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최초 외과수술 후기 2

2025. 7. 29

by 도토리


대학병원 의사들의 저세상 권위 의식 때문에 짜증 나긴 했지만, 2박 3일간의 병원 생활은 나름 새로운 경험이었다. 물론 비교적 간단한 탈장 수술이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상이리라.


1. 병원먹방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서 제공하는 식사를 먹지 않고, 지하식당 푸드코트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에는 시원한 카페에서 카페라테와 케이크를 마구 먹었다. 뭔가 좀 건강해 보이는 병원밥보다 안 건강하지만 다양한 메뉴들이 있어 2박 3일 동안 나름 즐거웠다. 수술 후 아픈 몸을 이끌고도 꾸역꾸역 지하 식당가로 가는 엘리베이터를 탄 이유다. 푸드코드 음식이 지겨울 때쯤 퇴원할 수 있어 그것도 다행이었다.


2. 첨단엘베

환자복을 갈아입고 병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가 나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 엘리베이터는 환자 이상영입니다.’라고 말한다. 아이고 깜짝이야. 엘베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았지? 손목에 차고 있는 입원환자용 밴드가 엘리베이터와 연결되어 나를 자동으로 인식하는 건가? 요즘 엘베 정말 첨단이네라고 생각할 때쯤 2층에서 다른 환자분이 탔다.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이 엘리베이터는 환자 이송용입니다’


3. 척추마취

수술을 위해 척추마취를 하자 허리 아래에 도무지 힘을 쓸 수가 없었다. 6시간 정도 지나 마취가 풀리면 곧 괜찮아진다고 의사가 말했지만, 혹여나 마취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훅 밀려왔다. 다리에 아무리 힘을 주어도 꼼짝 않는 느낌이 주는 두려움과 상실감. 휠체어를 타시는 분들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4. 병원피서

아내가 1인실은 비싸다고 보험이 되는 5인실을 잡으라고 했을 때 약간 섭섭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5인실이 넓고 깔끔했다. 게다가 입원한 환자가 많지 않아, 창쪽 시원한 곳에 있는 침대를 고를 수 있었다. 아내는 집보다 병원이 더 시원하다고 옆에 비어있는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잤다. 시원하긴 하다.


5. 자유방귀

모르는 사람들 있는 곳에서 방귀를 뀌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일인데, 병원에서만은 그렇지 않다. 외과 수술을 한 환자들에게 방귀를 뀔 수 있다는 건, 장들이 제대로 잡았다는 신호이자 퇴원이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다. 그래서인지 방귀를 서로 부끄러워하지 않고 뀌는 분위기다. 방귀가 자유로운 세상!


5. 아내만세

입원실이 5인실이지만 실제로는 3명의 환자만 있었다. 모두 남자들이었는데 아내들이 간병을 했다. 재밌는 건 아내들이 없을 땐 모두 조용하고 휴대폰 만지작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건너편 환자 분은 아내가 없을 때는 있는 듯 없는 조용하다. 맞은편 침대의 환자분은 건축업을 하시는 분인데 입이 무척 걸다. 하지만 아내가 없으면 혼자서 화장실도 안(못) 가고 조용히 참고 지내다가, 아내가 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목소리가 높아지고 기세등등하다. 침대퉁수. 남자들이 이렇게 귀엽다.


6. 의료보험

수술 후 퇴원을 앞두고 1층 원무과에서 정산을 했다. 병원비가 많이 나올까 봐 살짝 걱정했는데, 2박 3일 동안 입원과 수술에 든 비용이 39만 원 정도다. 국가가 운영하는 의료보험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의료보험이 미비한 미국이었다면 수 천만 원이 든다고 하던데. 의료보험금이 비싸다고 다들 난리 치지만 실제 병원에 입원 한번 하고 나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드는 건 나뿐인 건가? 의료민영화 절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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