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최초 외과수술 후기 1

2025. 7. 28

by 도토리


태어나서 처음으로 외과 수술을 했다. 50대에 탈장 수술을 하셨던 아버지를 닮았는지, 비슷한 나이에 발견되었다. ‘장이 탈출했다’는 표현은 듣기에 따라 무시무시했지만, 인터넷을 찾아보니 탈장 수술은 가장 간단한 외과 수술 중에 하나인 것 같다.


그래도 큰 병원에서 수술하라는 조언을 듣고 제주에서 제일 큰 대학병원에 입원했다. 담당 주치의는 50대쯤으로 보이고, 예상한 대로 권위적이고 불친절한 직업 의사들의 전형이었다. 자기 휴가를 피해 수술 날짜를 잡고 입원하라고만 했을 뿐, 배를 찢는 개복수술인지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인지 또는 전신마취인지 척추마취인지 따위의 기본 정보를 환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사람이었다. ‘슬기로운 의사 생활’ 따위의 드라마는 극강의 판타지라는 걸 일깨워 주려고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수술 당일 아침에야 의사를 만날 수 있었고, 그제야 개복 수술이라는 것과 척추마취를 통한 반신 마취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정신은 살아있는 상태로 수술하는 장면과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공포가 밀려왔다. 이야기를 들은 지 1시간 후 곧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이동하면서 보이는 병원의 천장의 차가운 형광등 때문이지 호흡이 더 가빠졌다.


수술실에 대기하던 마취과 의사도 권위적이기는 매한가지다. 간단한 질문에도 정색하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어른에게 마치 어린아이를 훈육하는 태도를 취한다. 생명을 이들에게 맡긴 사람으로서 환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기에, 일반 사회였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이들의 오만한 태도에도 어이없지만 웃으며 응대하고 있는 내 모습에 순간 짜증이 났다.


'이들에게 이런 태도로 한 인간을 대해도 된다고 누가 허락했을까?'


수술방에 들어가자 수년 전 유행했던 ‘멜로망스’의 노래가 들려왔고, 태아처럼 동그랗게 만 내 척추에 주사기로 마취약이 주입되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왼쪽 다리와 오른쪽 다리에 감각이 사라지기 시작했고, 초록색 천으로 수술을 보지 못하게 가린 후 곧바로 수술이 시작되었다. 기분 나쁜 가위질 소리와 가죽이 당기는 느낌이 반복된 후에야 수술방을 탈출할 수 있었다.


수술이 끝난 후에도 담당 주치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외과 간호사가 찾아와 의사 선생님이 찾아오지 않으셨냐고 묻는다. 안 오셨다고 하니 아마 수술이 잘 되어서 그럴 거라고 당황한 듯 애매한 대답을 하고 사라졌다. 같은 병실에 있는 다른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들은 수술 전, 수술 후 수시로 드나들며 환자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는데 참 어이없고 황당했다. 수술이 잘 되었는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따위의 이야기도 제대로 듣지도 못한 채 통증을 안고 다음 날 퇴원했다.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의대생 증원과 관련해 의료 대란이 발생했고, 이를 이유로 집단행동을 하며 학교를 떠났던 의대생들이, 최근 사과 한번 없이 오히려 자신들을 위한 요구안을 제시하며 학교로 당당히 복귀했다. 정부와 대학은 수년 동안 국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이들에게 학사 일정을 줄여주고, 국가시험을 추가로 시행한다고 약속했다. 만약 이들이 일반 기업의 노동자들이었다면 거액의 손배가압류가 진행되었을 텐데 반대로 특혜가 주어졌다.


누가 이들에게 이런 오만한 태도를 허락했는지 짐작이 간다.


photo_011.jpg 탈장 수술을 위해 병원에 입원 후 링거를 맞고 있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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