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마음에 작은 문 만들기

알게 되면 비로소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by 장가을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쓰고 싶다. 어둠을 보는 시간보다 빛을 보는 시간이 훨씬 길었으면 좋겠다. 마음이 단단하게 굳어지지 않도록 마음의 연료로 반짝이는 것들을 넣어 막 완성된 떡처럼 말랑한 구석이 존재하는 사람이고 싶다.
임이랑,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219



학원과 학교의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두 곳 모두 배움의 공간이지만 학교에서의 배움은 훨씬 더 광범위하다. 그래서 학교이기에 가능한 경험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었다.


"얘들아, 이런 세계도 있어."


알고 있지만 선택하지 않는 상황과 모르기에 선택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아이들이 더 넓은 선택지를 바라보고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실과 일곱 과목을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아이들에게 처음을 알려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과목은 음악인 것 같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거나 문제집으로 공부하는 '국수사과영'과는 다르다. 물론 피아노 학원을 다니는 일부 학생들도 있지만 의외로 '감상' 영역은 학원에서 잘 다루지 않는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는 슈베르트, 모차르트, 베토벤 등 음악 거장들의 클래식 CD 모음이 있었다. 엄마가 태교 음악으로 들었다는 그 CD는 내가 지금 우리반 아이들과 같은 나이가 될 때까지도 내 책상 서랍 한 켠을 차지했고, 잠 못 이루는 날이면 조용히 밤을 달래주곤 했다. 그 따뜻한 기억 덕분에, 오늘 음악 수업 주제가 오케스트라라는 사실이 괜히 반가웠다.



아이들에게도 각자의 음악 취향이 있다. 물론 그 목록에 오케스트라나 클래식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번 수업이 더욱 의미 있었다. 바이올린을 배웠다는 한 아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오케스트라의 악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관악기, 현악기, 금관악기, 타악기 등의 개념을 간단히 짚고 넘어갔다. 초반 흥미가 떨어지면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은 금세 좁아지기 때문이다.


다행히 직접 듣는 것만큼 좋은 영상 자료가 유튜브에 많다. 각 악기가 선명히 보이는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을 함께 감상했다. 아이들이 한 번쯤 들어봤을 베토벤의 '운명'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인 'Golden'을 오케스트라 버전도 들려주었다.


"우와... 웅장해요."


"오케스트라로 들으니까 더 좋아요. 신기해요."


그 반응에 마음이 뿌듯했다.


요즘은 실제 연주 영상뿐 아니라 대중음악을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영상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비비의 '밤양갱'을 디즈니 분위기로 편곡한 오케스트라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아이들의 반응은 더 뜨거워졌다. 수업이 삶과 연결되는 순간, 아이들의 눈은 한층 더 반짝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페들렛에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의 오케스트라 버전을 찾아서 올려보라고 했다.


"선생님! 뽀로로 노래도 오케스트라 버전이 있어요!"


아이들은 정말 즐거워했다.


아이들의 세계가 눈에 띄게 넓어진 듯했다. 알게 되면 비로소 좋아지는 것들이 있다. 오늘 그 처음을 아이들과 내가 함께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한 음악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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