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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극이 끝난 후 Jun 12. 2018

NYT, <Service Journalism>

모바일에서는 고객이 왕입니다.

고객의 욕구(Needs)를 충족시키는 식당이 대박 난다.

언론사라는 식당이 있다. 예전에는 골목에 일간지, 지상파만 있었다. 언론은 그저 날것의 품질 좋은 재료를 구입해 요리해서 제공하기만 하면 됐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골목에 새로운 경쟁업체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종편, 케이블 채널부터 시작해서 모바일 플랫폼까지. 언론사라는 식당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예전처럼 정보만 제공해서는 안 된다. 고객 한 명 한 명 세심하게 분석해서 그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줘야 한다. 뉴욕타임스는 《독보적인 저널리즘 》에서 모바일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독자' 중심의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국 언론도 마찬가지다.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서비스저널리즘'을 실천해야 한다.


디지털 퍼스트를 넘어 모바일 온리 시대다.

TV와 신문 광고수익은 하락하는 반면 모바일 광고시장은 상승세다. 모바일에 고객이 몰리고 있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은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를 금과옥조로 삼는다. TV와 신문 뉴스는 그대로 모바일에서 카드뉴스가 되고 활자로 옮겨지며 포털에서 Live로 진행된다. 물론 언론사가 최대한 많은 고객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보편적 서비스(Reach Everywhere, Everyone)를 실현하는 게 맞다. 고객이 TV와 신문을 넘어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면 고객을 따라서 모바일에서도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아쉽게도 원소스 멀티유즈를 실천한다고 해서 고객이 언론사 콘텐츠를 바로 클릭하는 것은 아니다. 모바일 시장은 이미 고객이 파편화됐다.


언론사가 정보를 전달해도 독자가 수용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예전에는 데스크가 편집해준 TV 뉴스 헤드라인부터 마지막 날씨가 나올 때까지 사람들이 순서대로 봤다. 내용이 마음에 안 돌리면 채널을 돌리거나 아예 TV 전원을 꺼버리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었다. 신문도 마찬가지다. 기사가 별로면 그저 제목만 빠르게 훑고 넘어가면 됐다. 기사가 자신의 관점과 맞지 않아도 TV나 신문을 보는 동안에는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발달했다. 내 손 안에서 뉴스를 클릭하는 시대다. 사람들은 개인의 '욕구'를 은밀하게 충족시켜주는 뉴스를 찾아다닌다. TV나 신문은 언론사가 어젠다를 세팅하지만 모바일은 독자가 어젠다를 세팅한다. 수많은 플랫폼이 등장한 상황에서 주도권은 독자에게 넘어간 지 오래다. 언론사는 독자의 클릭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TV나 신문은 공정하고 품격 있고 깊이 있는 보도를 그대로 유지하되, 모바일은 전략을 새롭게 짜야한다. 시장을 쪼개서 개별 시장에 맞는 의제와 문법을 적용하며 독자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서비스해야 한다.


우선 시장부터 쪼개야 한다.

애초 모바일 시장에서 원소스 멀티유즈가 통하지 않는 것도, 결국에는 모바일이 다 같은 모바일이 아니라 플랫폼에 따라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리스티클과 스낵컬처가 인기다. 딩고, 피키캐스트 같은 회사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맞는 과자같이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맛집과 뷰티와 핫플레이스가 대세다. 트위터는 #해시태그 운동이 벌어졌던 것처럼 진보적인 의제가 주를 이룬다. 유튜브는 크게 두 가지 채널로 나뉘는데 바로 덕후 저격 동영상과 커버 영상이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멀리는 아랍 덕후까지 ‘내새끼’의 직캠을 보며 한마음으로 콘텐츠를 감상한다. 커버 영상은 포니, 이사배, 라뮤끄, 써니, 대도서관 같은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으로 메이크업부터 헤어, 뷰티, 먹방, 게임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플랫폼을 쪼개서 분석했다면,
그 다음에는 개별 고객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서비스해야 한다.

BBC 역시 BBC1은 영국, BBC2는 스코틀랜드, BBC3은 20대, BBC4는 10대를 위한 콘텐츠만 제공한다. 콘텐츠가 꼭 기사 형식일 필요는 없다. 새로운 스토리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다만 서비스저널리즘의 핵심은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독자와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Smarter Living>에서 저녁메뉴, 은퇴자금 마련 방법, 여행가방 싸는 방법을 알려준다. 여러 정보와 가이드를 제공하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다. 심지어 <Cooking> 섹션은 월간 이용자 700만명을 기록하며 뉴욕타임스에서 꽤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다. 이건 뉴욕타임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NBC, 워싱턴포스트, 버즈피드까지 서비스저널리즘을 실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서비스저널리즘이 연성적이라고 무시당하지도 않고, 한때의 유행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1970년대 뉴욕타임스가 생활정보를 도입했을 당시 수많은 언론사가 비웃었지만, 현재는 독자가 원하는 것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다. 독자의 실질적인 욕구(Needs)를 충족해야 충성도를 확보하고 모바일 시대를 이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 유료구독자 250만명 중 150만명이 디지털 구독자다.

고객은 지금도 계속해서 모바일로 옮겨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 지하철 무가지 열풍이 불었지만 요즘에는 지하철에서 신문 읽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다들 스마트폰으로 웹페이지를 넘겨가며 콘텐츠를 소비한다. 모바일 시대에는 “고객을 왕”으로 모셔야 살아남는다. 언론사가 아무리 좋은 재료로 요리해서 고객 식탁 앞에 전달해도, 고객이 맛없다고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 식탁 위에는 한 가지 콘텐츠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지상파, 종편, 케이블을 넘어 모바일 시장의 유튜브와 다양한 플랫폼 기업까지 저마다 맛있는 콘텐츠를 요리해서 내놓는다. 언론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별 독자의 입맛을 분석해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아예 음식 맛을 넘어 접시 플레이팅까지 바꾸는 혁신이 필요하다. TV에서 16:9, 4:3의 가로 동영상을 제공했다면 모바일에서는 스냅챗처럼 스마트폰 기반의 세로 포맷을 제공해야 한다. 독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저널리즘. 우리 모두 주목해야 할 모바일 전략이다.


 

■참고문헌


《독보적인 저널리즘 :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 뉴욕타임스 2020그룹, 스리체어스, 2017.

《권력과 언론, 창비, 2017.


<뉴욕타임스 “우리의 목표는 하나… 독자를 도와주는 것”>, 미디어오늘, 2017.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9794#csidxf6804f7ea04f3189c152c27f1b442fb

<‘뉴욕타임스’가 말하는 ‘서비스 저널리즘’이란?>, 블로터, 2017.

 http://www.bloter.net/archives/29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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