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언어영역] '단순함의 법칙'을 읽었습니다.
#단순함의법칙 (The Laws of Simplicity) 2024.07
-디자인 읽기: #존마에다 (John Maeda)
-디자인 쓰기
세상에 지나치게 많은 디자인의 정의들이 난무하지만, (세상에 100명의 사람이 있다면, 100개의 디자인 정의가 있는듯하다.) 이렇게 보나 저렇게 보나 디자인의 정의로 '문제해결'만큼 세세한 것들을 아우르면서도 명확한 정의는 없는듯하다. 사실 'XXX 성공법칙 100가지, 육아법칙 10가지' 등의 규칙이나 법칙을 정리해 놓은 책들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때론 너무나 당연해 보이고, 때론 그 법칙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기보다 그것을 어떻게 자신의 삶에 적용하느냐가 더 중요하게 느껴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책은 내가 가장 흥미로워하는 개념 중 하나인 '단순함(Simplicity)'에 대한 것이다. 이 책에서 존 마에다 교수가 정의하는 10가지 법칙이 중요하다기보다 단순함에 대해 여러 관점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준 것 같아 더 의미가 있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빅터파파넥은 '기능복합체(Function Complex)'라는 이름으로 디자인을 정의하고 있다. 핵심은 이러한 기능복합체 개념을 바탕으로 '간결한(Elegance) 해결책'으로 디자인 정의를 마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간결함'을 '세련되고, 우아한, 멋진'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Elegance'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눈길이 간다. 즉, 존 마에다가 목표하는 '단순함'이나 빅터 파파넥이 강조하는 '간결함'이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함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를 반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이 겪고 있는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복잡해질 뿐이지, 지금보다 단순해질 일은 만무하다. 온 지구를 혼란에 빠뜨렸던 코로나 사태를 기억해 보자. 코로나 문제를 결코 의료계만의 문제라 할 수 없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합했어도,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겨우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코로나는 지구가 존재하는 한 없어지지 않는 감기와 같은 질병이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인간은 누구나 최소한의 에너지와 시간을 들여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멋져 보이는 디자인이지만, 이것을 사용하기 위해 백과사전과 같은 복잡하고 무기와 같은 매뉴얼을 읽고 이해해야 사용할 수 있다면, 그 어떤 사람도 그 디자인을 멋지다 생각할 수 없다. 자신의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을 선택하고, 애정하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더더 복잡해질 뿐인데,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는 해결책들이 점점 단순해진다면, 그만큼 매력적인 비즈니스가 있을까 싶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듯, 모든 해결책이 단순함 하나만으로 만사오케일 수 없다. 사람은 기능과 형태로만 판단하고 선택하는 이성적이며 단순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디자인이 그저 단순하기만 한다면, 지루함을 느끼기도 하고 흥미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또한 복잡함에 대한 인식이 있을 때 단순함에 대한 가치가 돋보일 수 있듯이, 복잡함과 단순함의 리듬감이 디자이너나 기획자에게는 간과하지 말아야 할 핵심이기도 하다.
브랜드 콘셉트이나 디자인 전략을 도출하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다 보면, 분야와 상관없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딥 다이빙(Deep Diving)이다. 온갖 자료들을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정리한 자료들이 몇백 페이지가 넘기 일쑤이다. 프로젝트 시작점에는 문제사실들이 늘 낯설고 새롭고, 혼란스럽고 복잡하지만, 깊이 생각하고 또 생각하다 보면 흩어진 사실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한 단어나 문장으로 정리되는 순간(아하 모먼트/Aha Moment/라고도 하지)을 늘 맞이하게 된다.
내가 겪어온 과정은 복잡하고 어려울지라도 그 결과를 맞이하는 소비자들과 클라이언트들에게 내 해결책의 정당성을 설득할 때에는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 과정은 복잡해야 하고, 결과는 단순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디자인이지 않을까.
'단순함(Simplicity)'이라는 단어에는 '함축(Implicity)'이 숨어있음을 기억하자. 그저 단순하기만 사람은 매력이 없지만 단순해 보이지만 속은 꽉 찬 사람만큼 매력적인 사람은 없으니까. 간단하고 단순했지만 결코 단순하지 않았던 또 하나의 고마운 책.
*10가지 법칙
단순함의 결점 1: 과다하게 사용되는 두문자어
1. 축소(Reduce): 단순함을 성취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신중하게 생각하여 축소시키는 것
2. 조직(Organize): 조직화는 많은 것을 더 적어 보이게 만든다.
3. 시간(Time): 시간을 절약하면 단순함이 보인다.
4. 학습(Learn): 지식은 모든 것을 더 간단하게 만든다.
단순함의 결점 2: 잘못된 형태
5. 차이(Differences):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6. 맥락(Context):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들도 결코 하찮게 볼 수 없다.
7. 감성(Emotion): 감성은 풍부한 것이 적은 것보다 낫다.
8. 신뢰(Trust): 우리가 신뢰하는 단순함의 이름으로.
단순함의 결점 3: 너무나 많은 법칙들
9. 실패(Failure): 어떤 것들은 절대 단순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
10. 하나(The One): 명확한 것을 빼고 의미 있는 것을 더하면 단순함이 실현된다.
*3가지 법칙
1. 멀리 보내기: 단순히 멀리, 멀리멀리 보내면 많은 것이 적게 보인다.
2. 개방: 개방해서 복잡함을 단순화하기.
3. 전력: 더 적게 쓰고 더 많이 얻기.
-디자인 듣기
/p.12 기술자들과 디자이너들은 이처럼 복잡한 것들이 넘쳐나는 환경에서 단순함을 추구하고 있다.
/p.20 통신과 건강, 오락 등의 분야에서 단순함이 갖는 사업적 가치를 정의하는 일을 목표로 삼고 있다.
/p.21 처음에는 디자인과 기술, 비즈니스 등에 관련한 글들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읽는
사람들이 내가 인본주의적 공학자로서 삶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p.24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더 단순하게 만들어 주는 제품을 구매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런 제품을 사랑한다. (중략) 결과적으로 단순함은 새로운 성장산업이 될 것이다.
/p.43 연약함은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므로 복잡성을 상쇄해 주는 중요한 요소다.
/p.47 숨기기(Hide)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디자인에 고객들이 원하는 복잡한 기능을 모두 집어넣어야 하는,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요구 사이의 균형을 이루어 내는데 전념하게 되었다.
/p.49 좋은 디자인은 복잡함이란 속성에 사용자가 어쩔 수 없이 끌려가고 그것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스위치를 켜고 끄듯이 자유 의지에 의해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p.50-51 구체화(Embody) 품질에 대한 인식은 소비자가 '기능이 다양하고 크기가 큰 물건' 대신 '크기가 더 작고 기능이 단순해 보이는 제품'을 선택하게 함에 있어 중대한 요인이 된다.
/p.54-55 SHE를 잘 활용하자 강화된 재료를 사용하거나, 메시지를 담은 단서들을 통해 '훌륭한 품질을 구체화'히시키는 것은 제품의 자체적 측면을 축소시키고 감추면서도 그 고유의 가치와 미묘한 조화를 이루게 해주는 중요한 방법이다.
/p.58 체계를 도입하면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원칙들을 조직화하여 이 혼란스러운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
/p.61 SLIP: 무엇과 무엇을 함께 묶어야 하나? '슬립(SLIP)'이란 분류(Sort)하고, 이름을 붙이고(Label), 통합하여(integrate) 우선순위를 정하는(Prioritize) 과정의 각 단계 영어 첫 글자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p.65 '슬립(SLIP)'은 "무엇과 무엇을 묶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는 자유로운 형식의 절차다.
/p.67-68 나는 언제나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것은 바로 '탭(Tab)'키이다.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탭키는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는 마법 같은 도구였다.
/p.68 '조직화'의 개념과 '탭 키'의 연관성은 정보를 더 단순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디자인된 유일한 자판이다.
/p.79 적게 만들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p.82 제품이나 서비스와 관련된 어떤 상호작용이 생각보다 빨리 처리되면, 우리는 이 효율성을 인지된 단순함의 덕으로 돌린다.
/p.83-84 SHE 법칙은 축소하고, 숨겨서 줄인 뒤에, 줄이느라 감소되어 보이는 가치는 구체화와 명시화를 통해 보충하라고 이야기한다.
/p.87-88 다른 누군가에게 중요하지 않은 선택을 맡기는 것은 단순함을 성취하는 바람직한 전략이다.
/p.90 시간을 숨기는 것이 시간을 절약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것은 시간에 대한 염려를 압박받지 않아도 된다는 환상을 만들어낸다.
/p.93 지식은 곧 편안함이며, 이 편안함이 바로 단순함의 핵심이다.
/p.98 시간을 절약하는 것은 양적으로 빠른 것과 질적으로 빠른 것 사이의 적절한 조화라 할 수 있다.
/p.109 단순함과 반복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
/p.112-113 안정감을 갖고 (초조함과 좌절을 피해서), 자신감을 가지며 (기초를 통달해서), 본능을 느끼는 것은 (반복을 통해 길들여지면서) 모두 합리적인 욕구를 충족시킨다.
/p.114 최고의 디자인은 즉각적인 친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능력의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p.119 메타포는 존재하는 지식의 거대한 부분을 어떤 맥락에서 다른 곳으로 전이시킬 때 특별한 추가적 노력 없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매우 유용한 플랫폼이다. 예측하지 못했던 놀라움이 주는 즐거움을 동반했을 때만 효력을 발휘한다.
/p.123 '학습'과 '삶'의 거대한 맥락을 깊이 연결시킨 것이 가장 성공적인 제품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p.138 나는 내가 경험하는 모든 것에서 꽤 선명하게 흘러나오는 '단순함'과 '복잡함'의 박자를 듣고 있다.
/p.142 당신이 레이저 광선과 같이 정확히 한 곳을 비출 수도 있고, 백열전구처럼 같은 빛으로 당신 주변의 모든 것을 밝힐 수도 있지만 한 가지에 집중하여 최고를 위해 노력하다 보면, 눈앞의 것에만 집중하고 대체로 나머지 것들은 희생시키게 되는 상황이 수반된다는 것
/p.155 안전과 흥분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 결정하게 되면, 그에 따라 '불편하지는 않을 만큼 길을 잃을 수 있는' 균형점을 알아낼 수 있다.
/p.161-162 '기능에 의해 형태가 정해지는' 방식이 아니라 '형태에 의해 감성이 움직이는' 새로운 개념의 디자인 방식을 적용해 보도록 하자.
/p.169 소비자들은 단순한 제품과 스스로 선택한 액세서리를 결합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혹은 제품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다.
/p.174 우리의 주변 환경에서 애착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사용자들이 평생 동안 아끼고, 돌보고 또 소유하고 싶어 하는 제품을 디자인하기 위한 열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p.175 위대한 예술품을 보면 끝없는 궁금증이 생기는 반면, 위대한 디자인은 모든 것을 명료하게 해 주니까.
/p.177 명료성을 성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중략) 진정 어려운 일은 편안함을 성취하는 것이다.
/p.185 나를 가르쳤던 수영 강사는 수영을 하는 법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았던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주로 '몸을 기대고' 물을 신뢰하는 방법만 가르쳤다.
/p.186-187 뱅인올룹슨은 음질에 집중하지 않고, 느긋하게 기대는 것과 그저 무언가를 즐기는 것에 집중한다.
/p.194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서 발생하는 이익의 증가분이 반품을 받아서 발생한 손실을 능가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취소'의 힘이다.
/p.197 당신이 처해진 환경에서 여러 대상들과의 복잡한 관계를 유지함에 있어 '취소'를 합리적인 파트너로 포용하라.
/p.205 단순함과 복잡함은 서로 공생하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
/p.216 '단순함'이란 뜻의 단어 'SIMPLICITY' 속에는 '함축'이라는 뜻의 단어 'IMPLICITY'가 숨어있음을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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