기를 하신다.

대부분 어려웠던 시절의 회상이다.


날씨가 추워지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앞집 사는 아주머니께 가서   장만 빌려달라고 사정을 하셨단다.

그래서 그날 너무 창피하고 속상해서

부엌에서 불도 켜지 않고 많이 우셨다고 했다.


내가 정말 어쩌다 이리되었나 비참하고 속상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다고.

그 말을 들을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


빚은 많지 애들은 다섯이나 있지.

홀시아버지까지 모시고 사는 엄마는 그날 정말 죽을까 싶더란다.

그래서 농약으로 시선이 갔고 그걸 먹고 정말 죽을까 나쁜 생각이 들었다고.


그러다가 내가 이거 먹고 죽으면 나한테 빚 준 그 사람들은 어쩌나.

내 새끼 다섯은 그럼 고아원으로 가는 건가, 많은 생각이 들었고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다.


나는 못 죽는다.

죽더라도 빚은 다 갚고 죽자 이를 악물고 살았고

그 마지막 빚을 다 갚는데 우리는 십 년의 시간이 걸렸다.


엄마는 이자까지 안 떼어먹고 다 주고 나왔다면서 뿌듯해하신다.


엄마, 키워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우리 엄마로 나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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