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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on Aug 06. 2024

물건을 만들지 않는 디자이너

[디자인 언어영역]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에 다녀왔습니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 나가오카 겐메이

안그라픽스 인스타피드를 통해 알게 된 나가오카 겐메이씨의 방한소식. 한남점과 제주점 D&Department를 갈 때마다 그 독특한 컨셉에 대한 궁금증은 늘 있었다. D&Department 설립자인 나가오카 겐메이씨의 신간발표와 북토크 소식에 서울대 강연을 신청했고, 무더위 속에 땀을 뻘뻘흘리며 서울대까지 다녀온 가치는 충분했다. 18세부터 59세가 된 지금까지 한 길을 걸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만이 가진 디자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훌륭한 디자인'을 드러내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을 통해 세상을 더 가치있게 만들고자하는 그만의 선한 신념에 있었으리라.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그가 디자이너이자 디자인활동가로 걸어온 50년의 세월이 과장되거나 억지스럽게 느껴지지않고 잔잔하지만 묵직한 힘이 있고, 자연스러우면서 여유가 느껴졌다는 것이다. 그가 정의하는 '활동'은 '지속하는 것'이었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은 바로 그 활동이 즐거움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디자인을 정말 사랑하고, 디자인을 통해 세상이 바뀌어가는 일에 가치를 느끼고, 그것이 나가오카 겐메이씨에게는 평생을 투자할 만큼 즐거운 것이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 / 서울대 예술복합연구동 (7.19)

디자인을 공부하고 관련일을 해온지 20년이 넘은 나에게 있어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 숙제처럼 느껴진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고, 한때 가구디자이너로 일했었고, 대학원에서 디자인경영을 전공하고, 디자인정책관련 공무직을 담당하다, 디자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디자인전략 및 브랜드 전략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개인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나는 전문분야는 무엇이고, 과연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오던 나에게 나가오카 겐메이씨는 하나의 메세지를 제시한 듯했다. 결국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가시화'시킬 것인가가 핵심이었다. 눈에 보이지않는 나만의 가치를 어떠한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드러내느냐(나만의 규칙)에 따라 나의 전문분야와 정체성은 결정되는 것이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메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나가오카 겐메이씨가 자신의 신념을 가시화하는 방법은 '서적화', '전람회화', '네이밍화'였다. 이 3가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들만이 훌륭한 아이디어의 기준이 되었다. 끊임없이 자신이 생각하는 '훌륭한 디자인'을 드러내기위해 책을 출간하고, 전시를 진행하고, 그에 일환으로 D&Department라는 편집샵이 전세계에 만들어지고 있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 / 서울대 예술복합연구동 (7.19)

'새롭게 물건을 만들지 않는 디자이너'라는 개념을 생각해내고, 오래 지속되는 '훌륭한 디자인'을 소개하는 디자인 백화점,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를 설립했다. 그리고 물건만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이 아닌 사회적 맥락 안에서  물건의 주변을 함께 소개하는 디앤디파트먼트만의 판매스타일을 고안했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 / 서울대 예술복합연구동 (7.19)

지금은 디자이너로 처음 일을 시작한 자신의 고향에서 그 지역만의 특색을 찾아가기 위해 홀수달은 고향에 머물면서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진행해온 프로젝트와 전시들이 망한 것도 많고, 주변사람들에게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지켜온 가치를 인정받고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한다. 결국 버티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라는 통상적 문장이 다시 떠올랐다. 지금은 어이없어보이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닌 무의미한 일인것 같아도 지금 가고 있는 길을 꾸준히 걸어가다보면, 결국 나또한 나만의 가치를 굳건히 하게되고, 그것을 나만의 디자인규칙으로 드러내고 전하는 사람이 되어있으리라 생각한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 / 서울대 예술복합연구동 (7.19)

강연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느껴지는 나가오카 겐메이씨의 여유로움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생각해보지않은 질문에 대해서는 잘모르겠다고 대답할 수 있는 여유. 그 대답이 절대 가벼워보이지 않는 당당함이 그가 말하는 그만의 디자인신념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 북토크 / 나가오카 겐메이 친필사인

이번에 나온 신간(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이 출간되기 전, '디자인하지않는 디자이너',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 '디자이너 함께하며 걷다.'도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들게 만들어준 시간. 직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위해 만든 '매일 매거진'으로 태어나 정리된 107통의 편지로 이루어진 '디자이너 마음으로 걷다.'를 먼저 읽자. 나 또한 끊임없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오늘이 쌓이고 쌓여 결국 나만의 '디자인 언어'가 만들어질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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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ly Honest Design can be #Recycl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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