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 구경 1] 그린씨네 온실
2024.05.23
그린씨네 숲밭에 있는 작은 온실에서 책 읽기 모임이 열렸다
오늘은 그린씨네 숲밭에서 ‘녹색평론 읽기 모임’이 있는 날이다. 선흘에 사는 우리들은 매 달 한 번씩 시골 교회의 구역예배처럼 각 가정을 돌아다니며 책 읽기 모임을 7년째 이어오고 있다.
그린씨네 숲밭 모임이 특별한 이유는 대여섯 명이 들어갈 만한 작고 예쁜 온실이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모일 때면 우리는 소풍처럼 각자 음식과 차를 챙겨 온다. 오늘도 누군가는 족발과 보리콩을 쪄오고, 또 누군가는 샐러드를, 아내와 나는 직접 만든 빵과 와인을 풀어놓았다. 주인장은 따뜻한 보리차를 준비했다. 마치 예수님이 들판에서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처럼, 감귤궤짝으로 만든 식탁은 먹거리로 차고 넘친다. 할렐루야!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온실에서 작은 등과 휴대폰 불빛을 비춰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야말로 낭만이 흘러넘친다. 게다가 오늘처럼 비라도 내리면 타닥타닥 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누군가에게 내어놓지 못한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책을 읽은 소감도 나눈다.
그린씨네 온실은 6평 정도 되는 작은 온실이다. 농사용 도구를 두거나 토종 씨앗들을 보관하는 용도의 공간인데, 지금처럼 작은 모임 공간으로도 자주 이용된다. 그린씨가 대안학교 학생들과 생태 예술 수업을 하는 공간이 되기도 하고, 예술가들의 전시 공간이 되기도 한다. 나는 가끔 산책길에 들러 주인 없는 온실에서 혼자서 책을 읽고 마음을 가다듬고 가기도 한다.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이곳은 우리 모두가 잠시 숨어들 숨숨집이다.
온실의 구조는 지붕이 한쪽으로만 기울어진 일명 ‘쉐드(shed)’ 형태이고, 지붕은 유리보다 튼튼하다는 복층형 폴리카보네이트로 만들었다. 삼면 벽은 유리창으로 만들었고 나머지 한쪽은 온실이 너무 뜨거워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완전히 가렸다. 기본적인 구조재는 아연각관을 이용했고 그린씨에 어울리게 초록색을 칠했다.
그린씨네 온실과는 달리 우리 집 앞마당에는 목재를 구조재로 이용하고, 지붕은 단순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박공 형태로 지으려고 계획 중이다. 공간의 절반은 레몬 등의 작물을 재배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모종을 키우거나 농자재를 보관하는 곳으로 이용할 예정이다. 물론 작은 모임 공간으로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실내가 좁으니 바깥 마당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 좋겠다.
그나저나 온실 짓기에 복병이 생겼다. 요즘 텃밭을 정리하며 무거운 돌도 옮기고 질긴 갈대 뿌리도 뽑고 하다 보니 과한 힘을 썼나 보다. 모임에 가려고 샤워하다 보니 왼쪽 배 아래쪽이 메추리알만큼 살짝 부풀어 올랐다. 아무래도 탈장인 듯싶다. 우리 아빠도 50대에 탈장이 생겨 수술을 하셨는데, 딱 그 모양이다. 별게 다 유전이다. 통증은 없지만 급하게 전화를 해 제주대학병원 외과에 진료를 예약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수술 외에는 치료법이 없다는 데. 수술 후에는 한 달 정도는 조심해야 한단다.
또 온실 짓기를 미룰 맘 편한 핑계가 생겼다. 2년도 미뤘는데 한 달 쯤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